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도 외국인도 사찰식 맛보고 ‘엄지 척’
MZ세대도 외국인도 사찰식 맛보고 ‘엄지 척’
  • 이지연
  • 승인 2023.05.25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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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사 사찰음식체험관 인기
10대 “야채 싫어하는데 맛나”
20대 “SNS 업로드하면 인기
별 것 아닌 재료에서 깊은 맛”
프랑스 요리학교에서도 방문
사찰음식체험
프랑스 요리학교 교사와 학생들이 대구 동화사 사찰음식체험관 수업을 한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찰음식체험관 제공

왼팔 한가운데 단연 눈에 띄는 그림(타투)을 새긴 10대 청소년이 숟가락을 든 채 엄지를 치켜올렸다.

평생 사찰 음식은 접해볼 일 없으며 먹어보고 싶지도 않다고 단언했던 남학생의 반전이었다.

서양요리 전공인 이 학생은 결국 남은 반찬 모두를 집에 되가져가는 알뜰한 모습까지 보여 이목을 끌었다.

불교에서 허용하는 승려들의 음식인 ‘사찰음식’이 MZ세대(1981~1996년생인 밀레니얼세대와 1997~2012년생인 Z세대를 MZ로 묶어 부르는 신조어)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SNS를 기반으로 남과 다른 이색적인 경험을 추구하며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는 세대의 특징이 불교문화와 맞아떨어지며 호기심과 관심이 참여와 경험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한불교조계종 제9교구본사 팔공총림 동화사 사찰음식체험관에 10대~30대 방문이 늘고 있다. 관계자에 따르면 수업 정원 20명 중 40~50대가 5~6명인데 반해 10~20대가 절반을 넘는다.

대부분 템플스테이 연계로 참여하지만 개인 참가율도 증가하고 있다. 가족 단위나 개인 레슨을 위해 찾기도 한다. 코로나19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던 템플스테이 덕분인지 수업 참여율은 거의 100%다.

템플스테이 연계 수업으로 참여한 A(19)씨는 “평소 관심이 없었을뿐더러 음식 만들기 전 재료가 빈약해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화려한 서양요리에 비해 사실 별다른 감흥이 없을 줄 알았는데 막상 맛을 보니 재료 자체의 맛을 궁극적으로 느끼게 하는 음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놀라워했다.

중학교 3학년인 참여자 B씨는 “야채를 굉장히 싫어하는 편이다. 가지나물비빔밥을 만들었는데 너무 맛있었다. 남은 재료는 모두 가져가 엄마한테 맛보여 드리고 싶다”고 웃었다.

알록달록 야채들의 향연에 인스타에서도 사찰음식 사진은 인기라고 했다. 20대 여성 취향 저격 등의 댓글들도 심심찮게 보인다.

대학생 C(여·22)씨는 “예쁜 꽃을 음식으로 만든 화전을 인스타로 보고 흥미가 생겼다. 기회가 되면 꼭 경험해 보고 싶어 친구와 신청했다. 다른 음식들도 재료는 분명 소소한데 깊은 맛이 난다. 야채 색감이 좋아서 찍어둔 사진들도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음식도 음식이지만 사찰음식 하나로 사교의 장이 만들어진다. 음식 하나로 친밀도는 급격히 상승한다. 주재료의 맛을 충분히 살리는 사찰음식 의미에 인간 본연의 ‘하나됨’이 어우러진다.

최근 프랑스 요리학교 교사와 학생들이 사찰음식 수업에 참여했다. 서문시장에 널렸다는 강사진의 만류에도 이들이 고국으로 돌아가며 챙긴 기념품은 ‘동화사 사찰음식체험관’이 쓰여진 앞치마였다.

이들 중 한 참가자는 “만두는 몇 번 만들어 봤지만 지금껏 먹어보지 못한 맛에 굉장히 놀라웠다”고 감탄해했다.

사찰음식은 사찰에서 먹는 모든 음식으로 맛을 즐기는 식도락이 목적이 아닌 궁극의 깨달음을 얻기 위해 육신을 유지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다. 요즘은 대중음식점 등에서도 접할 수 있고 일반인들에게도 친숙한 음식이다.

동화사는 2015년 사찰음식체험관을 만들어 여러 강좌를 통해 대중들에게 널리 알리고 있다.

김정희 사찰음식체험관 팀장(동국대 교수)은 “재료 본연의 음식을 느끼게 함으로써 맛 평가보다 이를 대하는 자세나 태도, 배려를 배우게 되는 데에 더 큰 의미가 있다. 재료를 키워내고, 음식을 만들고, 이를 맛보는 이들 모두 사람이기 때문”이라며 “중생을 향한 부처님의 가르침이 모든 과정의 근본일 것” 이라고 강조했다.

이지연기자 ljy@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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