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돈봉투 소묘
[대구논단] 돈봉투 소묘
  • 승인 2023.04.30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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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하 변호사
더불어민주당 2021년 5월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프랑스 파리경영대학원(ESCP)의 방문 연구교수로 파리에 머물고 있던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4.24. 남은 일정을 포기하고 귀국했다. 송 전 대표는 귀국 기자회견에서 ’자신은 이러한 돈 봉투 건에 대하여는 알지 못하고, 오늘이라도 소환하면 적극적으로 응하겠다”라고 밝혔지만, 검찰은 다음 날인 25. 송 전 대표를 전격적으로 출국 금지했다.

지금까지의 언론 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이정근 더불어민주당 전 사무부총장의 알선수재,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수사하던 중 지난 2015년 5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윤관석, 이성만 의원 등 송영길 후보 캠프 관계자 9명이 공모해 전당대회에서 송영길 전 대표를 당선시키기 위해 국회의원과 대의원 등에게 총 9천400만 원을 살포한 혐의를 포착하고 수사를 진행 중이며, 송 전 대표가 이러한 돈 봉투를 살포하는 것을 인지하고 이를 묵인한 것을 넘어 적극적으로 범행에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고 한다.

검찰이 확보한 소위 ‘이정근 녹취파일’에는 송 전 대표가 관여했음을 뒷받침하는 정황이 다수 포함되어 있으며, 관련 증거 등을 통해 사실관계를 거의 파악하였고 혐의 입증에 자신을 보인다고 알려졌다. 검찰은 정해진 수사 일정에 따라 공여자 조사를 통해 금품을 받은 국회의원 등을 특정한 뒤, 최종적으로 송 전 대표를 소환할 것이다.

지난 우리 정치사에서도 유권자에게 고무신, 밀가루, 설탕, 담배 등 생활용품을 살포하는 것은 물론 관광버스 수 십 대를 빌려서 무료 관광을 시켜주고, 심지어 지역 내에서 영향력이 있다고 주장하는 인사나 유권자에게 돈 봉투까지 살포하는 부끄러운 시절이 있었다. 우리 정치사의 어두운 단면이기도 했던 돈 봉투로 대변되던 금권선거는 국민의 인식 변화, 선거 범죄에 대한 엄중한 처벌, 선거 자금에 대한 선거법의 엄격한 통제, 정치적 인사와 사건에 대한 언론의 세밀한 보도 등으로 인하여 사라졌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의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사건은 구시대 유물로 여겨졌던 선거판의 돈 봉투가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유령처럼 우리 주위를 배회하고 있었다는 것을 다시 일깨워주었다.

지난 2008년 국민의 힘 전신인 한나라당의 전당대회에서 당시 당 대표 후보였던 박희태 후보가 소속 의원에게 돈 봉투를 돌린 사건을 담당했던 1심 재판부는 정치권의 돈 봉투 관행에 대해 “대의제 민주주의 및 정당제 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할 수 있는 것으로 큰 죄의식 없이 법을 무시하고 돈으로 선거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침해해온 관행에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라고 꾸짖은 바가 있다.

그로부터 10여년이 지났음에도 우리 정치권은 아무런 각성도 없이 구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국민을 허탈하게 만든다. 나아가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들의 시대에 뒤떨어진 시각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붓고 있는 격이다.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전당대회에 뿌려진 300만 원의 돈 봉투가 ‘식사비나 기름값 정도밖에 안 되는데 무엇이 문제냐’는 식의 발언을 했다가 사과를 하였고, 같은 당 장경태 의원은 “50만 원은 사실 한 달 밥값도 안 된다”라고 발언하여, 50만 원의 긴급생계비 대출을 받기 위해 수만 명이 몰렸다는 언론기사를 남의 나라 이야기로 만들었다.

국민은 지난 시절 일반 유권자에게 지지를 부탁하면서 뿌렸던 검정 고무신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등에게 뿌려진 300만 원의 돈 봉투의 본질은 같다고 생각한다.

전당대회는 정당의 비전과 정책을 놓고 경쟁을 벌이는 정당정치의 근간이다. 민주당의 돈 봉투 사건이 만약 사실이라면 이는 돈으로 표를 사는 행위로서 민심을 왜곡시키는 ‘공공의 적’이자, 대의민주주의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민의가 왜곡되어 선출된 대표는 정당성을 확보할 수 없을뿐더러, 이정근 씨를 당내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사무부총장에 임명한 것처럼 위임된 권력을 공적인 목적이 아닌 사적인 목적을 위하여 사용할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1년도 채 남지 않은 내년 총선을 의식해서, 돈 봉투 파문에 휘말린 송영길 전 대표를 꼼수 탈당시키는 방법으로 꼬리 자르기를 시도하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을 것이다. 오죽하면 ‘민주당 2중대’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정의당마저 이러한 민주당의 행태에 대해 “돈 봉투의 본질은 민주당 내에 팽배한 ‘악의 평범성’이며, 돈 봉투 수수 의원들과 지역위원장들을 밝혀내고 징계하기는커녕 책임 꼬리 자르기에 급급한 당 지도부까지 책임의식과 성찰 능력을 상실했다”라고 비난대열에 합류할까 싶다.

집권 경험이 있는 공당에서 매표행위가 버젓이 일어났다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다. 부끄러움을 모르고, 부패로 연결된 권력과 절연하지 않은 채 잔꾀만 부린다면 그 끝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모습일 것이다. 지금이라도 민주당은 관련자들을 징계하고, 지도부도 이 사태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기 바란다. 그 길만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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