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내 안 뿌옇게 변해…순식간에 아수라장”
“기내 안 뿌옇게 변해…순식간에 아수라장”
  • 승인 2023.05.28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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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체전 참가 학생 60여명 탑승
일부, 고통 호소에 병원 이송돼
승객 도움으로 피의자 추락 막아
여객기출입문개방사고2
제주 육상 선수 2명이 26일 오후 4시께 대구 동구 파티마병원 응급실을 나서고 있다. 류예지기자

“착륙 안내 방송이 들리자마자 ‘악’하는 소리가 들렸고 돌아보니 다친 곳은 없는 것 같았으나 아이들이 심하게 놀라 과호흡과 경기를 일으키기도 했다”

착륙 중인 항공기의 출입문 개방 사고가 발생한 지난 26일 오후 제주 육상선수 지도교사 A씨는 대구 동구에 있는 파티마병원 응급실 앞에서 당시 상황을 짧게 전했다.

지도교사 A씨는 “비행기 바퀴가 바닥에 닿기 전이었던 것 같다. 갑자기 문이 열렸고 학생들이 너무 놀라 곳곳에서 소리를 질렀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많이 안정돼 가고 있지만 당시 모두가 너무 놀라 정신이 없었다. 아이들 심리 상태가 가장 걱정된다”고 했다.

파티마병원에는 제주 초등 육상선수 2명이 입원해 각종 검사를 한 후 안정을 취했다. 호흡 곤란 등 고통을 호소한 승객들은 지역 병원 곳곳에 분산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이날 오후 울산 전국소년체육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제주 초·중 학생 60여 명이 제주발 대구행 항공기에 올랐다.

응급실 앞에서 만난 13세 B군은 “몸은 괜찮은데 너무 울어서 눈이 아프다. 지금은 많이 안정됐다”며 “내일 경기에는 꼭 출전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들 초등학교 6학년 학생 2명은 파티마병원에서 안정을 취하다 3시간여 만인 이날 4시께 퇴원했다.

이날 ‘공포의 착륙’ 순간을 기억하는 시민들은 저마다 몸소리를 쳤다. 사고 피해자들은 비행기 폭발을 의심할 정도의 공포를 느꼈다고 입을 모았다.

승객 C씨는 “문이 열리면서 에어컨과 송풍기로 보이는 곳에서 순식간에 먼지가 나왔고 기내 안이 뿌옇게 변했다. 폭발하는 줄 알았다. 이렇게 죽는구나 싶더라”면서 당시 긴박했던 순간을 전했다.

또 다른 승객 D씨는 “승무원들은 다급히 안전벨트를 풀지 말고 앉으라고 안내했으며 기압 차로 고통스러워하는 아이들은 곳곳에서 울음을 터트려 기내 안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고 했다.

특히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사고 당시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급속도로 퍼지면서 피의자 바로 옆자리에 앉았던 일명 ‘빨간 바지’ 승객 이모씨의 인터뷰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씨는 착륙 순간에도 피의자를 끝까지 제지해 추가 피해를 막았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윤준(48)씨는 행정안전부 산하 국민재난안전총연합회 제주본부 상임부회장이다. 사고 당일도 제주 출장 뒤 생일을 하루 앞두고 대구로 복귀하던 길이었다.

이씨는 “대구공항에 다 왔는데 문이 열렸고 (피의자가)저를 보면서 웃으면서도 겁이 나는 섬뜩한 표정을 지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몇 초 사이 ‘탁’하며 안전벨트를 풀고 벌떡 일어났고 열린 출입문 앞에 있던 비상문 옆 벽면에 매달린 채로 뒤를 돌아봤다”고 했다.

그는 왼팔을 뻗어 피의자의 목덜미를 낚아채 제압했고 양손이 닿는 대로 피의자가 뛰어내리지 못하도록 해 더 이상의 피해를 막았다.

승객과 승무원이 모두 힘을 합쳐 대처한 덕에 이날 사고에서 추가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지연·류예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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