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논단]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살펴보며
[교육논단]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살펴보며
  • 승인 2023.04.13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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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견숙 대구영선초등학교 교사, 교육학 박사
더 글로리의 큰 성공, 고위 공직자 자녀의 학폭 사건 등 학교폭력 문제에 대한 논의와 관심이 지속해서 이어지면서 마침내 며칠 전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이 발표되었다. 우리 사회에는 다양한 정책들이 필요하지만 사실상 정책들이 실제로 실현되기까지는 공분적 사건과 같은 문제뿐만 아니라 정치, 정책, 국민적 관심 등 다양한 ‘흐름’들이 결집할 때만이 이루어질 수 있다. 학교폭력에 대한 엄정한 처분을 담은 이번 정책 역시 각종 흐름이 빠르게 결집하면서 촉발된 셈이다.

이번에 발표된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은 가해 학생에 대한 엄벌주의, 피해학생에 대한 지원 강화, 학교폭력에 대한 학교의 교육력을 높이는 세 가지 방향을 기본 골자로 하고 있다.

이번 대책에 관한 가장 확고한 정책적 기조는 ‘가해학생에 대한 엄벌’이라고 생각한다. 학교폭력 조치는 서면사과의 1호에서 퇴학의 9호까지 나누어져 있다. 그 중 6호(출석정지), 7호(학급교체), 8호(전학)의 사항은 졸업 후 2년 동안 생활기록부에 기록이 유지되다가 삭제되었었는데 이것이 4년으로 그 보존 기간이 늘어났다.

또한 보존 기간이 2년인 4호(사회봉사), 5호(특별교육)과 더불어 6호, 7호는 2~4년의 보존 기간 전에 졸업 전 심의를 통하여 삭제할 수 있는데, 이 심의에서도 반드시 피해학생의 동의 확인서, 소송 상황 등을 확인하게 하여 사실상 가해학생이 피해학생에게 용서를 받지 않는 이상 삭제가 용이하지 않도록 하였다. 이러한 기재 내용도 ‘학교폭력 조치 상황란’이라는 기재란을 새로 만들어서 별도로 기재된다.

대입에 대한 학폭 가해자의 불이익 역시 가중된다. 각 대학에서는 앞으로 학생부 위주의 전형뿐만 아니라 수능, 논술, 실기, 실적 위주의 전형까지 학폭 조치사항이 반영된다. 대학마다 이제 어떤 식으로 학폭을 반영해야 할지 고민이 클 것이다. 대한민국의 교육에서 입시는 대단한 위상을 가지고 있기에, 학교폭력이 대입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도록 조치한 것은 엄벌주의적 처분의 마지막 카드처럼 느껴진다.

학교폭력에 대한 학교의 권위도 다소 높아졌다고 생각된다. 사안 발생 시 즉시 시행될 수 있는 학교장의 긴급조치에서 학급교체까지도 가능하게 했으며, 지시를 위반할 때 그 처분을 가중할 수도 있게 되었다. 한편, 가·피해 학생에 대한 즉시 분리의 기간을 3일에서 7일로 늘렸다. 학교폭력 사안 처리와 관련한 담당 교사의 업무도 경감하는 등 업무에 대한 지원도 높아질 예정이다. 학교폭력 사안에 대한 학교의 집행력이 강화된 만큼, 이에 대한 대응력도 높아질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번 대책의 기조가 이러하니 초등학교 저학년을 ‘폭력’으로 보지 말고 학교폭력예방법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자는 이전의 미온적 논의들은 쑥 들어갈 정도로 무색해졌다. 사실 저학년 사이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학교폭력’으로 규정하지 않으면 악성 민원이 없어질 것이라는 생각은 사회상을 반영하지 못한 이야기 아닌가 한다.

이번 대책에는 학교폭력에 대한 강제적 사항들뿐만 아니라 인성, 체육, 예술교육을 활성화하는 등 폭력 없는 학교를 위한 근본적인 변화를 위한 노력도 담겨 있다. 대구시교육청 역시 마음학기제 등 인성교육에 대하여 큰 공을 들이고 있으며, 회복적 생활 교육에 대해서도 적극적이다. 그러나 이번 대책에서 경각심을 높이는 엄정한 대책들이 대부분인 것은 최근의 치밀하고 다양한 학교폭력의 사안들에 어쩔 수 없는 사회상의 반영이며, 이에 대해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학폭 가해자가 원하는 대학에 못 가게 하는 것’이 근본적으로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아니라는 것은 당연하게도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다만 우리는 학교폭력이 가해자의 인생에 대학입시와 같이 한 사람에게 평생토록 꽤 지대한 영향을 줄 만큼의 큰 잘못이라는 것에 동의할 뿐이다. 학교폭력 가해자가 된다면 대학도 못 가게 하는 초유의 사태가 조금은 안타깝지만, 다양한 정책적 논의 끝에는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방안에 도달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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