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논단] 학교의 적정 규모
[교육논단] 학교의 적정 규모
  • 승인 2023.05.11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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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견숙 대구영선초등학교 교사 교육학 박사
지난달 교육부는 2027년까지 신규 교원 채용 수를 1,000명~1,400명가량을 줄이는 방향의 교원수급계획을 발표하였다. 거의 30%에 육박하는 감원율이다. 2027년까지 공립 초·중등 학생 수가 약 58만 명이 감소할 예정이고, 2038년에는 그 감소 수가 170만 명이 넘을 것이라는 통계청의 추계 결과를 반영한 것이다. 교육부는 이러한 정책이 학령인구에 대한 감소에 따른 학교 현장의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는 방침이란다.

교육부는 이러한 발표에 더하여 인구감소지역의 소규모학교나 인구 유입지역을 위한 교원 배치, 정보 교과 교원이나 초등학교 1~2학년 학습지원 교원의 증원 등 교원의 증원이나 충원도 충실히 반영하겠다고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훨씬 적은 수의 교사가 뽑히게 된다는 사실에는 변화가 없다. 지역소멸은 더욱 빨라질 우려가 생겼다. 그러면서 교사의 교육의 질 제고를 위한 지원을 하겠다니, 어불성설이다.

'적정규모'라는 말이 있다. '적정(適正)'은 '알맞고 바른 정도'를 뜻한다. 적정규모는 목적을 고려할 때 가장 합리적인 규모로 수익, 생산력 등이 최대가 되는 규모를 의미한다. '적정규모 학교'란 교육목표를 가장 효과적으로 도달하기 위한 학생 수를 가진 학교를 말할 것이다. 적정규모 학교의 규모는 몇 명이다, 등으로 따로 정해진 것은 없다. 최근 뉴스를 통해서 전남교육청이 적정규모 학교의 학생 수를 30명에서 10명으로 줄였다는 소식을 들었다. 10명 이내의 학교 혹은 통합을 희망하는 학교 등이 학교를 통합하거나 폐교하게 되는 것이다.

사실 적정규모 학교는 단순히 소규모 학생을 가진 학교의 통폐합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학교 규모에 비하여 지나치게 학생 수가 많은 경우도 적정규모가 아니다. 이러한 학교들도 적정규모의 학교로 육성해야 한다. 통폐합을 고려하는 농어촌지역의 시도교육청 역시 개발지구 등을 중심으로 학생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오히려 학교의 신설이 필요한 곳들이 있다. 결국 학령인구 자체는 소멸하지만 모든 곳을 줄여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거다. 교원에 대한 수급 계획 역시 단순한 학령인구에 대응하여 줄이기만 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러한 지역은 학교의 신설, 증설 등이 불가피하다. 사실 대구 역시 줄어드는 학생 수를 가진 학교 말고도 과밀 학급을 가진 학교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러한 학교들이 적정규모를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교원 수급 정책의 중요한 관점이다.

교육부는 적정규모에 대한 정책을 대학에도 마련하고 있기도 하다. 대학이 교육부에 자율 혁신 계획을 제출할 때 대학의 적정규모에 대한 계획을 반드시 포함하여야 한다는 것이 그러한 정책 중 하나다. 자율 혁신 계획은 사실상 교육부의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과 직접적 관련이 있기에, 대학은 반드시 이를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한 마디로 학교별로 적정규모를 위해서 정원 규모를 줄여나가지 않으면 정부의 재정지원이 끊기게 된다는 거다. 결국 각 대학은 필수적으로 나름의 정원감축을 시행해야 한다.

대구시교육청 역시 적정규모 학교를 육성하기 위하여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학교 설립 시 초·중학교, 혹은 중·고등학교 등 '통합운영학교'의 가능성을 우선하여 검토하고 있다. '통합운영학교'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중학교와 고등학교와 같이 여러 학교급이 건물을 같이 쓰면서, 한 명의 교장 아래에서 체제가 운영되는 학교를 말한다. 더불어 학교 공간을 지역의 주민과 공유하는 등의 효율적 사용을 고려하기도 한다. 이러한 것들 역시 학령인구의 변화에 대응하는 정책들이라 할 수 있겠다. 당장 7월 이후 군위군이 편입된 이후로는 적정규모 학교에 대한 정책에 대한 논의를 더욱더 수면 위로 떠 올려 구체적인 고민을 시작해야 할 지도 모른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몇 곳의 학교가 통폐합되거나 분교화가 추진될 예정이라는 소식도 들었다. 대구에서 사라지는 학교 소식을 듣는 것은 참 생소하면서 한편으로 슬프다. 그러나 이제 도시에서도 인구절벽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일종의 경각심을 피부로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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