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아닌 길 위에
누군가 쌓아 둔 돌탑
이끼가 틈을 벌리려 해도
꿈쩍하지 않는다
층층 모서리 끼어 맞춘
내공으로 보아
아파트 같은 라인에 사는
팔십 칠세 할머니쯤은 아닐까
비루한 오늘의 비탈을 나는 긁고
손톱 끝 닳은 할머니는
아무렇게나 버려진 폐지들을 펴서
반듯하게 층층이 포개 얹으신다
사람들 발길 닿지 않는
계단참 구석이
말없는 합장으로
붐빈다
◇서교현= ‘시인정신’ 신인상으로 문단 데뷔. 시집 ‘타클라마칸, 혹은 쥐똥나무를 위하여’. 현재 형상시학회 회장.
<해설> 길 아닌 길이란? 길이 아니라는 것을 넌지시 알려주는 그곳을 의미하는데, 낭떠러지이거나 돌이 흘러내리는 너덜겅 근처일수도 있는 그런 경계의 장소일 수도 있겠다. 결국 흘러가야 할 길을 하늘로 올려놓는 행위가 집중적이고 반복적으로 이루어진 것이 돌탑일 수도 있겠다. 시인은 또한 그런 돌과 돌의 틈새에 끼인 이끼를 단순한 이끼로 보지 않는다. 시인의 또 다른 현신일 수도 있으며 탑 또한 아파트 계단참에 가지런히 쌓아둔 할머니의 폐지 더미를 또한 탑으로 연결해 놓고는 비루한 자신의 소망을 빌고 있다. 객관적 어떤 상관관계에 발견의 미학을 보태고 있다. -박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