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아침] “나의 은주야”
[달구벌아침] “나의 은주야”
  • 승인 2023.02.01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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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주 교사
15년 만에 대학 동기를 만났다. 1년 정도 함께 수업을 듣다가 입대했던 친구인데, 전역 후 교사가 아닌 다른 길을 갔다.

만나지 못했던 15년 동안 참으로 다른 시간을 축적했다.

서른살까지 진로를 한두차례 바꾸다가 본인에게 불안강박이 있다는 걸 깨닫고 오랜 시간 상담을 받은 후 이젠 많이 좋아진 상태라고 했다.

친구는 자신의 감정을 어느정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힘이 생겼다.

어떤 상황에서 불안이 올라오면 그것을 그저 가만히 바라보기. 불안이 어디에서 생겨나 어디로 퍼져가는지, 어떤 식으로 내 몸이 반응하는지 지켜보는 것. 친구는 통찰을 얻은 듯 보였다.

한편으론 심리적 기제에 의해, 다른 사람에겐 당연한 것들이 누군가에겐 당연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알았다.

행복해질 수 있는 필요조건은 결국 내 내면의 힘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도.

대학시절도 직업도 결혼유무도 완전히 다른 과정을 지나온 우리가 어쩜 이렇게 대화가 잘 통할까 싶을 정도로 세상의 변화에 대한 시각, 사람의 감정이나 그것을 인지하는 방식이 비슷했다.

3시간 가까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떠들었다.

우린 아직 정신과 상담을 받으러 간다고 하면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누구나 하나쯤 정신병을 가지고 살아가는데 단지 그것을 알아차리느냐 알아차리지 못하느냐의 차이일 뿐, 자신의 감정상태를 인지하고 인정하고 수용하는 사람이 오히려 winner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걸 알아차린다는 것만으로도 그 감정에 깊이 매몰되지 않고 한 발짝 떨어져 내 감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뜻이다.

아이가 셋이지만 엄마로서의 삶 이상으로 나로서의 삶이 중요한 내게는 늘 내면의 갈등이 존재한다.

그걸 알고리즘이 알아차렸는지 ‘본질육아’를 주창하시는 존스홉킨스대학교 지나영 교수님의 강의 추천이 떴다.

광고에서 내 눈길을 끌었던 건 “아이를 잘 길러내는 것 이전에 내가 나 자신의 부모가 되어 원부모(나의 부모)로부터 받지 못한 것을 해주어야 한다”는 부분이었다.

“너는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빛나는 아이야”, “너는 가치있는 아이야”라 말해주고 스스로 치유하고 수용받는 경험을 해봐야 내 아이에게도 “너는 그 자체로 가치있는 존재”라고 말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몹시 가난했던 어린 시절을 지나 부자가 된 어느 병원장님의 영상을 보며 ‘내 내면의 힘, 내면의 자아가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가난한 사람을 부자로 만들어주기도 하는구나’를 깨달았다.

내 이름을 넣어 “나의 OO야”라고 부를 때는 그 울림이 있다고 한다. 나를 보호해주는 큰 존재가 있다는 느낌.

나의 부모가 되어 스스로에게 말해주자.

“나의 은주야. 난 널 믿어.

너는 네가 믿는대로 성장할거야.

너는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반짝반짝 빛나는, 가치있는 사람이야.”

다른 이들에게 가치있는 사람이 되기 전에, 나를 받아들이고 스스로에게 가치있는 존재가 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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