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바라보던 그대
그대만 바라보던 나
서로의 눈빛 꺼밋해졌다
“함께”라는 이름을
우린 언제 얻을까
국숫발 같은 햇살 아래
활짝 벌린 입술이
아이들 뛰노는 운동장
둥근 트랙을 돌린다
가을 들녘에 커다란
맷돌을 옮겨 놓았나
캄캄한 목구멍에 놀라
함께 달려온 시간이
금빛 쟁반의 중심에서
너만 바라보는 나
분침 시침 쉬지 않고
돌리고 또 돌린다
◇김정옥= 포항 출생. 한국문인협회, 형상시학회 회원. 시집 ‘친숙한 문양’이 있음.
<해설> 맷돌, 운동장 트랙, 해바라기, 해, 둥근 것. 돌린다는 것. 이 모든 것의 중심에는 “함께”라는 말의 힘이 느껴진다. 개인주의와 타인으로부터 나 자신이 어떤 간섭도 받고 싶지 않아 하는 현대인들에게 “함께”의 의미는 배척되거나 퇴색되었을지라도 시인이 지금 돌리는 시간의 맷돌에는 찐득한 어떤 외로움이 묻어있다. 하나의 씨앗 껍질을 뚫고 나와 한 송이 꽃으로 해바라기는 서 있다. 햇살이 다녀간 흔적을 자신의 몸 안에 남긴다. 또한 서로를 ‘바라봄’으로 눈까지 까맣게 여물고 싶은 시인과도 눈을 맞춘다. 가을의 춤꾼이 해바라기가 아니고 시인은 자신이라는 것을 안다. 해서 마지막까지 함께 할 둥글음의 세계를 향해 손을 내밀고 있다.
-박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