[치유의 인문학] 내 마음의 빛을 찾아서
[치유의 인문학] 내 마음의 빛을 찾아서
  • 승인 2023.01.26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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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삼 대구한의대 교수
최근 은둔형 외톨이(히키코모리) 기사가 화제다. 국내 은둔 청소년의 숫자가 30~40만 명에 이른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비율은 전체의 1.9%로 100명 중 2명이 은둔 청년이란 의미다. 놀라운 숫자다. 코로나로 그 숫자가 비약적으로 늘었다. 문제는 이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각이 더 큰 문제다. 당사자는 개인의 부적응 탓, 가족들은 정신 병리적 문제 탓, 사회는 정신적 나약 탓으로 바라본다. 왜곡된 시각이 문제를 더 어둡고 폐쇄적으로 만든다. 사회 현상의 문제를 개인 문제로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지 않는 한 절대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이를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면 다른 정서를 가진 사람이란 뜻이 된다. 네 잘못이 아니라는 의미다. 문제를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면 해결이 보이기 시작한다.

헨렌켈러! 닉부이치치! 티요! 김기창!
여러분들은 이 네 분들 중 몇 사람을 알고 있나요? 헨렌켈러와 닉부이치치는 대부분 안다. 티요는 인도네시아의 사지장애를 겪고 있는 어린아이이며 김기창은 한국의 피카소로 불렸던 청각장애와 언어장애를 동시에 겪었던 유명한 화가다. 이들의 공통점은 자살과 지독한 우울증을 동시에 경험한 사람들이었다는 특징이 있다. 삶의 의미와 생존의 이유를 잃어버린 사람들의 선택은 한 길이다. 어둡고 외로운 동굴로 스스로를 가두는 일. 그것이 그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다.

세계의 모든 위인전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헨렌켈러도 지독한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이 있었고 유쾌한 성격으로 유명한 닉부이치치도 한때는 자살을 여러 번 시도하기까지 했다. 그런 이들이 자신들이 가진 어두운 그림자를 던져 버리고 마음의 빛을 찾아 우리들이 알고 있는 위대한 인물이 되기까지 숨은 조력자들이 있었다. 그들이 의사냐고? 천만에 그들은 너무나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모두 가슴 속 깊은 곳에 생명의 씨앗이라고 하는 '마음의 빛'을 가진 분들이었다. 예수가 골고다 언덕 십자가에서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전했던 말이 '사랑'이었고 부처의 가르침의 핵심을 모두 다 담고 있는 원효의 저술 <대승기신론>의 핵심은 '자비'다. 이 둘을 한데 넣고 버무리면 '빛'이 된다. 헨렌켈러의 선생 셜리반, 닉부이치치의 부인 카나에 티요의 어머니 미미, 김기창의 부인 박래현. 모두가 평범한 사람들이었지만 누구보다 밝은 빛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가진 치유의 힘은 사랑과 이타심이 만든 마음의 빛이다. 자신이 가진 마음의 빛으로 크고 딱딱한 동굴의 벽을 깨 빛을 스며들게 만들었다. 딱딱하게 굳어버리고 차갑게 얼어버린 어둠의 마음들을 단 한 순간도 포기하지 않고 어루만지고 교감하고 공감했다. 기적은 바로 사랑과 이타심의 실천에서 나왔다.

헬렌켈러의 선생님이 애니 셜리반이라는 사실은 많이 안다. 하지만 셜리반 선생님의 트라우마까지 아시는 분들은 많지 않다. 사실 그녀의 과거는 누구보다 불행했다. 1866년 알콜 중독자인 아버지로부터 지독한 가정폭력에 시달렸고 5살 때는 트라코마라는 눈병에 감염되어 눈까지 멀었다. 그러던 중 8살 땐 아버지의 폭력으로 자신들을 지켜주던 어머니마저 결핵으로 사망하게 된다. 그 후 아버지는 아이들을 친척집으로 보냈고 얼마 후 친척은 건강한 여동생만 남기고 그녀와 남동생 지미는 주립 빈민보호소로 보냈다. 어머니의 죽음과 평소 결핵으로 병약했던 남동생도 그곳에서 쓸쓸히 죽음을 맞이했다. 그녀의 마지막 혈육이자 정신적 지주였던 동생마저 죽자 그녀는 세상과 단절했고 보호소도 그녀를 포기했다. 모든 사람들이 포기한 바로 그때 그녀 앞에 나타난 사람은 은퇴한 늙은 간호사 '로라'였다. 셜리반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죽는 순간까지 그녀를 돌봐주었다.

"애니야 세상을 꼭 눈으로 봐야 하는 건 아니야, 눈은 기껏해야 겉모습만을 볼 수 있지만 마음으로 보면 희망까지 볼 수 있거든"

로라의 진심어린 간호로 애니는 굳게 닫힌 마음 문을 열고 세상과 비로써 소통하게 된다. 로라의 도움으로 퍼킨스 장애인 학교에 입학한 애니는 우등생으로 졸업까지 하게 된다. 늙은 퇴역 간호사 로라의 빛으로 새로운 생명을 얻었던 애니 셜리반은 이후 개안 수술까지 해서 기적적으로 앞을 볼 수 있었다. 그 빛이 헨렌켈러를 무려 48년 동안 빛의 기적을 전해준 힘이 되었다.

닉부이치치와 김기창에겐 부인이, 티요에겐 어머니가 애니 셜리반과 같은 사람들이었다. 뭐 그들에게 특별한 것이 있었냐고? 천만에 그들에겐 사랑과 자비의 한 조각들뿐이었다. 이 극단의 세상에 우리가 믿을 건 오직 사랑과 자비의 빛뿐이다. 이것이 우리가 마음에 빛을 찾아야하는 이유다. 행복은 그곳에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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