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갤러리] 자화(自畵)
[대구갤러리] 자화(自畵)
  • 승인 2023.06.05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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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철작-자화
 

 

이성철작-자화-그림자
 

예술을 이해한다는 것은, 인문학에서 말하는 논리나 과학이 말하는 분석적 사고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예술적 사고’를 필요로 하며, 같은 이유로 예술은 ‘무엇이다.’라는 정의가 어떠한 유의미한 결과를 낳는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단지 예술은 인간의 가치를 논하는 분야로써, 한 인간의 삶과 경험을 깊게 이해하고 그 가치를 발견하며, 결과적으로 그것을 기록하는 행위라고 생각하기에, 예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실’이며 또한 ‘순수성’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예술은 경쟁의 도구가 아니며, 자본과 상업적 가치 혹은 정치의 이기로 저울질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예술이 한 인간의 진실한 기록이라는 점에서, 작품은 가장 순수한 형태의 기록물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다른 분야와 달리, 미술은 작가와 감상자가 1:1로 만나는 행위이면서 동시에 작품이라는 변치 않는 형태의 매개물을 지니기에, 시대와 정신의 흐름에 따라 그 뜻이 변치 않으며 순수하게 작가의 뜻을 유지하고 진실하게 전달할 수 있다. 예술 작품은 한 인간의 가치를 담은 기록물이기에 순수한 그 자체로서 가치를 지니며, 결코 다른 무언가를 위한 장식품으로 인식될 수 없으며 그리되어서도 안 된다.

21세기의 대표적인 키워드는 아마도 ‘거짓’ 아닐까. 거짓부렁의 재주넘기에 부와 명예가 따라다니는 세상이지만, 그보다는 그저 ‘바보’로 살아가는 것이 편하다 여겼던 것 같다. 어리석었지만 지키고 싶은 어리석음이었고, 어려웠지만 지키고 싶은 옮음이었다. 마치 텃새가 터전을 맴돌 듯, 가까운 삶의 주변에서부터 바보의 가치를 찾아 몸부림쳤다.

인간의 근처를 살아가는 동물들을 바라보며 곧 인간과 사랑의 가치를 발견했지만, 그것은 바보로 살아가는 삶에 대한 혼자만의 위안일 뿐, 거짓으로 물든 마음들은 여전히 나에겐 진심을 전하고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도 높고 외로운 벽으로 존재하고 있었다. ‘벽’은 곧 나에겐 두껍게 막혀있는 타인의 마음이자, 상처받고 갈라진 나의 마음이었고, 갈라내어 부수고 싶은 타인의 마음이면서, 동시에 봉합하고 싶은 나의 마음이다.

나의 마음이 상처받고 상처받아 갈라지고 갈라져 부수어질 때면, 어쩌면 그제야 타인의 마음은 비로소 열리게 되는 것일까? 거기까지 나는 알 수 없다. 알 수 없지만, 어딘가 멀지 않은 곳에 항상 나를 응원하는 작은 꽃송이들이 있다는 것을 안다. 비록 벽의 두꺼움에 비할 바 아닌 작고 몇 안 되는 존재이지만, 이따금 그 존재를 느낀다. 그것이 신기루일지, 혹은 나조차 어쩔 수 없는 스스로에 대한 치기 어린 거짓부렁인지 역시 알 수 없지만, 지키고 싶은 치기 어림이고, 남기고 싶은 ‘사랑’이자 ‘진심’이다.

 

이성철 작가
이성철 작가
※ 이성철 작가는 계명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졸업하고 동대학원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대구 웃는얼굴아트센터 오픈갤러리와 대구 스페이스Bar에서 개인전을 열었으며, 대구 갤러리 더 블루 ‘쉼’전 등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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