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팬데믹 이후
[대구논단] 팬데믹 이후
  • 승인 2023.01.26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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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환 전 경산시교육장
1894년 한양에 온 오스트리아 출신 독일인 헤세 바르텍은 이렇게 기록했다. 남산에서 본 서울은 황량한 황무지와 같았다. 유일하게 푸른 나무로 둘러싸인 반듯한 기와집이 있었다. 그곳은 왕궁이었다. 그러나 왕궁 주변의 길은 똥, 오줌으로 가득 찼다. 대소변을 내다 버린 거리는 똥물 천지였고, 사람들은 똥을 먹는지, 구정물을 먹는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서울은 매캐한 냄새가 진동하는 똥물 천지 도시였다. 바르텍은 서울을 더러운 사람들이 사는 더러운 도시라고 기록하였다.

중세 유럽 도시를 보자.

중세 유럽에는 이층집이 많았다. 2층에 사는 사람들은 잠을 잘 때 생산되는 똥오줌을 처리하기 위해 요강을 사용하였다. 이층집에 사는 사람들은 시도 때도 없이 거리에 똥오줌을 버렸다. 사람들은 이에 대비하기 위해 장화를 많이 신고 다녔고 여자들은 굽 높은 신을 신고 다녔다.

프랑스 파리시는 똥오줌을 처리하는 하수도 시설이 없었지만, 우리보다 일찍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여 1850년에 토목 기술자 벨그랑이 근대식 하수도를 개발하였다. ‘파리 하수도 박물관’에 가면 하수도의 역사를 볼 수 있다.

그러나 로마의 상수도는 로마다웠다.

로마는 BC 2700년대에 상수도가 있었다. 로마는 당시 중국 장안과 더불어 100만 명이 사는 도시였다. 사람이 많이 모여 살기 위해서는 물 문제가 해결되어야 했다. 로마는 1/1000도 기울기로 총 578km의 상수도를 건설하였다. 지금 목욕탕 바닥의 기울기가 1/100도 정도이니 로마인들의 기하학 수준을 가늠하고도 남는다. 상수도는 시골의 깨끗한 물을 대도시로 끌어와 로마 시내에 쉬지 않고 계속 보급되었다. 우리가 지금 로마를 관광한다면 도시의 하늘을 가로지르는 고대 로마의 상수도관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1970년대부터 화장실 문화와 먹는 물 개선에 노력하여, 지금 세계 최고의 높은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세계여행을 하다 보면 여러 나라의 화장실을 경험하게 된다. 미국, 유럽 어디를 가보더라도 우리나라 화장실만큼 깨끗한 화장실을 보지 못했다. 먹는 물도 유럽의 고급호텔에서는 상품화된 페트병 물을 준다. 먹는 물에 자신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각 도시에서는 상수도 직수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먹는 물이 안전하다는 말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화장실 문화 개선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 대표기업 삼성은 세계 최초로 물이 필요 없는 신개념 화장실을 개발하여 저개발국가에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지금 아프리카에서는 수억 명의 사람들이, 오염된 물을 먹고 질병에 허덕이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 수십 개의 ‘국제 NGO 단체’들이 지하수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100년 전의 우리나라를 아는 사람들은 기적이라고 할 것이다. 어쩌면 지금 우리는, 우리 역사가 시작된 이래 가장 살기 좋은 시대에 살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라는 말이 있다. 옛날 로마에서, 원정에서 승리를 거두고 개선하는 장군이 시가행진을 할 때 외치던 말이다. 라틴어로 ‘죽음을 기억하라’는 것이다.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너무 우쭐대지 말라. 오늘은 개선장군이지만, 너도 언젠가는 죽는다. 그러니 겸손하게 행동하라’는 뜻이다.

팬데믹 이후 계속되는 인플레이션 터널, 자국 이기주의의 탈세계화 현상, 저출산 고령화로 줄어드는 노동력 등 작금의 경제 동향은 우리 경제가 마냥 밝다고 할 수 없다. 외국의 경제 관련 단체들은 우리나라 경제가 인도네시아, 나이지리아(아프리카) 등에 추월당한다는 연구 결과까지 내놓고 있다. 단군 이래 가장 잘산다는 우리 경제를 시험하고 있다.

경제 위기에 대한 몇 가지 대안을 생각해 보자. 지금까지 우리 경제를 주도하던 세계 1등 기업들이 줄어들고 있거나 초격차를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이를 방관하지 말고 기업이 과감하게 R&D 투자를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중국 등 일부 국가에 의존하던 무역을 인구 대국 인도, 인도네시아, 나이지리아, 베트남 등으로 다변화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인구 절벽을 초래하는 저출산 고령화에서 오는 노동력 문제이다. 이의 해결은 출산율의 대폭 증가가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우선 아직 확장 여력이 있는 여성 인력을 적극적으로 개발하는 것과 750만 재외 동포를 활용하는 방안 등도 심도 있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우리는 우리가 어려웠던 시대를 잊어버리는 우(愚)를 범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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