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 걷기 행사는 첨성대 광장에서 시작해 반월성, 계림숲을 거쳐 다시 첨성대 광장으로 돌아오는 3km 코스로 진행됐다. 본격적인 시작에 앞서 전문 강사의 구호에 따라 몸을 풀던 참가자들은 진행자의 신호에 맞춰 맨발 걷기 행렬을 이어나갔다. 맨발로 걸으며 땅의 기운을 느끼던 참가자들은 “좋다”, “시원하다”를 외치며 코스를 누볐다.
황톳길에서 만난 서말순(72)씨는 “얼마 전에 맨발걷기 장소가 새롭게 바뀌었다고 하던데 역시 황토는 뭔가 달라도 다른 것 같다. 한 걸음 걸을 때마다 건강해지는 기분”이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할아버지 손을 잡고 걷던 김형준(7)군은 “맨발로 걸으니까 간지럽고 재밌어요”라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이어 “행운권 추첨에서 자전거도 받아 갈 거예요”라고 외쳤다.
행사장 곳곳에는 룰렛돌리기와 포토존 등 다양한 즐길거리도 마련돼 참가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이들은 반월성 인근의 커다란 은행나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거나 계림숲 그늘에 앉아 쉬기도 하며 가을 정취를 만끽했다.
처음으로 맨발로 걸어봤다는 노영심(55)씨는 “중간에 발이 아파서 신발을 신을까 고민했었는데 아픈 것도 잊을 만큼 풍경과 볼거리가 좋아서 아픈 것도 싹 잊었다”며 “앞으로도 종종 걸으러 와야겠다”고 말했다.
이날 대회에는 맨발학교 경주지회, 포항지회 회원 100여 명이 참여하는가 하면 우연히 첨성대를 찾았다가 걷기에 동참하는 사람도 있었다.
둘째 딸 가족과 함께 행사장을 찾았다는 황수홍(63)씨는 “쉬는 날이라고 손주들 데리고 왔길래 맛있는 거나 사줄 겸 나왔다가 다 같이 신청했다”며 “나는 평소에 맨발로 걷는데 손주들은 처음이라서 좀 아프다고 하더라”며 웃었다.
걷기 코스에서 돌아온 참가자들은 원하는 구간을 자유롭게 걷거나 행사장에 마련된 체험 부스를 찾았다. 페이스페인팅과 캐리커처 체험 부스는 어린이들의 인기를 끌었다. 캐리커처 체험을 하던 한 아이는 본인 얼굴이 그려진 종이를 받아들고는 해맑게 웃으며 “너무너무 감사합니다”라고 외치기도 했다.
이밖에도 경주시보건소는 정신건강복지센터, 치매안심센터, 금연 클리닉 등 10여 개 부스에서 건강 관리 노하우를 전달했다. 행사장에 마련된 무대에서는 힐링 음악회와 행운권 추첨 행사도 이어졌다. 관객들은 흘러나오는 노래에 맞춰 연신 박수치고 호응하는가 하면 리듬에 몸을 맡긴 채 춤추는 모습을 영상으로 기록하며 행사를 즐겼다. 안영준·유채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