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살아야 우리가 산다] 둘로 쪼개진 숲 복구하고 영천 랜드마크 만들자
[자연이 살아야 우리가 산다] 둘로 쪼개진 숲 복구하고 영천 랜드마크 만들자
  • 채영택
  • 승인 2023.05.18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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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천연기념물 오리장림
1500년대 하천 범람 방지
오리, 즉 2㎞ 길이 숲 조성
환경 보전·쉼터·일터 역할
초기 12종, 현재 21종 470여 본
화북면에선 오리장림 향해 동제
주민 안녕 염원 담긴 비보림役
보현산 향하는 우회도로 건설
노화현상 심각 안식년제 운영
산림치유·숲 해설공간 활용을
오리장림내부모습
오리장림 내부 모습.

경북 영천(영천시청)에서 북쪽 보현산 방향으로 약 15km정도 가면 오리장림이라는 숲이 있다. 인근의 지형과 지세를 보면 오리장림은 면봉산 방각산 방가산 봉림산 등에 둘러싸여 있다.

천연기념물 404호인 영천시 화북면 자천리의 오리장림. 오리장림의 오리는 거리 단위로 십리길마다 심었다는 시무나무와 같이 당시 마을에서 숲을 만들 때 오리 즉 2km나 되는 길이로 숲을 조성을 했다는 말이다. 천연기념물의 지정은 문화재보호법에 노거수나 군락지 그 밖의 유형이 역사적 학술적 경관적 가치를 띄는 식물 문화재를 말한다고 되어 있다.
 

자천천
오리장림 옆으로 자천천이 흐르고 있다.

오리장림이 근래에는 자천리라는 동네 이름을 따서 자천숲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워진다. 현재 오리장림 전체가 천연기념물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다. 수계를 보면 국가 하천인 금호강의 제2 수계인 고현천이 마을 앞을 흐르고 있는데 이를 마을 사람들은 동네 이름을 그대로 따서 고현천이라 하지 않고 자천천이라 부른다.

이 숲은 1500년대 마을의 안녕을 위해 마을 앞을 흐르는 자천천이 홍수로 범람해서 농사를 망치는 것으로부터 보호하고 뿐만 아니라 제방도 보호할 목적으로 만들었다. 그 외 이 숲의 가치로는 환경 및 문화 보전, 쉼터로서의 가치, 화합 장소로서의 가치, 일터로서의 가치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숲이 하는 역할 중 하천이 하는 기능 중에서 가장 중요하면서 기본적인 홍수 방지는 제방을 따라 나무를 심으므로써 물이 일시에 범람하여 농지 침수 뿐만 아니라 유속으로 인해 토석류가 농경지에 쌓이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면서 제방도 보호가 되는데 이 제방이 보호가 되는 이유는 나무는 자라서 숲이 되고 그 숲으로 사람들이 모여들고 사람의 왕래가 잦으면 숲은 휴식처가 되면서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답압으로 인해 제방의 둑이 점점 더 흙의 공극 사이가 좁아지면서 단단히 다져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제방 틈 사이로 흐르는 작은 세류(細流)로 인해 생기는 물관 통로를 없애서 둑이 터지는 것을 막아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숲이 재난과 재해를 방지하는 일차원적 기능에서 요즘은 사람들의 심신을 안정시켜 주는 장소이자 사계절 변화하는 잎과 줄기의 변화를 볼거리로 제공해 주는 면에서 다차원적인 기능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얼마전 오리장림을 찾은 적이 있다. 봄의 한 가운데서 연록색 잎과 조금 먼저 짙은 색깔로 바뀐 잎들이 바람에 살랑거리는 모습을 바라보며 무한한 행복감을 느끼기도 했는데 너무나 아쉬운 것은 숲의 한가운데로 보현산 천문대로 향하는 아스팔트 길이 커다란 숲의 심장부를 반으로 갈라 놓았다는 점이다.

숲을 지나가는 운전자의 입장이나 길을 가로질러 건너는 숲의 여행객들의 입장에서 바라볼 때 매우 위험한 순간들이 많이 목격되었다. ‘천연기념물 제404호 영천 자천리 오리장림의 원형 규명’이라는 연구에서 임원현(2013) 교수는 현재 오리장림의 내 외부 수목의 크기를 조사한 결과 비슷한 크기의 나무들이 다수 있다는 점을 발견한 근거를 들어 원형 복구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오리장림의 원형은 복구되어야 할 것이다. 숲 가운데로 길이 만들어져 숲은 둘로 쪼개지고 또한 현재 보현산녹색체험터 자리가 과거 자천중학교였는데 폐교가 되므로 인해 이곳은 어린이들의 친환경 놀이터로 변모하여 영천 뿐만아니라 타지역에서도 많은 어린이들이 이곳 녹색체험터에서 교육 문화적 체험을 하고 돌아간다. 당연히 체험터 공간의 재조성으로 인해 일부 오리장림 숲은 또 다시 훼손되었다.

녹색체험터로 새롭게 탈바꿈한 자천중학교의 변신은 매우 적절한 시대적 산물로 칭찬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오리장림이 가지고 있는 가치는 방풍과 홍수 방지 기능을 넘어 역사 문화적 기능도 함께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즉 비보림으로서의 기능도 함께 갖추고 있는데 마을의 역사와 문화 등 공동체적 삶의 원형을 간직하고자하는 마을 주민들의 염원이 함께 담긴 숲이라는 점이다. 비보의 의미는 이곳 자천마을이 가지고 있는 좋은 기운이 밖으로 새어나가지 못하도록 하며 마을을 벗어나 들어오는 사악한 기운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즉 오래 전부터 정착한 마을의 부족한 풍수적 부분을 보완해 주는 기능을 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사실은 세월이 지난 지금도 변함없는 자연의 법칙이다.

그렇다면 이곳 숲의 나무들은 어떤 종류들이 살고 있을까. 현재 21종 470여 본이 자라고 있는데 느티나무 왕버들 팽나무 굴참나무 상수리나무 회화나무 말채나무 등 21종이다. 특히 참나무 종류 일부는 수간부 아랫 부분이 볼록하게 자라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수많은 사람들의 답압으로 뿌리가 제대로 뻗어나가지 못해서 생기는 병리적 현상이다. 나무를 그냥 바라보면 신기할 것 같지만 나무의 삶이라는 관조적 입장에서 바라보면 나무의 아픔이 전해져 옴을 느낄수 있다.

초기 연구의 결과는 대략 12종으로 그동안 간간히 부분 복구로 수종이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다. 기타 주변 식생으로는 구기자나무 쥐똥나무 분꽃나무 등 다수가 있고 낡은 시설물과 안내판 등은 새롭게 단장을 해야할 것 같다. 마을 동제는 지금은 지내지 않고 있지만 현재까지 화북면제는 보현산 쪽을 향해 지내고 있는데 이때 오리장림이 당숲이 된다. 그 외 7월에 논매기가 끝나고 노는 회초와 서리초라는 풍습은 힘겨운 논매기를 끝내고 한바탕 마을 잔치를 벌이는 행사다. 물론 이 풍습은 지금은 사라졌다. 단오 때는 인근 지역인 청송 사람들까지 이곳 오리장림에 와서 숲은 그야말로 사람들이 넘쳐났다고 한다. 이것이 영천시의 국가지정 식물문화재이자 유일한 천연기념물인 오리장림의 현주소다.
 

도로
영천 오리장림숲 한가운데로 도로가 개설되면서 숲이 두동강 났다.

기후위기 시대에 걸맞게 이제 오리장림도 숲의 원형을 제대로 되살렸으면 한다. 영천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숲이 풍요로운 녹색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우선 마을숲의 랜드마크 격인 이곳 오리장림의 변신부터 필요하다. 가장 큰 문제는 숲의 중심부가 갈라지므로 인해 숲을 찾는 사람들이 안심하고 나무의 변화가 주는 숲복지 혜택을 누릴수 없다는 점이다. 차들이 많이 다니는 도로를 이리저리 살펴서 건너편 숲으로 가야 하고 매연과 소음 문제 등 봄부터 가을까지는 찾아오는 사람들이나 지나가는 차량들로 인해 사고의 위험과 불편함을 많이 느끼는 것이 사실이다.

오리장림이 산림복지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길 바라면서 몇 가지 제안을 해보면 첫째, 마을 숲을 지키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숲 가운데를 지나는 도로의 우회 건설이다. 둘째, 도로를 우회 건설을 한 후 이곳에 있던 아스팔트를 걷어내고 넓어진 공간의 일부는 숲으로 복원하고 나머지 공간은 관찰 데크를 설치하는 일이다. 데크는 뿌리를 보호하고 사람들의 답압을 방지하는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 셋째, 현재 기존 숲 사이로 나 있는 산책로에도 보행 및 관찰 데크를 최소한 넓이로 설치해 뿌리를 답압으로부터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다. 바닥에는 지피 식물로 음지식물인 맥문동 등을 심어 경관을 확보하고 사람들이 일정한 공간으로만 다닐 수 있도록 나무의 안식년제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지금의 나무들은 보면 대체로 수령에 비해 노화 현상이 심하기 때문이다. 넷째, 오리장림을 활용한 산림치유와 숲 해설 공간으로 산림복지문화 자원으로 활용해야 한다. 이 부분은 영천시에서 적극적인 지원이 있기를 기대한다.

오리장림에는 스토리가 있는 나무도 있다. 회화나무 한 그루와 느티나무 두 그루가 연리목을 형성하고 있는데 회화나무는 선조들이 최고로 치는 길상목으로 학자수라고도 한다. 따라서 영천의 산림복지는 인근에 있는 보현산 자연휴양림과 휴양림 속의 목재문화체험장, 방가산 돌탑, 그리고 보현댐을 연결하는 산림복합문화관광벨트로 연결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먼저 상처 입은 마을 숲의 복원이 시급할 것이다. 마르코 멘칼리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오리장림이 ‘치유하는 나무, 위로하는 숲’으로 거듭나길 바라며 영천을 대표하는 자연자원으로 최고의 랜드마크가 되길 바라본다.
 

 
글·사진 = 임종택 <생태환경작가·다숲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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