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필구 아쟁 연주자 첫 독주회 ‘활’…29일 대구문예회관 비슬홀
박필구 아쟁 연주자 첫 독주회 ‘활’…29일 대구문예회관 비슬홀
  • 황인옥
  • 승인 2023.10.25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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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서 듣기 힘든 남도 음악 연주…떨리지만 기대”
대구시립국악단·국악팀 소속
창작하고 협업하며 역량 강화
가락 다채로운 민속악 준비
“감동 주는 연주자 되고 싶어”
박필구2
아쟁 연주자 박필구는 생애 첫 독주회에서 "관객이 감동하는 좋은 연주를 펼치고 싶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박필구 제공

아쟁 연주자 박필구의 생애 첫 무대 경험은 중학교 2학년 때였다. 취미로 아쟁을 1년 정도 배운 시점에 교내 행사 무대에 피아노를 치는 친구와 더 클래식의 가요 '마법의 성'을 연주했다. 당시의 연주력은 그야말로 조족지혈에 불과했지만, 그가 무대에서 받은 인상은 강렬했다. 어렴풋하게 무대가 주는 희열을 경험했던 것. 그 경험이 전통악기 연주자로 이끌었고, 생애 첫 독주회를 앞두고 있는 아쟁연주자로 성장시켰다.

박필구의 첫 독주회인 아쟁독주회 '활'이 29일 오후 5시 대구문화예술회관 비슬홀에서 열린다. 지난해 영남대 국악과를 졸업하고 지난 2월부터 대구시립국악단에서 인턴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새내기 연주자가 첫 독주무대에 임하는 감상은 "떨림과 기대"의 교차였다. 그가 "연주자로서 존재를 알리는 첫 독주회는 의미가 깊을 수밖에 없다. 떨리기도 하지만 기대도 된다"고 했다.

이번 독주회 제목은 '활'. 한국의 전통 칠현악기인 아쟁은 기본적인 행태는 가야금과 비슷하지만 주법은 해금과 비슷하다. 가야금처럼 손가락으로 퉁기는 것이 아니라, 해금처럼 현을 활대로 문질러 연주한다. 그는 아쟁의 핵심인 활을 이번 독주회의 제목으로 결정했다. "아쟁이라는 악기의 특징을 함축적으로 제목에 담았어요."

독주회를 기획한 배경에는 대구시립국악단에서 인턴 단원으로 활동하며 무대에 대한 감각을 익힌 자심감도 한몫했지만, 그가 소속된 국악팀 '트리거'의 활동도 힘이 됐다. 2021년에 창단된 트리거는 이수형 대표와 가야금 연주자 이송희, 거문고 연주자 최현정, 그리고 아쟁 연주자 박필구로 구성돼 있다. 전통 국악과 퓨전 국악, 타장르 음악과의 협연 등으로 음악적 역량을 넓히고 있고, 2022년에 열린 제7회 청춘열전 출사표에 출전해 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의 이번 독주회 성사에도 트리거 동료들의 역할이 있었다. 트리거 단원들이 가야금과 거문고 연주자가 공연연습센테인 아르코와 대구문화예술진흥원 지원사업으로 독주회를 기획하면서 그의 독주회도 성사됐다. "트리가 단원이 세 명인데 두 명이 독주회를 하게 되자 트리거 대표님께서 저도 함께 독주회를 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주셔서 독주 무대를 마련하게 됐어요."

이번 독주회에선 궁중음악인 정악보다 민간음악인 민속악에 집중한다. '윤윤석류 아쟁산조'와 '육자배기와 흥타령 시나위'를 연주한다. 삶의 갖가지 자신의 음악 속에 함축한 윤윤석류 아쟁산조는 아쟁의 현을 팽팽하게 조율하고 매 음정마다 앞머리에 강세가 붙어 힘차로 박력있는 산조로 평가되는 곡이다. '진양-중모리-중중모리-자진모리'로 구성되며, 완자걸이를 통한 다채로운 가락이 특징이다.

"슬픔이 깊으면 기쁨의 열망 또한 커져, 슬픔으로 증폭된 감정은 마침내 신명의 가락으로 환원된다"는 것이 윤윤석류 아쟁산조에 대한 그의 설명이다. "즉흥적인 요소도 있고, 가락도 다채로워 좀 더 자유로운 곡입니다."

육자배기와 흥타령 시나위는 남도민요의 육자배기, 흥타령의 시나위를 엮어 기악 중심으로 구성한 곡이다. '긴육자배기-자진육자배기-삼산은 반락-개고리타령/흥타령-시나위'로 진행된다. 3개의 작품을 하나의 곡처럼 구성했지만 마치 처음부터 하나의 작품처럼 자연스럽게 연주가 진행된다는 것이 그의 귀띔이다. "오롯이 현악기로만 연주하는 만큼 현악기가 지닌 음색과 연주 특색을 잘 전달하는데 역점을 두게 됩니다."

독주회를 앞두고 있다는 실감이 아직은 나지 않는다는 그. 그래서인지 아직은 긴장감이 크지는 않다고 했다. 대신 두 가지 감정이 공존한다고 했다. "더 잘하고 싶은 욕심과 대구에서 좀처럼 만나기 힘든 남도 음악을 연주하는 만큼 좋은 연주를 선보이고 싶다는 것"이다.

아쟁과의 인연은 자연스럽게 맺어졌다. 초등학교 때 피아노를 취미삼아 잠깐 배우고, 중학교 땐 가야금을 잠시 배운 것이 그를 연주자의 길로 인도했다. 특히 중학교 때 교내 행사 무대에 선 것을 계기로 전통음악 연주자의 꿈을 키웠고, 꿈을 실현하기 위해 경북예술고등학교와 영남대에서 아쟁을 전공하며 전문연주자로서의 기량을 닦았다. 그가 "아쟁을 잘 선택한 것 같다"며 "아쟁은 파면 팔수록 재미있는 악기"라고 언급했다.

특히 "활과 손가락을 동시에 활용해 연주할 수 있다"는 것이 그가 꼽는 아쟁의 매력이다. "아쟁은 활과 손가락 연주가 가능해서 지루할 틈이 없고, 음악적인 색깔이 다양합니다." 그가 "전통적인 형식으로부터 자유로운 창작 음악 연주에도 제격"이라는 점도 부각했다.

그는 창작음악에도 적극적이다. 그가 작곡한 창작곡으로 트리거 팀 무대에서 연주하기도 했다. 창작음악은 "국악의 지평을 연다는 측면에서 매력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 모든 변주 이전에 전통 음악에 대한 탄탄한 기본기가 뒷받침 돼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며, 그에 따라 전통 음악 공부에도 열심이다. "원형에 대한 충분한 학습이 있고 난 후에 자유로운 음악을 추구해야 그 음악이 정당성을 얻을 수 있다고 봅니다."

첫 연주회를 앞둔 새내기 연주자에게 "어떤 연주자가 되고 싶냐"는 질문이 섣부를 수 있지만 그는 "좋은 연주가가 되고 싶다"는 속내를 비쳤다. 그가 생각하는 좋은 연주자는 "관객에게 감동을 주는 연주자"다. "제가 아무리 연습을 많이 하고 좋은 연주를 하더라도 관객이 감동하지 못했다면 좋은 연주자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는 이번 첫 독주회에서 관객에게 울림을 주는 소통하는 무대를 희망했다. "제 독주회에 기대를 품고 온 관객들에게 완벽하진 못하더라도 작은 감동이나마 안겨드리고 싶습니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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