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정치인의 위선
[대구논단] 정치인의 위선
  • 승인 2023.05.14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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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하 변호사
미국 정치 칼럼니스트인 마이클 거슨은 정치적 위선이란 ‘의식적으로 가면 마스크를 사용하여 국민을 속이고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얻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더불어민주당의 김남국 의원의 가상자산(코인)보유 의혹이 시간이 지날수록 점입가경이다. 최초 60억 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보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그 후 28억 원어치 코인을 더 보유했던 정황이 드러났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양파껍질이 벗겨지듯 또 다른 의혹이 꼬리를 물면서 제기되고 있다. 무상으로 코인을 받았다는 의혹과 자신이 P2E(Play to Earn, 게임을 하면서 돈 벌기) 시장의 기축통화 역할로 설계된 위믹스 코인을 보유한 상태에서 P2E 합법화의 길을 트는 법안을 발의했다는 이해충돌 의혹도 받고 있다.

‘매일 라면만 먹었고, 아이스크림 하나를 안 사 먹을 정도로 한 푼 두 푼 아껴가며 근근이 생활하고 있다.’라고 가난하고 검소한 청년 정치인으로 이미지를 포장해 온 김남국 의원이 수십억 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보유하고 있었다는 언론 보도는 시쳇말로 국민의 뒤통수를 제대로 한 대 친 것이다.

김 의원은 언론을 통해 처음 가상화폐 보유 의혹이 제기되자 “개인의 민감한 금융정보와 수사 정보를 언론에 흘린 것은 윤석열 라인의 ‘한동훈 검찰’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국민의 힘 이준석이 가상화폐에 투자해서 선거 3번 치를 정도의 돈을 벌면 자랑이 되는 것이고, 민주당 김남국이가 투자해서 돈 벌면 문제가 되는가?”라고 본질을 흐린 변명과 물타기로 일관하다가, 당내는 물론 여론의 강한 질타를 받자 지난 5. 9. 뒤늦은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정작 소상하게 밝혀야 할 자금출처와 투자 규모, 경로 등에 대해서는 제대로 밝히지 않고 지금까지 해명도 사실과 달라 국민적 공분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도 김남국 의원의 국회의원으로서의 자질을 의심하게 하는 것은 김 의원이 청문회와 법안심사 등 국회 상임위원회 회의 도중 수시로 코인거래를 한 정황이 드러난 점이다. 특히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인 김 의원이 작년 3. 22. 법안심사소위 회의와 같은 해 5. 10.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 회의, 그리고 11. 7. 이태원 참사 현안보고 질의를 위한 법사위 회의 중에도, 코인거래를 한 정황이 언론 보도로 밝혀지고 있다. 헌법과 국회법에 따른 청렴의무와 국익우선의무, 그리고 품위유지의무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의정활동보다 자신의 재산증식에 전념한 김 의원의 행태에 대해서는 할 말을 잃는다.

필자는 자본주의의 총아로 떠오른 김남국 의원의 모습에서 기시감과 함께 이미지와 현실의 묘하고도 극렬한 불일치가 생각난다. 부(富)를 소유한 기득권층을 매도하면서, 자신은 그러한 부(富)에 집착하고 있는 강남좌파로 대변되는 진보진영 정치인들의 이중성은 김남국 의원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7년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시절 인사청문회에 30년 된 낡은 가방을 들고 와 청렴한 이미지를 얻었고, 이로 인해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영전까지 하였지만, 임대차법이 시행되면서 전셋값 인상률이 5%로 묶이기 이틀 전에 자신의 청담동 아파트 전셋값을 무려 14%나 올린 것이 밝혀진 후 경질된 김상조 전 정책실장은 이중성의 끝을 보여주었다. 하긴, 문재인 정권의 한 민정수석은 보유하고 있는 강남의 아파트를 처분하는 대신 민정수석을 사퇴하기도 했다.

위선의 사전적 의미는 ‘겉으로만 착한 체를 하거나 거짓으로 꾸밈’이다. 쉽게 말해 겉과 속이 다르다는 이야기다. 사실 사람들이 위선으로부터 자유롭기는 어렵다. 하지만, 일반인들의 위선과는 달리 정치인과 지도자들의 위선은 엄격한 잣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지도자는 국익을 지켜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고, 정치인은 말과 행동이 다르면 자신을 선택한 유권자들을 속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권력을 가진 공직자 중에서 자신의 거짓과 위선에 대해 미안함보다 진영논리에 기대어 당당하게 행동하는 사례를 종종 보아왔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 대학생 위원장이 기자회견에서 “청년 정치인을 자청했던 김남국 국회의원 가상화폐 몰빵 투자는 수많은 청년에게 박탈감을 느끼게 했고, 앞에서는 가난함을 강조하고, 뒤에서는 막대한 시세차익을 챙기는 위선적 행태를 근절해야 한다.”라고 밝힌 것처럼 진보 진영의 이러한 위선이야말로 가장 시급하게 청산해야 할 구시대적 적폐이다.

값싸고 낡은 운동화를 신고 대중들 앞에서 사람 좋고 어리숙한 미소를 짓는 김남국 의원이 그 어디에선가 냉혹한 표정으로 자신에게 아낌없이 손뼉을 쳐주던 대중들을 비웃으며 권력을 이용하여 재테크에 열중하는 모습을 상상하면, 영화 유주얼 서스펙트(The Usual Suspect, 1996)의 진범이 밝혀지는 순간이 떠오른다.

공직의 무게를 감당할 깜냥도 없는 소인배 하나로 온 국민이 화병이 날 지경이다.

김남국 의원이 지난 일요일(14일) 전격적으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다고 하였지만, 그것으로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을 벗어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서민의 탈을 쓴 위선 정치인’이라는 비판이 억울하다고 생각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김남국 의원은 국민에게 사과하고 국회의원직을 내려놓기 바란다. 국회의원직은 그대에게는 너무 무거운 자리이며, 여의도 의사당은 그대가 있을 곳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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