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대형화된 산불
[대구논단] 대형화된 산불
  • 승인 2023.05.18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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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환 전 경산시교육장
우리 어릴 적에 우리나라 산은 말 그대로 벌거숭이 산이었다. 동네 사람들은 땔감을 하러 보통 4km 이상 산길을 가야 했다. 지게를 지고 등 넘어 재 넘어가는 토끼 길은 무섭고 험한 길이었다. 그만치 땔감 나무가 귀하였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온 국민의 산림녹화로 지금은 모든 산이 산불에 탈 연료로 가득 차 있다. 소나무 밑에 갈비는 층층이 쌓여 있고 아카시아, 잣나무, 참나무, 소나무, 담쟁이덩굴 등이 간벌이나 가지치기가 제대로 되지 않은 채 얽히고설켜 사람들의 출입을 막고 있다. 산불이 대형화할 조건을 갖추고 있다.

2022년 3월, 울진산불이 일어나던 날 우연히 울진에 있었다. 산불을 피해 불영사 방향으로 갔다. 우리 쪽으로 불지 않던 바람이 이내 방향을 바꿨다. 뜨거운 연기가 매캐하다. 불길은 사람들이 가늠할 수 없었다. 가는 길을 포기하고 식당에 들어갔다. 손님들이 이런저런 말을 했다. ‘산 밑에 사는 팬션 주인이 쓰레기 태우다 산불을 내었데,’ ‘쓰레기 태운 시간은 오전이고 불은 저녁때 났다던데’ 그러나 산불을 낸 범인은 아직 잡히지 않고 있다.

산불은 누가 내는 것일까?

2023년 강릉산불처럼 강풍에 나무가 부러지면서 전봇대의 전선이 끊겨, 산불이 일어나는 일도 있으나 대부분은 사람들의 작은 실수로 일어난다.

최근 10년 동안 낙뢰로 추정되는 산불은 43건뿐이다(2023. 4월 말 현재). 산불 중 입산자 실화가 31.8%, 논 ·밭 두렁 소각이 12.5%, 쓰레기 소각이 12.7%로 전체 산불 절반 이상이 사람에게서 비롯된다. 추위가 가고 봄이 되면 사람들은 들로 산으로 나간다. 농민들은 논두렁 밭두렁을 태운다. 작년 농사에 사용하던 비닐, 고춧대, 농산물 찌꺼기들도 함께 태운다. 모두 산불의 원인이 된다. 농촌에 사는 노인들이 비닐이라도 태우다 바람에 불 조각들이 날아가면 감당하지 못한다. 노인들은 ‘어어’소리만 내었지, 불을 끌 엄두를 내지 못한다. 설혹 불을 끄러 간다고 해도 불의 속도는 노인의 속도보다 훨씬 빠르다. 대형 산불이 된다. 산불의 피해는 엄청나다. 산불로 소실되는 임야는 연평균 축구장 12,000개 정도라고 한다.

산불이 났을 경우 산촌에 사는 노인들은 어정거리기만 할 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안은 헬기와 진화차뿐이다. 산에는 산림 관리용 임도가 있다. 그러나 임도는 충분하지 않다. 환경 단체들이 산림 생태에 나쁜 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반대하여 임도를 만들지 못하기 때문이란다. 험난한 산악지형에선 임도가 없으면 진화차와 진화대원이 접근할 수 없다. 우리 산림의 ha 당 임도는 3.97m에 불과하다. 일본은 23.5m이다. 특히 국립 공원은 임도가 전무하다. 임도가 없으면 산불 진화 차들이 현장에 접근할 수 없다. 진화 작업을 하다 밤만 되면 손발을 놓는다. 안타까운 일이다. 전국에서 헬기가 집결하지만, 소용이 없다. 산림 관계자들은 임도 개설을 위해 훼손되는 산림보다 임도가 없어 산불로 타는 산림이 수십, 수백 배 될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환경 단체는 참 부지런하다. 경부고속철도 경주∼부산 구간 건설 때 J 스님과 환경 단체의 농성으로 철도 공사가 지연되어 국민 세금 2조 원 이상이 낭비되었다. 그때 그들이 걱정하던 천성산 도롱뇽은 지금도 건강하게 살고 있다. 스위스는 산악국가이며 산악 관광으로 먹고산다. 스위스는 알프스산에 1871년부터 유럽 최초의 산악 열차를 운행하였고 그 후로 많은 열차와 케이블카를 설치·운행하고 있지만, 자연재해 등의 문제는 일어나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스위스에 환경 단체가 없는 것은 아니다. 생각해볼 일이다.

산불의 주범은 우리 인간들이다. 인간의 조그마한 실수로 인하여 불이 나고, 몇 분 사이에 대형화되어 우리의 소중한 재산을 잿더미로 만든다. 우리는 산불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산불 진화는 이제 사람의 힘을 넘어섰다. 산불이 났을 때 우리는 하늘을 날아다니는 소방헬기를 볼 수 있다. 엄격히 말해서 소방헬기는 인명 구조용이다. 차제에 산불 진화용 고성능 헬기(담수량 1만 리터 이상) 도입을 확대하고, 임도를 확장하는 등 산불 진화 요건을 재정비하여야 한다.

경상북도는 대형 산불에 대응하는 ‘경상북도 119 산불 특수 대응단’을 조직하여, 지난봄에 도내 대형 산불을 조기 진화할 수 있었다. 이 단체는 산불로 인한 인명과 산림, 시설물 등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특성화 조직이다. 전국의 각 지방 자치단체에서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아무리 바람이 산불을 싣고 날아다닌다 해도 인간의 의지는 이길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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