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신 당쟁시대 끝내야 한다
[특별기고] 신 당쟁시대 끝내야 한다
  • 승인 2023.11.26 21:2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양식(사)지방시대 부이사장전 행자부 차관
최양식(사)지방시대 부이사장전 행자부 차관
지금 대한민국은 신 당쟁의 시대에 있다. 조선 중기에 시작되었던 당쟁은 세도정치가 등장하고 조선에 망국의 그림자가 드리울 조선말에 가서야 지역, 이념, 세대, 계층이란 잠재적 세력에 자리를 넘겨주고 몸을 숨겼다. 당쟁은 학파와 문벌, 혈연과 지연이 뿌리가 되고 성리학과 예학을 이념적 양식으로 삼아 성장해갔다. 당쟁의 논지들은 당시의 언론인 벽서(壁書)와 상소문(上疏文)에 오르고, 당쟁의 승리는 조보(朝報)의 인사 발령으로, 패배는 교지(敎旨)의 유배(流配)와 체직(替職)으로 문벌과 당파의 세력지도를 변화시켰다.

나날이 심해진 당쟁은 모래밭에서 낱 곡식찾듯 상대편의 잘못을 살피고 발견한 약점은 갈고 닦은 전고(典故)의 실력으로 견강부회와 침소봉대하여 ‘소가 밭을 밟았다고 소를 뺏는 과중한 벌(蹊田奪牛)’로 상대방의 정치적 재기를 막았다.

당쟁은 대의명분과 금도를 잃지 않은 초기에는 견제와 균형으로 권력의 전횡을 막고 권력의 자기절제를 이끌어 내어 부패를 막는 역할을 한 것도 사실이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애증과 수원(讐寃)을 쌓아 문벌과 당파를 지키는 데 골몰하고 싹수가 보이는 상대편의 싹을 짜르는데 전력을 쏟아 두텁지도 않던 나라의 인적자원을 고갈시켰고 분노의 정치(Anger Politics), 증오의 정치(Hate Politics)를 항상화(恒常化)하고 말았다.

지방의 교육기관인 향교와 서원은 당쟁을 누그려뜨리는 것 보다는 온상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드디어 오랜 당쟁으로 소진된 국력은 견제없는 세도정치의 등장을부르게 되었고 망국의 문을 열고 말았다.

오늘날 우리 시대는 신 당쟁의 시대를 맞고 있다. 신 당쟁은 송(宋)의 구양수(歐陽脩)가 말한 바와 같이 군자의 붕당이나 오늘날의 이념정당, 정책정당이 아니라 소인들이 모인 패거리 정당이 되어버려 옳고 그른 것을 무시하고, 옳은 것을 그른 것으로, 그른 것을 옳은 것으로 정파의 논리대로 분식(粉飾)한다. 정파의 뜻에 맞지 않으면 행정기관은 물론이고 사법부의 판결까지 서슴없이 조롱하고 비난하여 끝내는 자기 자신까지 희화화해 버리고 만다.

이런 정당에게 국가와 국민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으며 자기 정파를 위한 황당한 궤변과 자신을 기만한 허위의식의 논리만 남아 있을 뿐이다.

그곳은 Aldous Huxley의 전혀 멋지지 않은 신세계(Brave New World)이며 아무도 바라지않는 불행한 세상(Dystopia)이다. 그런데 그곳이 이미 우리 가까이에 와 있다.

조선왕조에서의 당쟁이 당시의 지배계층이었던 양반계층들만의 대를 이어가며 치르는 전쟁이었다면 우리 시대의 새로운 당쟁은 정당을 선택하고 판단하고 버리기도 해야 하는 국민이 그 주권자적 균형감각을 잃어버리고 파쟁심리에 매몰되어 스스로 가 당쟁의 주역이 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신 당쟁시대에서도 지역, 계층과 세대는 여전히 당쟁의 든든한 뿌리가 되고 있고

이념과 편향된 학문은 당쟁의 영양소가 되고 있으며, 교육은 정파이익을 은밀하면서도 교묘하게 이를 영역화하고 세습화해 나가는 역할에 기여하게 된다.

익명의 의제공론(擬制公論)이었던 당시의 벽서를 대신해서 오늘날 차고 넘치는 유투브와 사적 언론은 첨단 과학으로 무장한채 파쟁심리를 심화하고 이를 엄청난 속도로 퍼뜨리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우리는 이제 국민과 미래를 생각하며 신 당쟁시대를 극복하지 않으면 안된다. 자신과 소속정당 이해집단 지역 이데올로기의 편협성을 과감히 던져버려야 한다. 어두운 밤의 광장에 군중들과 함께 들고 있는 어린아이의 촛불도 백발의 어르신들이 흔들어 대는 태극기도 어느 것도 절대선이 될 수는 없다. 하늘 아래 절대적인 것은 어디에도 없다. 이제 촛불은 끄고, 태극기는 품속에 넣어야 한다.

우리가 누리고 있는 오늘은 어제란 시간이 만들어준 선물이고 징벌이다. 다가올 내일의 명암은 오늘 우리의 시간이 만들어 간다. 오늘 옳다고 믿는 것이 내일도 과연 그대로 일수 있을까? 역사 앞에는 겸허해야 하지만 미래 앞에는 진지해야 한다. 우리가 준비하고는 있지만,정작 우리는 없을 내일의 세상엔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것이다.

눈앞의 현실과 나의 이해 속에 갇히지 말고 우리 자식들이 살아갈 내일의 이 나라를 생각해야 한다. 전쟁과 빈곤에서 일어나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도약한 이 나라 국민 모두가 골고루 잘 살고 나아가 인류사회에도 우리가 키운 행복을 나누어야 한다. 정당이 스스로 바로 서지 않고 변하지 않으면 국민이 바로 세우고 변화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국민은 젖어있는 파쟁의 논리를 벗어 던지고 판단자의 영예로운 자리를 회복하여 이를 굳건히 지키고 있어야 한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