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 경영칼럼]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박명호 경영칼럼]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 승인 2023.03.12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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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호 계명대학교 석좌교수, 전 계명문화대학교 총장
어린 아이가 엄마에게 묻는다. “엄마, 내일이 언제야?” “응, 오늘 밤 자고나면 내일이란다.”라고 엄마가 대답한다. 다음 날 아침, 그 아이는 엄마에게 “오늘이 내일 맞지?”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엄마는 “아니야. 오늘은 오늘이고, 내일이 내일이야.”라고 설명한다. 아이는 연신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이상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 아이의 모습을 보는 엄마도 헷갈리기는 마찬가지다.

어른들과는 달리 아이들은 오늘 못지않게 내일이 궁금하고 또 내일 일에도 관심이 많다. 청년들도 마찬가지로 내일을 산다. 내일의 꿈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른들은 대개 어제를 사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대화 내용은 온통 과거의 일들뿐이다. 모처럼 친구들을 만나면 오래전 학창 시절이나 어렵게 살았던 과거의 일들을 마치 오늘의 일인 양 전개한다.

그러나 모든 청년들이 미래의 꿈을 지니고 살아가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어느 교수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한 새내기 대학생들을 향해 청춘(靑春)이 아니라 황춘(黃春)이라고 불렀다. 대학입시에 쪼들린 탓에 얼굴을 제대로 펴지 못해서라고 짐작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 그들에게서 꿈을 볼 수 없었기 때문이란다. 지금 우리 청년들은 과연 내일을 꿈꾸고 있는지 궁금하다.

대통령의 일본과의 과거사 정리 해법을 두고 지난 한 주 동안 국민들 사이에 치열한 찬반 논쟁이 있었다. 과거의 잘못에 대해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과가 없는 어떠한 해법도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 반대의 주된 논리인 듯하다.

한편, 대통령은 과거를 털고 이제는 미래를 바라보며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일 강제징용 협상과정에서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가장 강조한 말은 다름 아닌 ‘청년’이었다고 한다. 한·일 관계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양국 청년들에게 기회를 부여하는 사업의 개발도 강조했다. 청년과 미래 세대에게 교류 협력의 기회를 열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 경영도 내일을 바라보는 일이다. 경영이란 계획과 실행 그리고 통제와 피드백으로 구성되는 경영 사이클(Management Cycle)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일이다. 첫 번째 과업인 계획 수립은 미래 일정 기간 동안 기업이 성취해야 할 목표와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방법을 결정하는 것이다. 계획 과정에서는 어제의 일들을 평가하고 반성한다. 그러나 과거의 일에 집착하지는 않는다. 미래의 기회와 변화를 엿보고, 기업의 내일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따라서 미래에 대한 바른 예측과 대응이 경영의 성패를 좌우한다. 바둑에서 현재의 포석이 미래를 위한 것이듯, 경영자들도 내일을 위해 오늘을 산다. 경영은 결코 과거에 매달리지 않는다.

우리네 삶도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미래를 향해 성장해 나가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용서와 타인에 대한 관심이다. 예루살렘에는 ‘야드 바셈(Yad Vashem)’이란 역사박물관이 있다. 과거 나치 독일에 의해 자행된 유대인 대학살의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국립기념관이다. 전시관의 맨 끝에는 이런 글귀가 쓰여 있다고 한다. “그들을 용서는 해 주자. 그러나 잊지는 말자.”

하지만 타인의 잘못을 용서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그들이 용서받을 자격이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더글러스 홀러데이(J. Douglas Holladay)는 ‘여덟 가지 인생 질문’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서해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우리의 삶을 더 좋게 바꾸기 때문이라고 했다. 용서는 우리의 미래를 자유롭게 하고, 타인을 향한 사랑과 관심을 경험하게 한다는 것이다. 용서하지 않는 것은 자신이 독을 마시고, 다른 사람이 죽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용서하고 용서받으면서 살아가야 한다.

과거 식민지 시절 일본이 저지른 만행에 대해 우리 국민은 용서 이전에 일본 정부의 진정한 사과를 바란다. 하지만 어떤 경우든 남에게 받아내는 사과는 진정성을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우리가 그리고 내가 용서하는 것은 진정성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자신이 한 일이기 때문이다. 진정한 용서가 되갚음을 이긴다는 것은 평범하지만 매우 확실한 진리다. 만행과 치욕을 어떻게 용서할 수 있겠느냐고 묻겠지만 훌륭한 품성과 높은 문화를 갖춘 우리 국민은 능히 해낼 수 있다.

갈등이 커지고 오래가면 당사자 모두가 심각한 불편과 고통을 겪는다. 누구나 상대방이 변화되기를 바라며, 또 변화시키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그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오히려 나를 바꾸는 것이 쉽다. ‘어린왕자, 두 번째 이야기’에도 같은 해답이 있다. “설령 고약한 이웃이 있더라도 그저 너는 좋은 이웃이 되려고 노력해야 하는 거야. 간단히 말해서 세상을 바꾸는 단 한 가지 방법은 바로 자신을 바꾸는 거야” 내가 용서하면 상대방도 마음을 열고, 그리고 바뀌게 된다. 용서는 아름다운 내일을 약속하는 위대한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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