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칼럼] 아이가 행복한 나라
[의료칼럼] 아이가 행복한 나라
  • 승인 2023.07.23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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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연수 대구시의사회 정보통신이사, 임연수소아청소년과
얼마 전부터 임신을 위해 산부인과에서 처방받은 배란 주사를 맞으러 오시는 분이 있다. 주사를 맞은 엉덩이 근육이 뭉쳐 너무 아프다며 집에 가면 엉덩이 주무르느라 팔이 아프다고 했는데, 참 안타깝기도 하고 새 생명이 얼마나 소중한가도 생각하게 된다.

반면에 요즘 사회 이슈가 되고 있는 ‘출생미신고영아’ 사건은 소중한 생명을 죽이고 유기하고 방치한 사건으로 앞의 그분과 너무나 대치되는 상황이다. 한쪽은 아이를 낳고 싶어서 너무 간절하고 한쪽은 여러 가지 핑계로 생명을 저버리는 아이러니라니…. 참 알 수 없는 일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얼마나 상황이 절박했으면 죽음을 택하고 얼마나 무서웠으면 아기를 버렸을까를 생각해 보게 된다.

지난달 30일 도입된 ‘출생통보제’를 통해 아기의 출생신고 의무가 부모뿐 아니라 의료기관·국가로 확대되어 병원에서 아기를 낳은 경우에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의료기관에서 출생신고를 하게 되어 있어서 본인의 기록을 꺼리는 미혼모나 합법적인 방법이 아닌 관계에서 태어난 아기들의 경우 ‘병원 밖 출산’이 늘어나 산모와 아기 모두 위험한 경우가 생길 확률이 높아지지는 않을지 우려되기도 한다.

이를 보완하고자 하는 법이 익명의 출산을 허용하는 ‘보호출산제’로 산모가 신원을 노출하지 않고 의료기관에서 아이를 출산해 지자체에 인도할 수 있는 법안이 제출된 상태이다. 하지만 이 ‘보호출산제’도 지금 당장 형편이 안되 못 키우더라도 나중에 데려올 수 있는 방법이 없고 아이가 나중에 부모를 찾고 싶어도 찾을 수 없는 맹점과 이 제도는 입양을 전제로 하는 제도라는 것이 문제이다.

원내에서 환자를 볼 때마다 느끼는 것 중에 하나가 부모가 너무 모든 것을 해결해주려는 함정이 있음이다. 예를 들면 열이라는 것은 외부의 침입에 저항하는 면역기전의 하나로 내 몸의 체온을 올려서 살균기능을 증가시키는 것이고 미생물의 증식 속도를 늦추는 활동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열이 나도 아이가 잘 놀면 불편함만 해소할 정도의 해열제를 복용시키면 되는데 열이 조금만 나도 수액을 꽂고 해열 주사를 맞히고 그 새벽에 응급실을 달려가서 아이를 괴롭힌다.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면 너무 지나친 개입이 오히려 아이를 힘들게 하는 것은 아닐지, 단지 부모의 불안이 응급실행을 만든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지점이다.

모든 것의 해결에 대한 열망의 또 다른 형태가 15개월 아이에게 천 만원짜리 디즈니랜드 영어 비디오를 사주는 것이 아닐까. 일찍 영어에 노출시켜 나중의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하기를 기대하는 부모의 마음을 백배 이해하더라도 아이의 입장에서 본다면 모국어 틀이 갖춰지지도 않는 상태에서 제2외국어 노출이 아무런 도움이 안될 뿐더러 오히려 언어발달에 이상을 초래할 수 있다.

이에 반해 외국인 엄마의 경우, 이 아이들은 서툰 엄마의 한국말로 인해 언어의 혼란을 가져오고 나중에 언어발달의 지연으로 연결되는 것을 본다면 외국인 엄마의 자녀들에 대한 국가적인 관리, 예를 들면 구체적인 언어 노출 방법이라든지 아이를 키우면서 엄마의 고향에서의 양육 방식과 우리나라의 양육 방식을 비교해주어 이해시키고 적응하도록 도와주는 도우미 마련이 시급하지 않을까.

신생아 출생률 급감에 대한 염려만 할게 아니라 태어나도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미혼모 아기, 가정 형편이 어려워 도저히 키울 수 없는 아이들에 대한 돌봄, 외국인 엄마 가정 아이들에 대한 체계적인 양육 도움과 아울러 그 엄마들에 대한 보호 등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외국인 엄마 가정의 경우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아빠와 끝까지 가정을 유지하는 경우보다 이혼으로 아빠 혼자 양육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아이들에 대한 정신적 지지와 엄마와의 연결 고리 마련, 아빠의 방임으로 인한 아이들의 문제에도 정성을 기울여 이 땅에 태어나는 모든 아이들이 보호받을 수 있는 나라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아이를 가지기를 두려워하는 젊은이들 염려의 밑바탕에는 너무 많은 것을 해주어야 한다는 압박감 그리고 경쟁 사회에서의 도태에 대한 두려움 등이 있을 것이다. 태어나는 모든 아이들이 골고루 너무 지나치지도 너무 모자라지도 않는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 보는 것이 소아청소년과 의사로서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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