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답한 대구의 원룸촌은 저를 매우 힘들게 했다. 산책할 곳 하나 없이 매연을 마시며 아스팔트 길을 걸었다. 골목 골목을 나름대로 산책처럼 여기저기 구경했다. 사실 구경이랄 것도 없지만…. 늘 보던 집들이고 새로울 것 하나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다. 그건 집마다 키우던 화분이었다. 갑자기 궁금해졌다. ‘왜 화분을 키우지?’ 많은 사람이 도시 속에서 살아가지만, 자연과 함께하려는 마음이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가로수도 심고 집마다 화분을 둔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면 그나마도 화분의 식물이 계절을 알려주고 싹을 내며 위로를 건네는 것 같았다. 제대로 된 화분이 아닌 페인트통에서도 예쁜 꽃을 피워내는 식물이 삭막한 회색 도시를 생명으로 품어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겉으로는 사람들이 화분을 품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화분 속 식물이 끊임없는 생명력으로 사람들을 토닥이며 품어주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시야를 조금 더 넓혀서 생각해보면 울타리 옆 나무들, 작은 공원들도 넓은 도시 안의 화분 같은 존재들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누군가의 관심과 상관없이, 부여된 어떤 역할과는 상관없이 열심히 살아간다. 계속해서 태양을 향해 자라나는 식물의 모습을 보면 나도 열심히 지금을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몇 년 전부터 화분을 키우기 시작하면서 화분의 식물과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공통점을 발견한다. 식물도 화분이 아닌 자연 속에서 자랐다면 좋았을 텐데…. 어쩌다 보니 화분이라는 작은 곳에 갇혀 사람과 살아가게 되었지만, 그 속에서 꽃도 피우고 열매도 맺는다. 이곳이 아니라고 다른 곳만 바라보며 기다린다면 아무런 변화도 없겠지만 식물은 끊임없이 생명력을 발휘한다. 그러한 생명력이 내게 위로이자 나도 열심히 살아가야지 하는 힘을 얻는다. 연약해서 혼자 서지도 못할 것 같은 식물이 흔들리며 꽃을 피워낸다. 그런 모습을 보면 별이 하늘에만 떠 있는 것이 아닌, 땅 위에서도 별이 피어나는 것 같다. 지금을 열심히 살아내다 보면 그 노력들이 모여서 꽃을 피우고, 별이 되는 것 같다. 그런 노력들이 의미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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