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 경영칼럼] 우리 경제는 지금 빙하기에 놓여있다
[박명호 경영칼럼] 우리 경제는 지금 빙하기에 놓여있다
  • 승인 2023.01.29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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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호 계명대학교 석좌교수, 전 계명문화대학교 총장
혹한 속 귀경 전쟁이 끝났다. 제주를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 귀성객들의 발길을 붙들었던 악천후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새해 덕담이 오가는 도중에 날아든 난방비 고지서로 국민들이 충격에 휩싸였다. 이번 설은 어느 해보다도 더 추운 명절이 되었다. 더군다나 이달의 맹추위로 많은 이들이 2월에 난방비 폭탄을 맞을까봐 크게 걱정한다.

우리 경제에도 혹독한 한파가 찾아왔다. 지난해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의 3고(高) 현상이 심화되면서 여러 경제 위기 요인이 동시에 작용하는 소위 복합위기를 경험했다. 올해 초에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2022년 3고 현상의 파급효과가 확대되면서 올해는 3고(苦)의 후폭풍이 몰려 올 것으로 예상했다. 경기여건의 악화, 신용위험의 증대, 구조변화에 따른 불확실성이 그것이다. 글로벌 경제 둔화 속에서 우리 기업들은 이미 심각한 실적 악화를 경험하고 있다.

많은 기업들은 올해 경제 여건이 더욱 어려워 질 것으로 보고 있다. 복합 위기가 최소한 1년 이상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는 가운데, 장기 불황을 뜻하는 ‘영구 위기(Permacrisis)’ 경고까지도 나온다. 우리 경제에 혹독한 겨울이 닥친 것이다. 그 여파로 취업시장에도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채용을 중단하거나 축소하는 기업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대기업의 시설 투자도 축소될 것이라고 한다.

이처럼 우울한 경제 상황을 반영하듯 우리 정부의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1.6%에 그친다. 국내외 주요 기관들도 예외 없이 비슷한 수치를 제시한다. 1980년 오일쇼크를 비롯한 네 차례의 외부 충격을 제외하면 산업화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최악의 경제 상황이 예상된다. 우리 경제가 바야흐로 빙하기에 놓인 것이다.

과연 경제 한파를 헤쳐 나갈 방도는 없겠는가. 그 해답은 우리 경제의 걸림돌에서 찾아야 한다. 조윤제 서강대 명예교수는 우리 경제의 근본적 문제는 개도국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경제외적 기반에 있다고 보았다. 사회전반의 지식수준과 합리성, 제도와 조직 운영의 효율성, 인사보상 시스템, 사회질서, 정치 행태 등 경제외적 기반이 선진국에 전혀 미치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따라서 사회 전반에 대혁신이 일어나야 우리 경제가 활로를 찾게 된다고 말한다. 나아가 국익을 앞세우는 생산적 정치풍토와 성숙한 시민의식이 급선무라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기업들로서는 어떤 대응책을 강구해야 할까. 가장 먼저 그리고 손쉬운 것은 비용을 절약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미 많은 기업들이 대대적 비용절감에 들어갔다. 각종 비효율을 제거하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전쟁 상황실(war room)을 운영하는 기업까지 생겨났다. 절약으로 불황에 대처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절약은 쉽지 않고 분명 한계가 있다. 구성원들의 부단한 실천과 엄청난 노력이 요구된다. 절약 정신이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가 되어야 비로소 효과를 낼 수 있다.

아마도 절약 정신의 대표 주자는 아마존(Amazon)일 것이다. 이 회사가 말하는 절약이란, 단순히 비용을 아끼거나 더 저렴한 것을 추구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아마존은 항상 낭비적 요소를 찾아 그것들을 제거하는 방법을 꾸준히 고민한다. 절약 정신과 행동이 회사의 모든 구성원들의 몸에 배어 있어서 그들이 지향하는 가치의 일부가 되어 있다.

극한의 고난 속에서도 사람에게 용기를 주는 것은 ‘가치’에 대한 확신이다. 그러므로 우리 국가와 기업들이 당면한 경제 혹한을 이겨내려면 반드시 가치를 재정립해야 한다. 글로벌 스탠다드 연구원의 전성철 원장은 ‘세계화의 가치’로 재무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세계화의 도정이 끝나고 세계 경제가 ‘블록화’하고 있는 이때, ‘글로벌 스탠다드’인 시장성, 투명성, 다양성, 문화성이라는 네 가지의 가치가 확고하게 정립되어 있어야 된다는 것이다.

이달 중순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한 윤 대통령이 300억 달러(약 37조원) 규모의 투자를 약속받고 돌아왔다.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성과다. 어떤 상황에서도 약속을 지켰던 우리 기업들의 꾸준한 노력이 큰 빛을 발했다. 고난과 역경에도 불구하고 계약을 철저히 준수한 우리 기업들을 UAE가 높이 평가한 결과라는 것이다. 글로벌 신뢰와 지지를 받는 우리 기업들이 정말 고맙고 자랑스럽다.

우리 고장에도 신뢰 경영으로 존경받는 기업인들이 많다. 그 가운데 올해 ‘서상돈상(賞)’을 수상한 삼익THK의 진영환 회장이 돋보인다. 바른 길(正), 최상의 품질과 서비스(精), 그리고 인간 존중의 마음(情)을 모은 ‘3정’의 기업문화로 고객, 직원, 지역사회로부터 신뢰를 얻어 숱한 경영 위기를 극복했다고 한다.

신뢰를 구축하고 기본과 원칙을 지키면 태산준령도 반드시 넘는다. 빙하기에 놓여 있는 우리 경제가 어려움을 이겨내고 재도약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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