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원 위장해 검거 ‘맹활약’
생계형 범죄자에는 사비 모아
생활비·식사 챙기는 등 선행도

"베스트 형사팀 명패를 본 아들이 그제야 '아빠 진짜 형사구나'라고 외쳤을 때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어요"
올해로 7년째 대구서부경찰서 형사과에 몸을 담고 있는 백학현(38) 경장은 그간의 형사 생활을 회상하며 이같이 말했다.
대구서부경찰서 형사과 형사1팀에는 팀장인 류동은(56) 경감과 김희령(50) 경위, 백학현(38) 경장, 김용환(36) 경장이 일하고 있다. 통상 2인 1조로 수사하는 형사과 특징과는 달리 한 명이 부족하다. 그 때문에 형사1팀은 류 팀장을 포함한 3명의 팀원이 항상 붙어서 일한다고. 인력이 부족할 법한데도 팀원들은 "다른 팀보다 인원이 적은 만큼 우린 더 끈끈하다"고 입을 모았다.
백 경장은 지난 1, 2분기 중 전라남도 여수에서 마약 사범을 검거한 사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꼽았다.
때는 지난 5월, 형사 1팀에서는 미성년자 마약 사범 사건이 종결난 후 관련 범죄를 뒤쫓던 중 이들과 함께 마약을 투약한 한 커플을 발견했다.
커플 중 한 명의 연락처를 확보해 추적에 들어갔으나 휴대전화는 곧 정지되고 말았다. 휴대폰이 마지막으로 확인된 위치는 전라남도 나주. 형사 1팀은 곧바로 먼 길을 떠날 채비를 하고 나주로 향했다. 커플이 마지막으로 발견된 곳 일대의 CCTV를 확인하던 중 이들이 타인의 명의로 새 번호를 개통한 것을 알게 돼 다시 추적에 들어갔다. 새로운 휴대폰을 추적한 결과 발견된 위치는 여수의 한 공유 숙박 아파트였다.
위치를 확보했으나 마약 투약이나 흉기 소지 여부 등 섣불리 진입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들이 머물던 아파트도 고층으로 높아 사고의 소지도 있었다는 것. 고심하던 팀원들에게 발견된 것은 아파트 입구로 들어가던 배달원이었다.
차에서 잠복하던 팀원들은 배달원으로 위장하기로 머리를 맞댔다. 형사1팀은 음식을 호실 앞에 두고 기다리다 문을 열고 음식을 가져가려는 순간 이들을 검거하는 데 성공했다. 당시에도 이들은 필로폰을 투약한 상태였다고 한다.
"커플들의 진술에 약간의 거짓말이 섞여 있었다.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휴대폰 등을 분석해 실체적 진실을 밝혀냈다. 사실관계를 명확히 해서 사건을 송치할 때 기분이 좋다. 이 맛에 형사 하지"
아무리 마약, 절도 등 강력한 범죄를 다루는 형사팀이지만 형사1팀은 남모를 선행으로 지역에 온기를 더하고 있다. 정(情)이 많은 팀원들에게 생계형 범죄자들은 항상 눈에 밟히는 존재다. 지난 15일에는 극심한 생활고로 잦은 절도를 저지르던 노인에게 팀원들이 사비를 털어 5일 간의 식량을 사주고 뷔페에 데려가 식사도 함께 했다고 한다.
팀원들이 직접 사비를 모아 생활비를 챙겨주거나 형사팀 사물함을 뒤져 남은 라면을 챙겨주는 일은 흔한 일이다. 어려운 이들을 돕기 위한 류 팀장 책상 위의 '노란색 돼지저금통'은 이미 동네에서도 유명하다.
백 경장은 "일반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는 상식에 맞게 수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피해자든 피의자든 처벌받아야 할 사람이 처벌받고, 받지 말아야 할 사람은 받지 않도록 하겠다는 일념으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희령 경위도 "우리가 열심히 일하면 국민들이 조금이라도 안심하고 살 수 있지 않겠습니까"라며 소감을 전했다.
팀을 이끄는 류 팀장은 "내가 한 게 뭐 있나"며 손사래를 치면서도 "직원들이 다 열심히 해준 덕분"이라며 팀원들에게 공을 돌렸다.
이들이 속한 형사1팀은 올해 1, 2분기 연속으로 대구경찰청의 '베스트 형사팀'에 선정됐다.
류예지기자 ryj@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