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논단] 늘봄학교 정책을 바라보며
[교육논단] 늘봄학교 정책을 바라보며
  • 승인 2023.06.08 21:2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견숙 대구영선초등학교 교사, 교육학 박사
교육부가 지난달 2학기 늘봄학교 정책에 대한 운영 방향에 대하여 발표하였다. 늘봄학교 시범교육청과 시범학교를 늘리고, 중장기 발전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미래교육돌봄연구회를 구성하겠다고 했다. 법 제정을 통하여 늘봄 전담 교사를 별도로 양성하는 큰 제안도 하였다. 아직 운영 방향 단계만 밝힌 정도여서 그런지, 그래서 어떻게 늘봄 전담 교사를 뽑으며, 늘봄학교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답변에 대해서는 모호함이 남는다.

가장 먼저 학교가 지금까지 돌봄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서 사교육비, 학부모 경력단절, 저출산 등의 사회적 문제에도 영향을 주게 되었다는 교육부의 실태에 대한 파악 결과는 참으로 유감이다. 학교의 입장에서 허탈하기도 하다. 코로나 시기에도 멈추지 않고 오히려 증가했던 사교육비의 문제가 학교의 돌봄이 부족한 그것으로 인한다는 사실은 비약이다.

정규 교육과정 외에 아이를 봐줄 곳이 없으므로 사교육비가 늘어나고, 단지 학교의 돌봄이 부족하므로 부모의 경력이 단절되고, 그래서 급기야 저출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논리에 누가 동의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정말 아이들을 위한 추가적 돌봄을 학교가 맡게 되는 것으로 사교육, 경력단절, 저출산 문제 해결에 영향을 줄 수 있는가? 사실상 우리나라의 거대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좀 더 근본적인 정책적 해결점은 찾아가는 논의와 검토가 필요한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늘봄학교 정책이 필요 없다는 것이 아니다. 나는 개인적으로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분명히 늦은 시간에도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이 있을 것이고, 사회는 이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늘봄뿐만 아니라 미래의 학교는 어린 학습자만을 담당해야 할 것이 아니라, 결국은 평생 학습자를 위한 더 열린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에도 동의한다. 다만 교육부에서 말하는 것처럼 늘봄 교장 선생님과 같이 ‘늘봄교사제’ 정도를 만들어서는 그러한 학교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아마도 지자체가 맡아라, 학교가 맡으라 등의 운영 주체에 대한 문제가 학교로 사실상 귀결되고, 학교 현장에서 시범운영을 하면서도 인력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니 급히 내어놓은 대안이었을 것이다.

‘전략적 인적자원관리’는 인적자원을 조직전략과 연계하여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인적자원관리를 의미한다. 인적자원이 조직에 적극적인 가치를 제공하는 대체 불가능한 인적자원으로 이바지하기 위하여 적합한 조직은 선발은 물론 보상, 유인책 등을 활용하여야 한다. 학자들은 학교조직 역시 인적자원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학교조직에서의 인적자원이란 비단 교사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교육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학교 내 다양한 인적자원을 전략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이다. 늘봄교사, 늘봄교장 등의 정책적 아이디어가 도출되었을 때, 과연 학교조직에서의 복합적인 인적자원 관리 문제는 고려해 보았는지도 의문이다. 돌봄 수요에 부응하기 위하여 교사나 돌봄 전담사 등의 사람들이 더 필요하다면 어떤 방식으로 학교조직에서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지 인적자원 측면에서도 충분한 고민이 필요하다.

국정과제가 추구하고 있는 정말 양질의 돌봄, 세계 최고의 돌봄을 안정적이고, 수준이 높고, 차별 없이 추진하려면 사실상 근본적 정책적 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방식은 그냥 있는 돌봄에서 좀 더 많이 운영하고, 좀 더 오래 운영하는 수준의 돌봄이 될 수도 있다. 있던 돌봄 정책 위에 그냥 땜빵 식으로 필요한 정책을 갖다 붙인 셈이다. 누더기 정책이라는 말을 듣는 이유다.

늘봄학교를 포함한 각종 돌봄 정책들이 모든 정책 참여자의 어려움이 산재하는 무거운 과제임에도, 안타깝지만 아직 교육 수요자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반성도 있다. 이는 여러 학술 연구를 통해서도 돌봄교실에 대한 학부모 요구가 양적으로든, 질적으로든 아직 만족할 수준이 아니라는 결과들에서 확인할 수 있다. 돌봄교실 최대 이해당사자가 어른도 학부모도 지자체도 교육청도 아닌, 다음 세대인 학생인 만큼 정책적 발전을 위한 꾸준한 논의가 필요하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