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강 르네상스 시원을 찾아서] 間川이면 어떠하고 新川인들 어떠하리…
[금호강 르네상스 시원을 찾아서] 間川이면 어떠하고 新川인들 어떠하리…
  • 김종현
  • 승인 2023.06.07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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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신천에 대한 해묵은 논쟁
옛 선인들 한자 옮기는 과정서 新川으로 오류 범했다 추정
전문가 “오류로 붙여진 이름 뜻도 좋고 부르기도 좋아”
옛 물길 두고 새 물길 생겼다면 ‘新川’이라 부르는 게 맞고
인위적 구획 사이 흐르는 점에서 ‘間川’이라 보는 것도 적합
금호강찻잔속
금호강 찻잔 속. 그림 이대영

◇샛강(新川)의 생성에 대하여

지질학적으로 신천 생성에 대해서 간략하게 살펴보면, 지난 1994년 대구시민 한상근 님으로 의해 동신교에서 300m 가량 수성교 쪽에 57개(2003년도 경북대학교 양승영 교수 조사) 공룡발자국이 발견되었다. 그곳 신천 수중보의 하상(河床)은 북동 60도 방향으로 반야월층(半夜月層)이 생성되었다. 공룡 발자국은 이암(泥巖)이 분포되어 약 10m 두께(層厚) 안에 1개 층준(層準, stratigraphic horizon)에서 생겨났다. 신천의 주요물길(主流)은 12.5km이고, 유로전체(流路全體)는 27km 정도 되며, 유역면적은 165.3㎢ 정도나 되었다.

지질퇴적구조(地質堆積構造, geological accumulation structure)에 있어 건열(乾裂, sun crack)이 2개 층준(層準, stratigraphic horizon)에서 나타나고 있다. 암질을 기준으로는 하부에서 적색이암(赤色泥巖), 회색이암(灰色泥巖), 암회색(暗灰色) 셰일(shale) 순서로 쌓여있다. 신천 하상의 기반암(基盤巖)은 경상루층군(하양층군) 반야월층으로 암회색 셰일(dark gray shale), 회색이암(gray mudstone) 그리고 적색이암(reddish mudstone)으로 형성되었다. 층향(層向) 혹은 주향(走向, strike)과 경사(傾斜, dip)는 북동 60도에서 남동 10도다. 오랫동안 하천 침식작용과 하각작용(下刻作用, down-cutting)으로 공룡 발자국 화석 보존상태가 양호하지 않았다. 하상에 드러난 대략 10m 두께에서 하부로부터 250m가량 층준에서 만들어졌다.

그곳의 인근 중요지질구조는 퇴적암의 충리(層理)를 제외하곤 대부분 취성변형작용(脆性變形作用, brittle deformation)으로 단열절리(斷裂節理)가 형성되었다. 여기서 절리(節理, joint)란 가장 중요한 지질요소로 모든 퇴적암이 잘 드러나고 있으며, 특히 셰일과 이암이 충분히 드러났다. 많은 절리가 다양한 방향으로 불규칙하게도 보인다. 공룡 발자국 층에 나란한 방향이 가장 잘 드러나고 있다. 절리는 모든 퇴적암에서 층리면에서 수직방향으로, 여러 방향으로 불규칙해 보이나, 한두 개 주요 방향절리(方向節理, systematic joint)가 많다. 두 방향 이상의 규칙절리(規則節理, regular joint)들은 일정한 두께의 충리면(層理面, bedding plane)과 암반을 블록화하고 있다. 규칙절리(regular joint)들은 조사지점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다. 층리방향(層理方向, bedding direction)과 평행방향(平行方向, parallel direction)으로 만들어진 아수평적절리(亞水平的節理, subhorizontal joint)가 잘 생성되어 있다. 이렇게 건열퇴적구조(乾裂堆積構造, dry-cracked accumulation structure)가 만들어져 있는 것으로 천호퇴적환경(淺湖堆積環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곳에 살았던 선인들은 달구벌이란 사주산맥(四周山脈)으로 둘러쌓인 백리 벌판을 하나의 지단(鷄蛋)처럼 생각했다. 금호강과 낙동강을 백리 벌판 달구벌 난핵(卵核)을 둘러 싸고 있는 양강포란형(兩江抱卵形) 혹은 음양태극 형국(陰陽太極形局)으로 봤다. 그래서 난핵 혹은 태극에 해당하는 달구벌을 음양으로 양분하는 것을 샛강(間川) 혹은 간천(間川)으로 봤다. 그래서 신천을 음양단수(陰陽斷水), 요대수(腰帶水) 혹은 가장 흔히 명당수(明堂水)라고 했다. 이런 믿음이 달구벌 위정자들에게 치산치수(治山治水)의 방향을 제시했다. 앞에서 언급했던 최호원(崔灝元, 1421~ 1502) 부사의 발상도 여기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이서 판관의 풍수지리에 대한 요체는 “대구부(大丘府)의 진산(鎭山)인 연구산(連龜山) 사이로 흘러내려 가는 샛강으로 인해 읍내를 관통해서 지기(地氣)를 단절시키기에 물길을 막아야겠다(府鎭連龜山, 以其間流水, 把邑地氣流, 防川防氣了).”는 발상이었다.

위 두 분 위정자들의 방법론에서의 차이가 결과를 상이하게 했다. 최호원 부사는 “(음양의 조화를 이간질하는 간천을 막고자) 농번기에 군사를 동원해 제방을 만들었다(以軍防川).” 하필이면 농번기에 농민 200여 호의 세대원을 동원했기에 민폐를 극대화했다. 이를 빌미로 지역유림과 마찰을 야기시켜 탄핵까지 몰고 갔다. 그러나 1778(정조2, 戊戌)년에 이서 판관은 신천의 흐름에서 용머리 해당하는 용두산성 아래에다가 물 머리를 막아서(龍頭防川) “대구부 중심지기를 훑어내는 물길(奪府中氣水)”을 돌리고 제방에 숲을 조성해서(높이 10척, 길이 10여 리 제방) 홍수피해 최소화와 몽리면적(蒙利面積)을 최대화하는‘새로운 면모를 갖춘 개천(新樣之川)’으로 거듭나게 했다. 따라서 이에 감읍(感泣)한 백성들은 무진(戊辰, 1808)년에 중국 항주의 소공제(蘇公堤)를 모델로 이공제(李公堤)라는 명칭과 이서제비까지 세웠다.

◇간천·신천 ‘찻잔 속 태풍’

그다지 중요하지도 않은 문제(사물)에 대해 격렬하게 논쟁하는 걸 영국에선 ‘찻잔 속 태풍(storm in a teacup)’이라고 하며, 미국에서는 ‘찻 포트 속의 격노(tempest in a teapot)’라고 표현한다. 최근 대구지역 사학자들 간에 찻잔 속 태풍(マグカップの嵐)으로 대두된 문제는 바로 신천을 놓고 ‘샛걸(間川)’이냐 혹은 ‘새 걸(新川)’이냐는 논쟁이다. 단어 하나에도 신중성을 다하는 일본사람들에게 그런 논쟁이 있을 법하여‘신천과 간천에 관한 논쟁(新川と間川に關した論爭)’을 검색하고자 재팬야후 사이트(Japan Yahoo Site)를 찾아봤으나 아무것도 없었다. 이 점에서 대구 사람들의 이론무장과 주장에 대한 ‘부러질지언정 굽히지 않음(寧折不屈)’현상이 대단했다.

2000년 이후 대구시에서 ‘간천(間川)과 신천(新川)’을 언급하신 분으로 i) 대구가톨릭대학교 지리교육학과 전영권 교수는 2004년 ‘한국지역지리학회지’에 ‘대구 신천 유로에 관한 새로운 해석’이란 논문을 발표했으며, 2014년 향토사학자 이정웅(李貞雄) 선생은 ‘나무와 함께, 떠나는 대구인물’이란 저서에서 취급했다. 2016년 김선왕 전(前) 경북과학대학교 교수는 “일부 오류(샛강을 새로운 하천으)로 이름이 붙여지긴 했으나 뜻도 좋고 부르기도 좋은 데다 몇백 년 정착된 이름이라 바꾸자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옛 선인들이 ‘사잇개울(間川)’ 혹은 ‘샛강(間江)’을 한자로 옮기는 과정에서 신천으로 오류를 범했다고 오늘날 우리들은 생각한다. 그렇지만 우리가 생각하지도 못했던 고차원의 고민을 선인들께서도 해왔다. 바른 현상을 정확하게 표현하자는 취지에서는 i) 과거 물길(舊川)을 그대로 두고 새로운 물길이 생겼다면 ‘신천(新川, new river)’이 맞고, 두 개 이상의 대립적인 지형지물 혹은 인위적 구획(행정구획, 국경 등의 경계선 등)의 사이를 흐는다는 점에선 ‘간천(間川, middle river)’이 적합하다. 선인들의 고민(대의명분과 설득논리)과 기원(의미부여, 상징성 및 철학)에 대해서는 알고 있어야 앞으로 우리가 후손에게 솔직하게 까밝혀 놓았다가 손해 보는 꼴불견(솔까꼴, losing benefit by revealing it honestly)을 당하지 않을 수 있다.
 

 

글 = 권택성<코리아미래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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