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전우원과 김병연
[대구논단] 전우원과 김병연
  • 승인 2023.06.01 21:5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동환 전 경산시교육장
‘죽장에 삿갓 쓰고 방랑 삼천리 흰 구름 뜬 고개 넘어가는 객이 누구냐’

이 노래는 6070 이전 세대들은 대부분 아는 노래이다. 이 노래를 들으면 전두환 전 대통령이 생각난다. ‘방랑 김삿갓’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애창곡이다. TV에서 한두 번 그가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방영되었다. 그는 자신의 미래를 예견이나 하였는지 방랑객 같은 목소리로 불렀다. 지금도 가끔 ‘방랑 김삿갓’이 들리면 쓸쓸한 그의 모습이 오버 랩 된다.

요사이 우리 사회에 혜성 같은 이름이 등장했다. ‘전우원’이라는 젊은이다. 그러나 그에게는 좋지 않은 소문이 함께 따라왔다. 그는 마약 중독자다, 그는 방탕 생활을 하며 돈을 물처럼 쓰고 다닌다. 그는 이복형제들 간의 상속권 분쟁에서 불이익을 당한 불만을 엉뚱한 곳에 터뜨리고 있다. 그의 소문은 맞는 것도 있고 틀린 것도 있다.

전우원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둘째 아들 전재용씨의 둘째 부인(2007년 이혼) 최 모 씨의 아들이다. 그는 지난 3월13일부터 자신의 SNS에 전 전 대통령 가족의 비리와 각종 범죄 혐의에 대해 폭로하고 있다. 그는 유튜브 영상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전두환은 학살자이며 가족이 출처 모를 검은돈을 쓰고 있다’라고 비판한다.

전우원은 자신이 자살까지 시도했다고 밝히며, “제 가족들이 저의 정신과 치료 기록을 이용하여 ‘미친X’ 프레임을 씌운다”라고 주장한다. 그는 ‘폭로자 본인도 전두환 가족으로서 누릴 만큼 다 누려놓고 뒤늦게 손을 씻는다’라고 사람들이 비판하겠지만 ‘양심의 가책 때문에 폭로한다’고 했다. 또 ‘할머니께서 연희동 자택에서 일하는 아주머니들의 계좌로 학자금을 지원해줬다’며 ‘연희동 자택 금고 안에 엄청난 비자금이 있는 것’도 밝혔다.

그는 가족들로부터 ‘5·18 폭동’시 전두환은 민주주의를 수호한 인물이라는 교육도 받았다고 했다. 그는 계속해서 전두환 가족의 비자금 다툼과 범법 행위에 대해 폭로를 이어 가고 있다.

전우원은 귀국 후 광주를 네 차례나 방문하였다. 그는 그때마다 5·18 희생자 가족에게 사죄하였다. 그는 할아버지 전두환을 광주 최초의 발포 명령자라고 인정하며 할아버지 잘못을 대신 사과한다고 무릎을 꿇었다.

강원도 영월에 가면 김삿갓면이 있다 김삿갓면에는 김삿갓 묘가 있고, 김삿갓 문학관이 있다. 김삿갓 본명은 김병연(金炳淵 1807-1863)이다. 김삿갓 혹은 김립(金笠)이라고도 부른다.

論鄭嘉山 忠節死 嘆金益淳 罪通于天(논정가산 충절사 탄김익순 죄통우천)

‘가산군수 정시의 충절을 찬양하고, 역적 김익순의 죄를 탄핵하라’ 김병연이 백일장을 치를 때 나온 시제이다. 1811년 평안도 일대에서 홍경래가 주도한 농민의 난이 일어났다. 홍경래 군은 가산·박천·선천을 차례로 함락시켰다. 가산 군수 정시는 홍경래 군에게 항복하지 않고 대항하다 죽었고, 선천 부사 김익순은 재빨리 몸을 피해, 항복하여 홍경래에게 높은 직책을 받았다.

김병연은 평소 정시를 존경하고 김익순을 경멸하고 있었다. 그의 평소 생각은 시에 그대로 나타났다. 정시는 천고에 빛나는 충신으로, 김익순을 백번 죽어도 아깝지 않은 만고의 비겁자라고 묘사하였다. 그는 장원이 되었다. 어머니께 이를 자랑하였다.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면서 김익순이 김병연의 친할아버지라고 고백하였다. 그는 그 순간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할아버지를 춘추의 필법으로 질타한 것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너의 가문은 으뜸가는 장동(壯洞) 김씨요, 너는 순(淳)자 항렬이구나. 이처럼 성은을 두터이 입었는데 의를 저버렸구나. 너는 한번 죽음은 가볍고 만 번 죽어야 마땅하다.’ 김병연은 하늘을 우러러 생을 이어갈 수 없어 방랑의 길을 떠났다.

전우원과 김병연의 타킷은 할아버지이다. 그러나 전우원은 할아버지에 대한 비난을 계속 이어가고 있고, 김병연은 반성과 후회의 나날을 보냈다. 물론 김병연의 시간은 성리학의 나라 조선이었다. 성리학은 인간관계론 중심의 학문이다. 그중 부모는 인간관계에서 가장 우선순위이다. 조선의 폐주 광해군도 정적 영창대군은 사사하였지만, 대군의 모후이자 광해군의 새어머니 인목대비는 사사하지 못하였다.

전우원과 김병연, 그 둘에 대한 판단은 전적으로 독자의 몫이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