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푸르게 만나
하루를 백일같이
백일을 하루같이
마주 보며 사랑하리라
그리운 숲길
도란도란 웃음소리
서로가 서로에게 위안이 되고
톡톡 번지는 꽃망울
입가 꽃주름 고이 접히다
추억은 나무 그림자로 짙어 드니
백일을 읊었던 사랑의 노래
배롱나무 걸려 아롱지네
◇채화련= 2015년 《현대시선》 등단. 대구시인협회 회원. 시집 『날개로 지은 연서』가 있음.
<해설> 채화련 시인은 시의 바탕을 이루는 정서가 매우 밝다. “마주 보며 사랑하리라” “하루를 백일같이, 백일을 하루같이”는 결국 “우리 푸르게 만나”를 전제로 한다. 1연에서 시인이 꺼내놓은 이야기는 노래일 것이고 백일을 읊었던 사랑의 노래일진대, 기억에의 반추가 노래로 살아나고, 시인은 지금 백일을 번갈아 꽃 피우는 배롱나무를 부러운 눈길로 바라보는 건 아닐까. 여느 꽃이 화무십일홍인 데 비하면 도란도란 100일을 피는 배롱나무를 꿈꾸는 시인의 사랑은 과욕일까? 희망 사항일까? 아무튼 시인의 상상은 톡톡 번지는 꽃망울로 입가 꽃주름 고이 접히게도 하겠다.
-박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