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수석의 통상이야기] ‘유럽반도체법(The European Chips Act)’의 영향과 대응 방안
[손수석의 통상이야기] ‘유럽반도체법(The European Chips Act)’의 영향과 대응 방안
  • 승인 2023.05.24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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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석 경일대학교 국제통상학전공 교수
최근 EU는 반도체 부족 사태로 자동차 생산에 큰 타격을 받는 등 코로나19와 지정학적 긴장 고조 등에 의해 공급망 차질이 가중되었다. 그래서 EU도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를 통해 미국과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높은 반도체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지원정책이 필요했다. 게다가 한국, 미국, 일본, 중국 등 주요국이 반도체 미래기술 개발 및 공급망 확보를 위해 적극적인 지원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EU 또한 반도체 지원정책 방안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이에 따라 EU 집행위원회는 2022년 2월 8일 총 430억 유로(약 62조 원) 규모의 보조금 및 투자를 통해 역내 반도체산업을 육성한다는 ‘유럽반도체법(The European Chips Act)’의 입법을 제안하고, EU의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단계별로 제시했다. 그리고 2023년 4월 18일에는 EU 집행위원회, 이사회 및 유럽의회 3자가 ‘유럽반도체법’ 시행에 합의하여, 이제 형식적 절차인 유럽의회와 이사회의 승인만 남았다.

이 법안은 EU가 기존에 보유한 연구개발과 제조장비 기술 강점을 바탕으로 생산역량을 단기간에 확대해 2030년까지 EU의 전세계 반도체 생산 시장 점유율을 기존의 9%에서 20%로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EU 집행위원회는 기존의 반도체산업 투자 방식이 R&D에 편중돼 있음을 지적하고, 반도체 생산 및 수급 등 공급망 전 과정에 걸친 통합적 전략 수립 및 투자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EU 집행위원회는 당초 첨단 반도체 공장만 지원하게 돼 있었지만, 세부 내용 협의 과정에서 첨단기술뿐만 아니라 구형 공정 생산 부문과 R&D, 설계 부문 등 반도체 산업 공급망 전반으로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유럽반도체법’의 세부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2 나노미터 반도체, AI, 신소재 등 반도체 분야 차세대 연구에 대한 투자 진행. 둘째, 110억 유로 규모의 유럽 반도체 이니셔티브를 마련하여 설계 및 생산역량을 강화. 셋째, 역내 공급망 안정을 위한 반도체 설비인 ‘통합생산설비’ 및 ‘개방형 EU 파운드리(생산 공장)’ 체계 구축. 넷째, ‘유럽반도체위원회’를 설립하고 공급망 위험 평가와 조기경보시스템 수립. 다섯째, 반도체 관련 주요국과 수출통제 정보공유 강화 및 국제표준화 작업에 대한 ‘국제협력관계 구축’ 등이다.

‘유럽반도체법’ 계획 발표를 전후해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투자도 줄을 잇고 있다. 대만의 TSMC도 독일 드레스덴 반도체 공장 건설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의 울프스피드도 독일 자를란트에 독일정부의 지원(20%)을 받아 27억 5천만 유로를 투자하여 세계 최대 최첨단 반도체 생산시설과 연구개발 센터를 짓는다. 미국 인텔도 최근 영국의 반도체 설계전문기업(팹리스)인 ARM과 동맹을 맺고, 독일 정부의 지원(40%)을 받아 독일에 170억 유로(약 25조 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스위스의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도 이탈리아 정부의 지원(30%)을 받아 이탈리아에 7억 3천만 유로 규모의 최첨단 실리콘카바이드(SiC) 웨이퍼 공장을 건설한다. 독일 시스템 반도체 기업인 인피니언도 반도체법 지원(10억 유로)을 받아 독일 드레스덴에 50억 유로(약 7조 3천800억 원)를 투자하여 역대 최대 규모의 반도체 공장을 짓는다.

이처럼 EU의 반도체 제조 역량이 강화될 경우, 메모리 반도체가 주력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시스템 반도체에 경쟁력이 있는 유럽 기업들과는 직접적인 경쟁 관계는 아니므로 당장은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오히려 유럽 내 반도체 생산 설비 수요 증가로 국내 소재·부품·장비기업들의 유럽 진출 기회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며, R&D 부문의 한-EU 상호협력 방안을 모색할 필요도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시스템 및 차량용 반도체에 투자를 늘려가는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잠재적 경쟁 관계가 된다. 특히, 세계 반도체 소비의 20%를 차지해 세계 3대 반도체 소비시장인 EU가 자급 생산력을 갖출 경우, 반도체 공장 유치와 인재 확보에 글로벌 총력전을 벌이고 있는 미국, 대만, 한국, 일본, 중국 사이에 글로벌 반도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우리도 R&D 투자를 강화하는 등 향후 우리의 반도체 공급망 관리를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 밖에도 향후 EU의 반도체 인증체계 수립 동향이나 ‘유럽반도체법’의 남은 입법 절차 진행 과정을 상세히 모니터링하고 법안의 최종확정 시까지 정부와 관련 기업들은 우리 업계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여 대응 방안을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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