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칼럼] 초음파와 뇌파계가 쉬워보이나?
[의료칼럼] 초음파와 뇌파계가 쉬워보이나?
  • 승인 2023.08.27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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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용 대구시의사회 의무이사, 파동 신세계연합의원 원장
최근 대한민국에는 세계최초라는 타이틀이 붙는 분야가 참 많아졌다.
운전자의 과실이 없음에도 처벌을 받는 소위 '민식이법', 수술실에 CCTV를 달아 의사들의 어깨 너머로 수술장면을 적나라하게 녹화하겠다는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법' 등이 그러한데, 최근 더 황당하고 위험한 두 판결이 또 세계최초라는 타이틀을 달게 되었다.
한의사가 초음파를 이용해 진단을 하는 것이 불법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과
한의사의 뇌파계를 이용한 치매와 파킨슨병 진단 또한 문제가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의 판단 과정에 상기와 같은 판결이 우리 국민들에게 어떤 해를 끼칠 수 있는지 고민한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세계 의학계조차 "대법원이 국민건강과 생명을 외면하고 안전과 보호를 포기한 불합리한 판결은 무면허 의료행위를 조장해 국민 건강과 생명을 심각하게 위협, 장차 보건의료에 심각한 위해로 돌아올 것"이라며 "이번 판결로 발생할 현장의 혼란과 국민보건상 위해 발생 가능성, 그로 인한 국민 피해가 극도로 우려된다. 그 피해는 온전히 대법원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과연 복잡하고 난해한 의학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객관적인 근거에 기반한 판결인지, 아니면 판사의 무지 또는 감성적이고 주관적인 판단으로 내린 판결인지 확신을 갖기 힘들다.
또한 대법원에서는 2022년 12월 22일 초음파 진단기기로 68회 검사하였으나 자궁내막암으로 악화된 것을 놓친 한의사에게 무죄 취지로 원심판결을 파기 환송했는데, 해당 환자는 68회나 초음파 검사를 하는 동안 치료시기를 놓쳤고, 암은 더 진행된 상태다. 이런데도 한의사의 초음파 검사 자체로는 환자에게 위해가 없으니 무죄라는 대법원의 판결은 넌센스다.
어설픈 지식과 경험으로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이 떠안게 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시도의 이면을 살펴보자.
모든 의사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의료기기를 고르라 하면 청진기와 함께 예외없이 선택하는 것이 아마도 심전도 기기일 것이다.
기기값이 비싸지 않고, 검사 비용도 본인 부담금이 2500원 내외로 매우 저렴한데, 심장 질환에 의한 응급상황을 감별하는데 최고의 진단수단이기 때문이다.
단, 이 심전도 기기를 이용하기 위해선 심장의 생리, 병리학을 이해해야 하고, 심전도의 파형과 리듬을 해석할 줄 알아야 적절한 진단이 가능하다.
이러한 잇점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한의사들이 심전도 기기를 진단에 이용하겠다는 주장은 눈씻고 봐도 찾기 힘들다.
한의사들에겐 이 값싸고 안전하며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데 가장 직접적인 역할을 하는 심전도 기기에는 관심이 없고, 더 비싼 초음파, 뇌파계, CT, MRI 등에만 관심이 있어보인다.
환자를 위한다는 그들의 주장이 신뢰가 가지 않는 이유다.
왜 그럴까?
첫째, 검사비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저렴한 반면 심전도를 찍고도 불안정성 협심증, 심근경색증 또는 치명적인 부정맥을 진단해내지 못한다면 책임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할 것을 그들도 알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그렇다고 심전도를 공부하자니 기본적인 생리,병리학 기초를 한의대에서 제대로 쌓지 못해 엄두가 나지 않을 것이다.
둘째로, 돈이 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예전 한의사로부터 초음파 검사를 받는 환자가 촬영한 동영상을 입수한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영상에서 한의사는 '다낭성 난소'라는 진단을 붙였고, 그에 관련한 한약을 복용하도록 권하고 있었다. 해당 환자는 이후 산부인과 전문의로부터 재차 초음파 검사를 받았고, 난소에 아무런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였다.
이번 뇌파계 판결도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뇌파계로 치매와 파킨슨을 진단하고 한방으로 치료한다는데, 의사들은 참으로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세계신경학연맹 국제 파킨병 및 이상운동질환학회, 아시아 오세아니아 신경과학회등 세계적 학회도 "뇌파검사를 포함한 전기생리학적 검사 등은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파킨슨병과 치매의 진단 기준에 있어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으로 미루어 한의사들이 뇌파계를 이용해 진단, 치료를 하겠다는 궁극적인 목적이 뭔지는 추측하기 어렵지 않다.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지만, 그들의 전문성은 법적인 문제에 국한되어야 한다.
그들이 판결을 내리는 데 있어 복잡, 난해한 의학적 이슈에 대해서도 전지적 인식을 가진다는 착각에서 벗어나 전문가의 말에 더 귀를 기울여야 비로소 정상적인 상황분석과 해석, 판결이 가능해진다.
이미 내려진 판결을 뒤집을 수는 없다.
그러나 이제부터라도 한의사들이 초음파와 뇌파계를 이용하여 어떻게 국민과 환자들을 기만하는지 추적, 감시하여 국민과 환자의 건강과 재산을 지키는 것도 사법부의 역할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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