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평범한 사람도 위대한 사람처럼 지칠 수 있어
[수요칼럼] 평범한 사람도 위대한 사람처럼 지칠 수 있어
  • 승인 2023.01.31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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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광 대구경북소비자연맹 정책실장

설 명절 연휴 동안 가족들과 함께 보낸 후 미국의 극작가 아서 밀러의 작품 <세일즈맨의 죽음>을 영화 버전으로 봤다.

1930년대 대공황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이 작품은 실제 그의 삼촌의 일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주인공 윌리 로먼은 뉴욕에 있는 와그너 상사에서 36년 근무하고 있는 63세의 세일즈맨이다. 그의 부인 린다는 평생을 가족을 위해 헌신한 주부이다. 두 아들을 키우는 평범한 가정이지만 미국인들이 꿈는 아메리카 드림이라는 이상을 품고 있었다. 그러나 대공항 이후 직장생활에서의 고단함, 그리고 기대했던 두 아들에 대한 실망감을 갖는 아버지로서 윌리의 삶을 느끼면서, 우리들의 삶을 되돌아 볼 수 있다

영화의 시작은 보스톤으로 출장 가던 윌리가 집으로 되돌아 오는 장면이다. 그는 린다에게 "자동차가 자꾸 길 옆으로 새서 운전하지 못해 시속 10마일로 부르클린까지 거의 4시간이 걸렸다"고 말한다. 린다는 윌리가 운전 못한 것은 자동차의 조종장치와 새로 온 정비사의 탓으로 돌리지만, 윌리는 자신이 집중하지 못했던 것이 원인이라고 한다. 린다는 남편 윌리에게 "이런 식으로 계속 일 못해요. 마음은 못 쉬었죠, 당신 마음은 너무 복잡해요, 중요한 건 마음인데, 마음의 휴식을 취하라"고 조언한다.

윌리가 운전에 집중하지 못한 이유는 뭘까? 직장에서 점점 위축되어 가는 그의 위치, 장거리 출장을 가야 하는 체력적인 어려움, 그리고 기대에 벗어난 아들에 대한 고민이다. 그는 사장을 찾아가 주급을 65달러, 50달러, 40달러로 낮추면서 내근직으로 자리 이동을 협상하지만 사장은 냉정하게 자리가 없다고 말한다. 윌리는 사장의 아버지 시대를 떠올리며 "그 시절에는 인간미가 있었어, 존경과 동지애, 그리고 감사가 있었어. 요즘 모두가 사라졌어. 존경도, 우정도, 개성도 없지."라고 직장 문화에 대해 비판한다. 또한 그는 "회사에 35년 받쳤어, 지금 보험금도 못내고 있어, 오렌지를 먹고 껍질만 버릴 수 없네, 인간은 과일이 아니니까" 라고 하면서 직장에 쓴소리를 뱉지만 해고 통지를 받는다.

윌리는 큰 아들 버즈에 대한 실망감도 크다. 그는 권위적인 아버지이며 허세와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아메리카 드림을 자식들에게 강요한다. 버즈는 고등학교 시절 유망한 풋볼 선수로 윌리의 욕망에 부응했다. 그러나 수학 점수 낙제로 대학을 진학하지 못하게 되고, 아버지 권위라는 무게와 불륜으로 버즈는 도벽에 빠지게 되면서 직장생활에 적응 못하는 3류 인생을 살게 된다. 점점 부자 사이는 나빠지고, 냉장고, 세탁기, 자동차 할부금을 걱정하는 평범한 주부인 린다는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 존재하는 갈등에 불안해 한다.

린다는 버즈에게 아버지의 입장을 대변해 준다. "아버지가 훌륭한 사람이라고 하지 않겠다. 윌리 로먼은 엄청나게 돈을 번 적도 없어. 신문에 이름이 실린 적도 없지.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인품을 가진 것도 아니야. 그렇지만 아버지는 한 인간이야. 평범한 사람도 위대한 사람처럼 지칠 수 있어"라고 주장한다.

아들 버즈도 아버지 윌리에게 쌓였던 불만을 폭발한다. "우리가 잘 먹고 잘 사는 허황된 꿈을 못버린 것이 문제라고요. 이 집에서는 단 1분도 진실을 말할 수 없었어요." 라고 외친다. "캔사스시테에서 양복을 훔쳤서 감옥에 있어어요. 고등학교 이후 직장에서 뭔가를 훔쳤어요 그래서 성공을 못했어요. 오늘도 펜을 들고 계단을 달려 가다가 갑자기 멈춰 서서 하늘을 봤지요. 제가 사랑하는 것을 봤어요. 일과 음식, 앉아서 담배 필 시간을, 그리고 이 펜을 보고 혼잣말을 했어요. 왜 이것을 쥐고 있지? 원하지 않는 걸 왜 되려고 하지? 사무실에서 뭘 할 건데? 내가 원하는 것은 밖에 있는데" 라고 말하면서 '내가 누군지 알겠다고"고 했다.

버즈는 자신의 3류 인생을 살고 있는 원인을 아버지의 헛된 욕망 탓으로 돌리면서 아들의 현재 모습인 시간당 1달러인 평범한 인생을 인정해달라고 하지만 아버지 윌리는 그러한 평범성을 부정한다. 윌리의 엇나간 자존심과 자부심은 결국 보험사고룰 일으키면서 죽음을 맞는다.

이 작픔은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과거 좋아했던 것에 대한 집착, 그리고 평소 자녀들과의 대화 부족으로 자녀들이 어떤 소질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고 하지 않는 꼰대로서 아버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물질적인 욕망을 탓하고 이것은 자본주의의 모순으로만 돌리는 것은 개인의 내면에 존재하는 인간의 본성을 묻어버리며, 개인의 문제를 극복할 수 없게 만든다. 국가나 사회가 도와줄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다. 결국 가족을 대신할 수밖에 없으며, 평범한 삶의 소중함을 일깨워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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