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우 칼럼] 윤석열과 문재인
[윤덕우 칼럼] 윤석열과 문재인
  • 승인 2023.05.01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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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우 주필 겸 편집국장
윤석열 대통령이 5박 7일 미국 국빈 방문을 마치고 30일 오후 귀국했다. 윤 대통령의 국빈 방미는 2011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국빈 방미 이후 12년 만이다. 윤 대통령이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핵 위협에 맞서 확장억제(핵우산)를 실질적으로 강화한 ‘워싱턴 선언’을 도출한 것을 대통령실은 이번 방미의 최대 성과로 꼽았다. 방미 기간 중 최대 화제는 단연 지난 27일(현지시간)연방하원 본회의장에서 진행된 윤대통령의 44분간 영어연설이다. 연설제목은 ‘자유의 동맹, 행동하는 동맹’이었다. ‘자유’가 46번이나 등장했다. 연설도중 23번의 기립박수를 포함해 56번의 박수가 나왔고 기립박수 도중 환호하는 의원도 있었다. 500여석에 달하는 상·하원 의원 좌석에 거의 빈자리가 없었다. 한국 대통령이 미국 의회에서 연설한 것은 윤대통령이 7번째며, 영어연설은 5번째다. 영어로 연설한 대통령은 이승만·노태우·김대중·박근혜·윤석열이다. 윤 대통령은 이 연설에서 “세계도처에서 거짓 정보가 민주주의를 위협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 국빈 방문을 놓고 김정은 옆에서는 부동자세, 중국에서는 ‘혼밥(홀로 식사)’논란, 미국에서 ‘홀대’ 등을 겪었던 문재인 세력들이 일제히 포문을 열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8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아낌없이 퍼주는 ‘글로벌호갱(호구 고객)외교’라는 참으로 굴욕적인 상황을 맞았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국민 사기 외교, 깡통회담 등 거친 표현들을 쏟아내고 있다.

대통령의 해외순방은 국격 제고와 국익 증대를 위해 필수적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재직 중 30차례에 걸쳐 56개국을 순방했다. 미국은 가장 많은 7차례나 방문했다. 문 전 대통령의 미국 방문은 공식 실무 방문이나 사적 방문이 대부분이었다. 외국정상의 방문형식은 국빈 방문, 공식 방문, 실무 방문, 사적 방문 등으로 나뉜다. 문 전 대통령의 해외순방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혼밥’과 ‘한국기자단 폭행사건’으로 시끄러웠던 중국 국빈 방문(2017년12월13~16일)이다. 한·중수교 25주년을 맞아 이뤄진 국빈 방문이었지만 3박4일 동안 10번의 식사 중 둘째 날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만찬, 넷째 날 천민얼 충칭시 당서기와의 식사를 제외한 8번을 ‘혼밥’했다. 리커창 당시 총리는 오찬 약속도 지방 출장을 이유로 취소했다. 하지만 리커창 총리는 당시 베이징에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국빈 방문 기간 동안 이를 취재하던 우리나라 사진기자 2명이 폭행당하고 구둣발로 짓밟히는 수모를 당했으나 문 정부는 중국 당국에 공식 항의조차 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국빈 방문 당일 공항 입국시부터 홀대 논란에 직면했다. 영접나온 중국측 인사가 차관보급이었다. 그로부터 1년 전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방문때는 왕이 외교부장이, 2017년10월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문 때는 양제츠 국무위원(부총리급)이 영접했다. 베이징대 특강 내용도 문제가 됐다. “중국은 높은 산봉우리”라며 “중국이 법과 덕을 앞세우고 널리 포용하는 것은 중국을 대국답게 하는 기초”라고 칭송했다. 이어 “중국몽이 중국만의 꿈이 아니라 아시아 모두, 나아가 전 인류와 함께 꾸는 꿈이 되기를 바란다”며 “한국도 작은 나라지만 그 꿈에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공동성명도 없었다. 2018년 4월 27일 판문점에서 이뤄진 ‘판문점 선언’ 체결 당시 김정은이 평화의집 방명록에 서명하는 동안 문 전 대통령이 부동자세로 서있었지만 이 선언은 문재인 정권 임기 중에 휴지조각이 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난 2021년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으나 오찬을 겸한 37분간의 회담이 전부였다.

윤석열 대통령의 이번 국빈 방미와는 비교될 수가 없다. 바이든 대통령은 30일(현지 시각) 윤석열 대통령의 귀국길에 맞춰 트위터에 윤 대통령의 국빈 방미 기간 장면들을 담은 1분 42초짜리 동영상을 올렸다. 해당 영상에는 두 정상 간의 친교 행사를 비롯해 한미 정상회담 장면들이 두루 담겼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과 한국의 동맹은 국경 공유가 아니라 민주주의(democracy), 자유(liberty), 안보(security), 무엇보다 자유(freedom)라는 공통의 신념에서 태어났다”며 한미동맹을 강조한 글귀도 올렸다. 신냉전 시대가 가속화되고 있다. 힘을 내세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대만을 둘러싼 미중 긴장이 계속되고 있다.

핵·미사일을 고도화한 북한은 30일 한미의 ‘워싱턴 선언’을 비난하며 ‘군사적 억제력’ 강화를 다짐했다. ‘워싱턴 선언’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한 결과물이다. 좌파들의 특징은 선동이나 쇼에 능한 전문가들이 많아서 포장을 잘한다는 점이다. 잘한 것은 잘못한 것처럼, 잘못한 것은 잘한 것 처럼 선동하는 기술이 뛰어나다. 북한 주민들처럼 선동전술에 넘어가는 국민들도 적지 않다. 모처럼 이룬 윤 대통령의 방미 성과가 물거품이 되지 않도록 치밀한 대국민 설득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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