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디자인 기행] 아치형 구조...모나지 않은 건물에 놀러오세요
[일상 속 디자인 기행] 아치형 구조...모나지 않은 건물에 놀러오세요
  • 류지희
  • 승인 2023.03.02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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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굽·세그멘털 등 다양한 종류
장식물 없어도 꾸민 듯한 효과
과거 몰딩 가미한 중후한 느낌
현대 와선 몰딩 줄여 심플하게
모서리 ‘0.5㎜’에도 느낌 달라져
곡률 낮을수록 미니멀한 분위기
유연한 형태로 사고 확장 도움
단순한 아름다움 넘어선 ‘무엇’
아치포인트가정집인테리어
요즘 가장 트렌드하게 떠오르는 아치포인트를 적용한 가정집인테리어 모습. 우아하면서도 유니크한 아치월로 포인트를 주고 은은한 간접조명을 가미하여 감성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출처: pinterest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아름답고 상징적인 건축물들은 대부분 곡선미(美)를 지니고 있다. 세계적인 건축가들은 ‘아치가 건축의 역사를 바꾸었다.’고 말한다. 아치는 심미적으로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구조적으로 안정성이 뛰어나 견고한 건축이 가능한 과학적 원리를 담고 있다. 때문에 무려 기원전 4천여년전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부터 사용되기 시작하였으니 인류가 심미성을 느끼는 의식 속에 오래동안 각인되어 있을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아치구조가 보인다면 우리는 자연스레 유럽의 건물 구조를 떠올리곤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과거부터 우리나라에서는 목조건물이 주로 사용되었기 때문에 벽돌이나 석재를 사용한 아치 형태와는 다른 공법으로 시공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예술의 나라 이탈리아나 아름다운 휴양지 지중해가 떠오르는 이색적이고 이국적인 분위기에 나도 모르게 로망을 느끼게 된다.
 

같은 아치양식의 건축물이라도 비율과 율동성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이 연출됨을 알 수 있다. 지중해풍 아치스타일과 우리나라 광화문의 아치스타일의 건축양식 사진. 출처: pinterest

하지만 우리가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지만, 생각외로 우리나라의 오래된 건축물들에도 아치구조가 사용되어 왔다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광화문의 경우, 돌을 곱게 다듬어 높이 쌓아 올린 육축 위에 2층으로 문루를 지은 경복궁의 정문이다. 여기서 육축에 들어가는 문 3개는 모두 아치모양으로 되어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던가? 경주 불국사, 공주 무령왕릉, 토함산 석굴암, 경복궁과 창덕궁의 금천교, 경덕궁 등이 모두 아치로 건축된 역사적인 유산이다.

외국인들이 한옥의 멋과 기품에 감탄을 느끼듯이 우리 또한 낯선 문화의 건축물에 대한 경이로움과 로망이 있다. 하지만 이제는 건축자재가 발전하고 다양한 공법이 적용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유럽식 건축양식을 모티브로한 건축물과 내부 인테리어를 보다 많이 접할 수 있다.
 

같은 아치양식의 건축물이라도 비율과 율동성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이 연출됨을 알 수 있다. 지중해풍 아치스타일과 우리나라 광화문의 아치스타일의 건축양식 사진. 출처: pinterest

특히, 유럽건축의 상징인 아치 인테리어는 더 이상 건물 하중을 버틸 수 있게 하는 구조적기능만을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미적인 요소로 트랜디한 공간 연출을 하고자 많이 사용되고 있다. 흔히 아치라고 하면 기다란 직사각형에 상단부가 둥근 모습을 많이 떠올리지만, 사실 아치에도 다양한 느낌을 주는 여러 가지 형태가 있다. 튜더 아치, 말굽형 아치, 세그멘털아치, 오지아치, 첨두아치 등.

때문에 원하는 공간의 분위기에 맞춰 아치형태를 디자인하며, 대부분 상업시설에 색다른 느낌을 주기 위한 포인트 요소로 많이 사용한다. 건물 전체적인 외곽뿐만 아니라 문과 창문같은 각진 형태를 아치형으로 만들면 공간을 훨씬 더 부드럽게 해주고 큰 장식물 없이도 꾸민듯한 효과를 준다. 만약 공간내 구조 자체에 과감한 시도를 하지 못했다면 아치형태의 가구도 얼마든지 있다. 의자, 수납장, 거울, 침대 등으로 그 자체가 오브제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된다.

이처럼 아치스타일이 공간 포인트가 되면서 과거에는 몰딩을 가미하여 클래식하고 중후한 분위기를 주었다면 현재는 몰딩을 최소화하거나 없는 방향으로 최대한 심플하고 깔끔하게 인테리어를 하는 추세다.

한 때는 프렌치스타일이 크게 유행하면서 곳곳에 몰딩을 둘러 아기자기 하고 아늑한 감성의 볼거리들을 많이 가미했다. 지금은 형태적인 포인트를 가미하기 보다는 되려 간접조명과 같은 무형의 빛이나 색감을 사용하여 무심한 듯 엣지있게 한 방울의 감성을 더하는 것이 차이이다.

필자 역시, 이번에 가정집 인테리어를 구상하며 가장 신경썼던 부분이 바로 ‘아치’포인트이다. 집을 나만의 ‘아트 갤러리’분위기로 연출하고 싶다는 오랜 꿈을 녹여 집안 곳곳에 아치 포인트로 우아하면서도 유니크한 느낌을 살렸다. 물론, 목작업 과정에서 아치를 연출하는 것이 직선형구조에 비해 좀 더 까다로운 작업이라 금액적인 부분을 비롯하여 신경써야 할 부분들이 많았지만 오로지 최종 결과물에 대한 기대감과 만족감을 떠올리며 소신있게 디자인을 구상했다.

사실상 미술관과 같이 아티한 곳에서 아치를 가장 많이 볼 수 있지 않을까. 라운드 형태는 연결성의 느낌을 주어 유연한 사고를 가능케하며 상상력을 자극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디자인을 하는 필자에게 있어 사고의 확장을 도울 수 있는 부드러운 아치구조는 단순히 아름다움을 넘어선 의미를 가진다.

아치스타일은 포인트를 목적으로한 연출외에도 자연스럽게 공간을 분리하는 기능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현대식 인테리어는 예전과 달리 거실과 키친공간의 턱을 없애고 일체형으로 연출하여 넓고 시원하게 탁 트인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구조에 단조로움을 느낀다면 아치월을 사용하여 거실과 키친을 아티하면서도 자연스럽게 분리할 수 있다. 거실로 들어가는 문이자 키친으로 들어가는 하나의 문이 생긴 샘이라 벽이나 파티션을 둘 때보다는 시각적으로 답답해보이지 않는다는 게 큰 메리트가 된다.

반복구성을 활용하여 마치 정형화된 웨이브나 지그재그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이것이 바로 곡선이 가진 힘과 율동성이 아닐까. 책상에 앉아 컴퓨터 3D프로그램으로 제품모델링을 돌릴 때에는 제품의 모서리에 Round값을 0.5mm를 주느냐 1mm를 주느냐에 따라 제품의 퀄리티와 느낌이 사뭇 달라지곤 하는데, 건축과 인테리어에서는 미미한 Round치수보다는 각 아치들이 위치되는 배치감각과 전체 구조의 율동성에 따라 화려한 이색공간이 될 수도 있고 아주 미니멀하고 안락한 쉼의 공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

특별히 아치건축물중에서도 편안하고 안락한 분위기를 주는 지중해풍에대한 애정이 깊은 필자로써는 이 글을 쓰는 이 순간, 당장에라도 그 곳으로 날아가 편안히 그 공간이 주는 분위기에 안온한 시간을 보내고픈 마음이 솟아오른다. 무수한 건축방식과 표현 방법들이 있겠지만 공간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몸이 기억하는 느낌 그 자체.”

 

 

류지희<디자이너·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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