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수석의 통상이야기] 포퓰리즘적 브렉시트(Brexit)와 영국경제의 추락
[손수석의 통상이야기] 포퓰리즘적 브렉시트(Brexit)와 영국경제의 추락
  • 승인 2023.03.29 20:5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손수석 경일대학교 국제통상학전공 교수
포퓰리즘에 의한 브렉시트(Brexit)로 영국경제가 추락하고 있다. Brexit란 Britain(영국)과 Exit(탈퇴)의 합성어로 영국의 EU(유럽연합) 탈퇴를 의미한다. 영국은 2020년 1월 31일 EU를 탈퇴했다. 브렉시트 이후 영국경제는 높은 물가상승률과 극심한 노동력 부족, 외국인직접투자 유입 감소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영국이 이처럼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데는 여러 요인들이 있지만 전문가들은 ‘브렉시트’를 가장 핵심적인 요인으로 들고 있다.

EU 시장 탈퇴에 따른 각종 수입품에 추가적인 관세 부과로 인한 무역 차질, 기존의 통관시스템과 인력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통관 지연 문제, 수출계약의 복잡화, 인증·표준과 관련된 문제 등으로 영국은 공급망이 불안정해져 물가가 상승하기 시작했다. 브렉시트 이후 파운드화 폭락(12%)으로 인한 수입 물가 상승도 물가 상승의 요인이다.

특히 영국은 브렉시트 이후 기술이나 자격을 갖춘 외국인들(숙련노동자)에게만 이민 포인트를 주고 일정 포인트 이상인 사람들에게 취업비자를 발급하는 새 이민제도를 시행했다. 그 결과 외국인 노동자가 33만 명이나 순 유출되어 중소기업 등은 극심한 노동력 부족(주로 저숙련 노동자 부족)과 임금 인상 사태를 겪고 있다.

이러한 결과 2022년 영국의 임금 상승률은 7.4%로 1999년 이래 최대치로 상승했다. 그러나 영국의 인플레이션율은 유럽 최고인 10.7%에 달해 7%대의 임금 상승률로는 부족하다는 인식이 압도적이다. 영국의 소비자들은 수십 년간 겪어보지 못한 최악의 생계비 위기를 겪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2월 1일에는 영국의 교사, 공무원, 기관사 등 최대 50만 명이 대규모 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급기야 많은 젊은 외국인 노동자들도 이런 생계비를 감당하지 못해 영국을 떠나고 있다. 브렉시트 이후 외국인직접투자의 유입도 현저히 감소하였다. 브렉시트로 인한 이러한 모든 결과는 영국의 성장 동력을 약화시키고 물가 상승의 악순환을 초래했다.

브렉시트의 배경은 여러 가지다. 첫째, EU 회원국 의무에 따라 동유럽 출신 이민자와 중동 난민들이 영국으로 대거 유입되면서 영국인들의 일자리가 위협받을 뿐만 아니라 이민자들의 세금 낭비, 생계형범죄 증가 등으로 영국 저소득자들의 불만이 컸다. 둘째, 영국이 매년 EU에 분담하는 31조 원 이상의 예산을 영국의 경제 활성화와 국내 복지에 사용하는 것이 훨씬 이익이라는 목소리가 커졌다. 셋째, 2012년의 그리스와 스페인 재정위기로 인해 독일과 영국 등이 채무를 대신 부담하고 있지만 영국이 EU 내에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은 커지지 않았다.

이와 같이 EU는 영국에게 책임만 강요하고 혜택은 주지 않는다는 불만이 컸으며, 영국의 선거철마다 EU 탈퇴 문제는 자연히 선거의 핵심 쟁점이었다. 보수당 대표이며 ‘EU 잔류파’인 캐머런 총리는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요구를 2014년 주민투표로 잠재운 ‘달콤한’ 경험이 있다. 그래서 그는 2015년 총선에서 잉글랜드의 ‘반EU 정서’와 ‘민족감정’에 호소하며, 만약 총선에서 노동당이 승리하면 스코틀랜드(‘친EU 정서’)지역에서 많은 의석을 차지한 스코틀랜드독립당(SNP)에 노동당이 휘둘릴 것이라며 보수당 지지를 호소했다. 그리고 보수당이 승리하면 2017년까지 Brexit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공약했다. 결과 23년 만에 처음으로 보수당 단독 과반 의석을 차지하여 자신감에 찬 캐머런 총리는 2016년 6월 23일 예상보다 일찍 브렉시트 국민투표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마음속으로는 ‘EU 잔류’를 희망했던 캐머런이 이러한 승부수를 던진 결정적 이유는 국민투표 결정 직전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EU 잔류(52%)’가 ‘EU 탈퇴(48%)’보다 높게 나왔기 때문이다. 고작 오차범위 내 접전인 찬반양론이 뜨거운 주제였음에도 캐머런은 여론조사의 결과만 맹신하고 국민투표를 제안했다. 결과는 ‘탈퇴 찬성’ 51.9%, ‘탈퇴 반대’ 48.1%로 자신의 예상과 달리 브렉시트로 결론이 났다. 결국 Brexit 국민투표는 캐머런 총리가 사임하는 자충수가 됐을 뿐만 아니라 영국경제를 위기에 빠뜨렸다.

가디언지에 따르면 현재 영국인의 57%가 EU 재가입을 원하며 브렉시트를 후회하고 있다고 한다. 브렉시트의 배경이 된 이민자 유입 반대는 결국 ‘노동자 부족’이라는 영국경제의 발목을 잡는 한 요인이 되었다. 그리고 브렉시트로 인한 영국의 연간 GDP 손실액은 브렉시트 배경이 된 ‘EU 분담금(31조 원)’의 9배에 달한다는 분석도 있다. 이러한 영국의 경제위기는 캐머런처럼 포퓰리즘을 일삼는 정치인이 국가를 운영하면 아무리 큰 경제 대국이라도 경제가 순식간에 침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대외의존도가 높은 경제구조를 가진 나라는 더욱 그렇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