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살아야 우리가 산다] ‘이끼의 재발견’…미세먼지 줄이고 탄소 흡수
[자연이 살아야 우리가 산다] ‘이끼의 재발견’…미세먼지 줄이고 탄소 흡수
  • 채영택
  • 승인 2023.02.23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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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자연과 함께 하는 이야기들
우리의 친구 이끼
환경 살리는 식물로 각광
대체식량으로도 연구 추진
우리 주위 흔히 보이지만
그래서 더 소중한 식물
제라늄 이야기
모기가 싫어하는 대표적 식물
줄기 잘라 담아서 내 방에 놓고
정성 다해 반려식물로 길러
사진1
이끼 등 화분 속 작은 식물도 유심히 살펴보면 저마다의 존재 이유 속에 조화로운 공생의 삶을 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진2
제라늄은 독특한 냄새가 있어 모기가 싫어하는 식물 중 하나이다. 유럽 영화나 TV를 보면 집의 베란다에서 자주 보이는 식물이다. 꽃망울을 맺고 뿌리를 내린 제라늄.

“이끼라고 하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필자는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이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저 습한 곳에 살고 있는 작은 생물이라고 생각했다. 즉 이끼는 우리 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어 전혀 귀중하게 생각되지 않는 식물 중의 하나라고만 여겼다.

필자가 운영 중인 밴드 ‘생태춤과 우포늪’에는 방문자들의 다양한 글이 올라 온다. 자연을 사랑하고 자연과 교감하면서 배우고 깨우친 경험들을 소개하고 있다. 때론 보는 이들에게 추억을 상기시키기도 하고, 스스로를 성찰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생태춤과 우포늪’ 밴드에 올라온 글을 중심으로 오늘은 이끼와 제라늄, 나무를 즐겁게 하거나 화나게 하는 행동들에 대해 살펴본다.

◇자연의 친구, 이끼 이야기

글쓴이가 운영 중인 밴드인 ‘생태춤과 우포늪’에, 대구도시농업시민협의회 김성수 대표가 “이끼 테라리움 강의가 있어 이끼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다”며 이끼에 관한 글을 올렸다.

김성수 대표는 이끼가 4억년 전 육지의 최초식물로 종류가 1만3천 종이나 된다고 적었다. 이끼는 잎 줄기, 그리고 뿌리의 구분이 분명하지 않는 선태식물로 비관다발 식물이다고 소개한다. 일반적으로 많은 식물들이 뿌리로 수분을 흡수하는 것과는 다르게, 이끼는 온몸으로 수분을 흡수하는 식물로. 같은 면적의 나무보다 더 많은 미세먼지를 정화하고, 탄소흡수량이 엄청나서 환경을 살리는 식물로 각광받고 있으며 대체식량으로도 연구되고 있다고 한다. 사람들은 이끼로 그림을 그리고 벽 등에 글을 쓰는 그래피티(grapty) 재료로도 사용하고 있으니 이끼는 그야말로 다양한 곳에서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고 하겠다.

김 대표의 글을 통해 이끼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고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되고 있는 멋진 식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사람으로 치면 음지에서 조용하게 다른 사람들을 위해 큰 역할을 하는 멋진 ‘작은 거인’이라 생각된다. 밴드의 글과 사진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고 이끼에 대한 기존의 생각을 바꾼 도움이 된 글들을 읽으며 내가 지금까지 이끼에 대해 관심을 갖지 못했구나 하는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조금만 눈을 돌려 관찰하면 이렇게 용하고 감사한 식물들이 많은데 모르고 살아가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자연에 존재하는 많은 생물들에 다시 한번 고마움을 느낀다.

김성수 대표는 이끼 그림을 5만원 주고 샀다고 한다. 이끼가 그림도 되면서 이렇게 돈이 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에~.

밴드를 본 뒤 인터넷에서 이끼에 대해 찾아보니 이끼 그림과 이끼 그래피티(grapty)를 창작한 사례가 많이 있었다. 7년 전에 벌써 이끼 그림에 대한 유튜버 소개 내용도 있었다.

이끼에 대한 밴드 글을 읽은 뒤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끼는 필자와 다음과 같은 인연을 맺고 있었다.

첫째는 장인댁에서 본 이끼다. 장인댁 아파트 베란다에서 이쁜 녹색의 이끼를 본 뒤, 이끼가 멋진 작품이 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였다. 돌 위에 이끼가 있었는데 녹색의 이끼들이 멋지게 살아가고 있어 아~ 이끼도 이렇게 멋진 작품이 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둘째는 임업후계자 등록을 위하면서 알게 되었다. 임업 품종 중에 이끼가 적혀 있었다. 나는 잘몰라 아 이끼도 나무나 풀처럼 가치를 인정받는구나 생각을 하면서도 의외라는 생각을 하였다. 이끼가 조경 등에 어떻게 사용되는지 전혀 몰랐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우포늪 물가의 왕버들나무에서 본 이끼들이다. 함께 간 지인 한 분이 이끼 가까이에 휴대폰을 대며 사진을 찍었는데 전혀 생각지 못한 멋진 장면이 나왔다. 작아서 잘 보이지 않은 녹색의 건강한 생명체들을 잘 볼 수 있었고 녹색의 그 멋진 친구들을 보면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다시 한 번 느끼고 감탄한 것이다.

네 번째는 아파트 베란다에 있는 화분을 덮고 있는 녹색의 이끼들과의 인연이다. 추운 겨울임에도 나무에 물을 주니 그 밑에 위치한 녹색의 이끼들이 이쁘다. 녹색을 보기 힘던 겨울이라 그들의 녹색을 보고 있노라면 즐겁다. 눈을 즐겁게 해주는 그 녹색의 찬란함을 발견하면서부터 나무에게 만이 아닌, 이끼 그들을 위해서도 물을 자주 준다. 이렇게 이끼가 주는 감동을 생각하니 <이끼 인문학>을 훗날 쓸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제라늄 이야기

잘 잊어버리는 식물의 꽃 중에 제라늄이 있다. 들어도 이상하게 그 꽃 이름은 잘 잊어버렸다. 어제도 아내에게 그 이름을 물어보면서 기억력이 약해짐을 느꼈다.

제라늄은 독특한 냄새가 있어 모기가 싫어하는 대표 식물 중의 하나이다. 유럽의 영화나 TV를 보면 집의 베란다에서 자주 보이는 식물이다.

한 겨울인 1월에도 아파트의 베란다에 제라늄 꽃이 이쁘게 피어 있었다. 한 달 전에 제라늄 줄기를 잘라 물에 담가 놓고는 잊고 지냈다. 어느 날 보니 물이 적어 물을 주었고 또 잊고지냈다가 꺼내보니 하이얀 뿌리들이 많이 생겨 놀랬다. 아 이 친구의 생명력이 이렇게도 강하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러고는 또 잊고 지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작고도 작은 꽃망울을 38개나 달고 있는 게 아닌가? 나는 놀랍고 기쁜 나머지 아내에게 그 제라늄을 보여주며 “이 제라늄 좀 보라구”라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이제는 제라늄의 이름을 확실히 기억하게 되었다. 수일전에는 두 개의 작은 줄기들을 잘랐다. 그런 뒤 제라늄 두 줄기를 사발 모양 잔에 담고 따뜻한 내 방에 갖다 놓았다. 정성을 다해 함께 지내다 보면 반려식물이 되어 나를 즐겁게 해줄 것이라 생각하니 벌써 기분이 좋다. 이렇게 작은 식물들이 소소한 행복을 준다.

◇나무를 즐겁게 하는 60가지 방법

나무는 우리 인간들에게 산소를 공급하고 멋진 풍경을 제공하는 등 이로움을 주는 존재이다. 어느 날 갑자기 많은 즐거움과 위안을 주는 나무들을 즐겁게 해주는 방법은 없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공책에 하나둘씩 적어보았다. 하나가 열이 되고 서른을 넘겼다. 계속 적어보니 생각이 꼬리를 물어 60여개나 되었다.

“나무에게~~~! 인사를 한다. 박수를 친다. 감탄한다. 안아준다. 시를 읽어준다. 동시를 읽어준다. 그림을 그려준다. 나무 주제 동요를 부른다. 웃어준다. 사진을 찍는다. 노래한다. 노래를 들려준다. 음악을 들려준다. 칭찬한다. 춤을 춘다. 고마움을 안다. 물을 준다. 주위의 쓰레기를 치운다. 이야기를 들려준다. 자주 방문한다.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가끔 대화한다. 나무가 주는 혜택을 생각한다. 혜택을 기록한다. 생일을 만들어준다. 적절한 가지치기를 한다. 나무를 관찰한다. 멋진 모습을 찾아낸다. 특이한 모습의 사진을 찍는다. 정답게 바라본다. (책에서가 아닌) 나만의 나무이름을 정한다. 나무 이름을 불러준다. 나무의 명찰을 달아준다. 나무 해설을 한다. 동네 나무들을 둘러본다. 보호수를 방문한다. 거름(퇴비)을 만든다. 거름을 준다. 나무보호단체에 가입한다. 나무의 마음으로 세상을 본다. 나무와 나는 하나(물아일체)라고 생각한다. 나무에게 편지를 쓴다. 선물을 준다. 감사장을 준다. 쓰레기를 치운다. 나무의 씨앗을 모은다. 씨앗을 심는다. 나의 하루를 말해준다. 종이를 재활용한다. 내 나무를 정한다. 나무에 대해 알아본다. 나무를 심는다. 나무에 대한 책을 읽는다. 나무와 인간에 대한 논문을 읽는다. 나무일기를 쓴다. 나무에 대한 강연을 한다. 나무에 대한 칼럼을 쓴다. 나무 사진전을 연다(함께/나홀로). 나무 주제 연극을 한다. 따뜻한 봄날이 좋아하는 나무에 대한 책을 쓴다. 나무 보전회를 만든다. 나무 보전활동을 한다.”

나무에게 할 수 있는 일들을 생각해 보면 상상력과 창의성 향상은 물론 흐뭇한 마음까지 생긴다.

◇나무를 화나게 하는 20여 가지 방법

“나무를 ~ 때린다. 불 태운다. 도끼질을 한다. 쓰레기를 버린다. 똥을 눈다. 오줌을 싼다(뒷 처리를 하지않음). 못생긴 나무라 모욕한다. 밀어낸다. 쓰러뜨린다. 술주정한다. 공기를 오염시킨다. 이상한 웃음을 짓는다. 열매를 많이 딴다. 씨앗을 딴다. 농약을 친다. 자른다. 뜨거운 열기구를 오랫동안 가동한다. 돈으로만 생각한다. 적절치 않는 곳에 심는다. 심기만하고 돌보지 않는다.”

나무를 화나게 하는 방법들을 생각해 보자. 그리고 그 반대로 실행하면 나무를 위하는, 즐겁게 해주는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노용호<우포생태관광연구소장·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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