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명당? 큰 책임 따르는 자리' 항공기 비상구 좌석 관리대책 절실
'최고의 명당? 큰 책임 따르는 자리' 항공기 비상구 좌석 관리대책 절실
  • 이지연
  • 승인 2023.05.27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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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적 넓은 공간으로 여객기 이용자들에게 '최고의 명당'으로 불리는 비상구(Emergency Exit Seat) 좌석에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격언을 연상케하는 사고가 지난 26일 대구공항에서 발생했다. 

제주공항에서 대구를 향하던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비상구 좌석에 있던 30대 남성이 착륙 3분여를 앞두고 비상문 레버를 당기며 강제 개방을 시도했다. 213m(경찰 추산)상공에서 비상문이 열렸고 엄청난 기압 차이로 순식간에 객실 안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결국 이 여객기는 210여m 상공에서 문을 연 채 착륙했고 탑승객 12명이 호흡 곤란 등을 호소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이번 사건을 두고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비상구가 이렇게 쉽게 열리는 것이었냐'는 질문들이 잇따르며 여객기 출입문에 대한 안전 관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반적인 여객기 출입문은 비상 상황에 대비해 안에서 신속하게 열고 나갈 수 있도록 고안됐다. 여객기가 수면에 비상 착륙하거나 기내 화재 발생 시 신속한 대피가 우선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비상구 좌석에 앉은 승객은 다른 승객들의 대피를 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 

비상구 좌석은 예약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으며 일부 항공사에서는 영어에 능통하거나 건장한 성인 남성 위주로 좌석을 배정하기도 한다. 현직 직업군인들을 우선적으로 한다는 얘기도 공공연히 나돌 정도다. 승무원의 지시를 이해하고 건강한 신체조건을 갖춰 탈출 시 타인을 도울 수 있어야 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기에 상대적으로 넓은 좌석공간임에도 마냥 좋은 자리로 보기는 무리가 있다. 비상상황에서 승무원을 도와 대피를 도와야 할 막중한 책임이 따르는 자리기 때문이다. 실제 8년 전 모항공사에서 비상구 좌석에 만 15세 미만 승객을 배정했다가 적발돼 국토교통부가 과징금으로 2천500만원을 부과하기도 했다. 

이번 사고가 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비상구 좌석에 앉은 30대 남성A씨도 신장 180cm에 체중 약 100kg으로 건장한 체격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유사 시 다른 이들을 도울 수 있는 객관적인 조건을 갖췄음에도 A씨의 주관적인 사정이 작용하면서 194명의 승객과 승무원 모두를 위험에 빠트렸다. 

안타깝게도 비상상황이 아님에도 출입문이 열린 사례는 여럿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2월 베트남 다낭행 대한항공 항공기에 탄 60대 여성 승객이 출입문 레버를 화장실 문 손잡이로 착각해 강제 개방한 일이 있었다. 출입문이 강제로 열리면서 탈출용 슬라이드가 활주로쪽에 펼쳐져 대체 여객기로 옮겨 겨우 이륙했다. 조사결과 60대 여성 승객은 비상구 좌석을 이용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4월 이륙을 위해 활주로를 향하던 일본 후쿠오카행 에어부산 항공기에선 70대 승객이  창문을 열기 위해 슬라이드 레버를 당긴 바람에 출입문이 열리는 소동이 일어났다. 이 때문에 2시간 20분 가량이 지체됐고 비상구 좌석에 70대 노인을 앉게 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이외에도 유사 사례 대부분은 항공기 이륙 전에 발생했다. 이륙 후 높은 상공에선 출입문이 열릴 일은 거의 없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통상 여객기 출입문은 높은 고도에서 운항하면 내외 기압 차로 쉽게 열리지 않지만 이번 사건은 착륙 전 210m 상공에선 기압 차가 거의 사라져 비상장치만 작동시키면 문을 열 수 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A씨는 당시 출입문 덮개를 열고 레버를 돌린 뒤 문을 누르고 연 것으로 보인다. 

이에 급박한 상황에 대비한 탈출구로 잠금장치를 최소화했지만 승객 실수나 자의적 의도 등으로 한 순간에 모두를 위험에 빠트릴 수 있는 만큼 실질적인 보완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의 네티즌 B씨는 "비상구 옆에 앉은 적 있는데 레버 있길래 이거 돌리면 뭔가 있지 않을까 아님 걍 열리나 궁금했던 적이 있다. 진짜 맘만 먹으면 테러도 가능하겠다 싶더라. 좌석 지정에 정신관련 질환까지 살펴보기는 현실상 어려운 부분이라 겁이 난다"고 우려했다. 

또다른 네티즌 C씨는 "탈출을 쉽게 하는 자리라 비상구인 건데, 이전에는 비상시 승무원을 도와야 한다는 다짐이나 동의를 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최근 일부 항공사는 비상구 좌석을 유료로 판매하는 경우들도 있는 것 같다. 안전을 위해 좀 더 꼼꼼한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이에 대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강대식(국민의힘, 대구 동구을)의원은 "기압차로 지면에 가까울수록 열릴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번 사건을 계기로 보안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손쉽게 열 수 있도록 하는 게 비상구지만 승객 누구나 임의대로 만질 수 있어 위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면서 "다수의 생명이 달린 문제로 여당 의원으로서 정부와 항공사 등에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할 예정이며, 내달 열릴 상임위에서 현안 질의를 통해 구체적으로 논의가 될 것으로 본다. 당장 이번 연휴가 지나면 관련 사안에 대한 소집이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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