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칼럼] 꽃피우고 열매 맺으며 살아가는 ‘덤’의 시간
[화요칼럼] 꽃피우고 열매 맺으며 살아가는 ‘덤’의 시간
  • 승인 2024.04.08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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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홍란 시인·문학박사
시간은 과거, 현재, 미래를 연결한다

-아리스토텔레스



인간의 삶에서 누구나 피할 수 없는 고통을 마주하고 살아간다. 생로병사이다. 불교에서는 이를 네 가지 고통으로 인식한다. 인간으로 태어나고, 늙으며, 병을 겪고, 죽는 것을 일컫는 생로병사의 과정이 바로 인간의 일생이다. 생로병사는 법화경에서 처음 언급되었으며 불교의 중요한 교리 중 하나이다.

생로병사의 각 한자가 지닌 의미를 살펴보면 첫 번째 글자인 ‘생(生)’은 나다, 낳다, 살다 등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생’은 인간이 태어나는 것을 의미하며, 삶의 시작을 상징한다. 두 번째 글자 ‘로(老)’는 물러나다, 늙다, 익숙하다, 숙달하다 등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로’는 인간은 시간이 지나면서 늙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그 다음의 ‘병(病)’은 괴로움, 불편, 질병, 근심, 흠, 결점 등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는 인간이 나이가 들면 신체와 정신이 불편하고 병을 겪는 것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사(死)는 시들다, 생기가 없다, 죽다, 활동력이 없다는 의미를 지닌다. 인간의 삶은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되는 것을 상징한다.

생로병사의 이러한 네 가지 과정은 인간이 삶에서 피할 수 없는 고통에 대한 삶의 가치를 이해하고 깨달음을 얻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생로병사에 대한 설명과 유래는 100세를 넘어 120세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어떻게 삶을 영위해야 할 것인지 질문을 던지고, 바람직한 방법을 모색하라고 조언한다.

생로병사는 인간 삶에 대한 상징이기도 하지만 그 근원은 자연의 이치이다. 중국 고대 철학자 장자의 명언 중 하나인 “자연은 우리에게 언제나 자신의 소명을 알려준다.”는 말씀을 다시 되새긴다. 자연에 대한 통찰은 인간이 자연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그 관계를 어떻게 이해하고 접근해야 하는지, 자연이 주는 깊은 가르침과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인간은 일상생활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자연과 교류하면서 살고 있다. 식물을 키우고, 자연으로 산책하고 여행하며 함께 보내는 시간은 매우 다양하다. 그러나 자연은 단순히 주변 환경이나 자원을 제공해 주는 것 그 너머의 의미를 품고 있다.

자연이 선물하는 계절 변화는, 변화와 순환의 중요성을 알려준다. 봄의 새로운 생명의 탄생과 성장, 여름의 왕성한 성장과 에너지, 가을의 풍성한 열매와 수확, 그리고 정리, 겨울의 휴식과 새로운 재생을 위한 준비, 이러한 자연의 변화와 리듬은 시간과 에너지의 순환, 끊임없는 공유와 성찰의 필요성을 가르쳐준다.

자연 속에서 다양한 생명체들이 서로 조화롭게 공존하며 살아가는 신비를 발견할 때마다 자연은 우리에게 그 어떤 것보다도 크고 강력한 존재임을 알게 된다. 자연의 아름다움은 내면의 평화를 찾게 한다. 자연은 인간에게 치유와 영감을 준다. 그 안에서 인간은 삶의 본질과 연결되는 소중한 경험을 얻기도 한다.

이처럼 자연이 주는 인간의 삶에 대한 통찰은 변화와 순환, 조화와 균형, 겸손과 감사의 가치를 배우게 한다. 자연은 세상 모든 존재와 삶의 기반이다. 자연을 소중히 여기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조화롭게 공존하는 방법을 알게 한다. 자연의 소중한 가치에 귀 기울이다 보면 사람도 자신만의 소명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사람도 한 송이의 꽃이고, 한 그루의 나무와 같다. 꽃과 나무는 각자 정체성을 갖고 살아간다. 남과 곁눈질하며 비교하지 않는다. 스스로의 인생을 개척해 가는 것이다.

자연은 나는 누구인가? 의심하지 않는다. 나는 나일 뿐이다. 나는 나만의 권위가 있고 나만의 고유번호가 있다는 것을 자신있게 말한다. 자신의 정체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 바로 자존감이다.

자연은 태어나는 순간 만들어진 내 정체성을 확실히 인식하면서 환경에 순응하고 그에 맞는 역할을 하면서 살아간다. 어디서 자라든 꽃은 때가 되면 온 힘을 다해 자신만의 꽃을 피워내고, 나무는 자신만의 열매를 맺는다.

120세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도 그러해야 알 것이다. 인간의 아름다움은 비교의 대상이 아니다. 환경에 따라 일찍 피는 꽃도 있고, 조금 늦게 맺는 열매도 있다. 그 시기는 다르지만, 어느 꽃도 자신의 개화를 멈추지 않듯이 하늘이 부르는 그날까지 성심으로 살아가는 인간이 되라고 덤의 시간을 선물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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