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색 사탕이 박혔는
빙설이 왜 이렇게 달콤한가?
앵두빛 루주와 매니큐어와 페디큐어에 반사하는
조명이 하바네곡 음악에 맞추어 출렁인다.
여름이 녹아내린다.
녹아내린 강물 속에
유영하는 여인은
아직 잔숨을 들이키고 있다.
이 세상엔 녹고 닳아서
사라지지 않는 게 없다.
안녕. 잘 가.
◇이상규= 1978년 ‘현대시학’ 등단, 황현문학대상 수상. 시집 ‘13월의 시’ 외 다수.
<해설> 허투루 읽기엔 미심쩍은 시다. 제목이 주는 발랄함은 발랄함으로 끝나지 않고 상징을 물고 한 발짝씩 더 깊은 세계로 나를 끌고 간다. 빙설에 박힌 오색 사탕은 빙설의 시원한 맛을 넘어 음악으로까지 그 맛을 전달한다. 조명까지 출렁이게 한다. 녹아내리게 한다. 녹아내려서 강물이 등장하고 그런 강물 속에는 유영하는 여인이 아직 잔숨을 들이키고 있다. 말이 말을 물고 가는가 싶었는데 어느새 의미가 의미를 물고 가는 시인의 상상력은 결국엔 이 세상엔 녹고 닮아서 사라지지 않는 게 없다는, 놀라운 직관을 얻고 있다. 그러니까 “안녕. 잘 가.”는 의미 너머의 잘 응축된 어떤 깨달음을 독려하는 탄성 할喝과 같은 것은 아니겠는가. 어린 시절 제사 후 아무도 관심 같지 않던 오색 띠를 두른 사탕을 내가 좋아했던 것처럼, 소매가 색동이던 명절날의 옷을 다시 입은 것처럼 “안녕. 잘 가.”는 한동안 내 입에서도 떠나지 않을 같은, 이 친숙함은 또 무엇인가.
-박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