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막말, 아무말이 장악한 선거판 투표로 심판해야
[데스크칼럼] 막말, 아무말이 장악한 선거판 투표로 심판해야
  • 승인 2024.04.09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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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영택 편집위원
제22대 국회의원선거 본투표일이 밝았다. 이번 총선도 예(例)의 역대 선거 마냥 불법, 탈법, 편법, 마타도어, 가짜뉴스 등 부정적 이슈를 비켜가지 못했다. 정책은 사라지고 설전만 판을 친 총선이었다.

‘비명횡사’ 등 공천 파동을 겪은 야당은 이를 불식하려는 듯 ‘정권 심판론’을 들고나왔고 이를 통해 지지층 대동단결을 도모했다. 여당은 이에 응전하듯 ‘이조(이재명·조국) 심판론’을 내세웠다. 애초부터 정책이나 비전은 안중에 없었으니 선거 전략은 뻔했다. ‘응징선거’, ‘복수혈전’ 등 살벌한 용어를 앞세운 막말, 독설이 횡행했다. 싸움은 우려와 예견대로 ‘이전투구’로 흘러갔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맞서면서 여야 대표가 연일 네거티브 전면전에 앞장섰다. ‘심판’ 프레임을 들고 지지층을 노린 자극적 발언만 난무하면서, 곳곳에서 “선량(選良) 대신 불한당(不汗黨)이 설치는 선거판이 됐다”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정치가 국민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정치를 걱정하는 개탄스런 현실을 마주한 것이다. 총선 레이스가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여야의 네거티브전(戰)은 더욱 기승을 부렸다. 입에 올리기 힘든 말들이 여과없이 쏟아졌다. 후보자들의 불법, 탈법, 편법 이력에다 막말, 아무말 대잔치까지 더해진 것이다.

수위가 높아지면서 정치인들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품위와 품격마저 사라졌다. 강성 지지층만을 의식해 증오와 혐오의 정치를 부추기면서 정작 민생과 직결된 정책·공약 경쟁은 뒷전으로 밀렸다. 역대 선거도 막판은 비방전으로 흐른 경향이 있지만 이번 총선은 유독 더한 듯하다.

선거는 ‘최선’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차선’을 선택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이 언제부턴가 ‘최악’이 아니라 ‘차악’을 선택하는 것으로 바뀌더니 이제는 드러내놓고 ‘악(惡)’을 소환하고 있다. 심지어 일본, 독일 등 해외의 구악까지 불러들였다. 뿐만아니라 고금의 인물, 위인들까지 희롱, 폄훼의 대상이 됐다. 돌고돈 막말 잔치의 메뉴는 입에 담기조차 민망스럽다. 역대 최악의 막장 선거판이라는 자조(自嘲)는 이래서 나왔다.

국회의원을 다른 말로 선량(選良)이라고 한다. 선량이란 국민이 사람을 뽑아 정치에 참여시킨다는 의미에서 양질의 인물을 뽑아야 하기 때문에 그리 표현된 것으로 안다.

옛날 중국에서는 선량이 갖추어야 할 조건으로 육덕과 육행 도합 12가지나 요구하고 있다. 육덕(六德)은 知(지), 仁(인), 誠(성), 義(의), 和(화), 忠(충)이고, 육행(六行)은 孝(효), 友(우), 睦(목), 謙(겸), 任(임), 恤(휼)이다. 이렇게 본다면 선량이란 결코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한 가지 거짓말은 거짓말이고 두 가지 거짓말도 거짓말이나, 세 가지 거짓말은 정치”라는 유대인 격언이 있다. 고대 그리스 희극 시인 아리스토파네스는 “오늘날 정치를 하는 것은 이미 학식이 있는 사람이나 성품이 바른 사람은 아니다. 불학무식한 불한당들에게나 맞는 직업이다”고 설파했다. 사회는 발전했다고 하지만 정치는 수천년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진 게 없다.

지난 5∼6일 실시된 이번 4·10 총선 사전투표에선 역대 총선 최고치의 투표율이 기록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사전투표율은 31.28%로 잠정 집계됐다. 2년 전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율(36.93%)보다는 낮지만 사전투표가 적용된 역대 총선 중 최고 기록이다.

사전투표율이 높자 여야가 서로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아전인수식 해석을 내놓았다. 국민의힘은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던 보수층의 적극적인 참여가 투표율 상승을 견인했다”고 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정권 심판을 바라는 민심이 사전투표율에 고스란히 반영됐다”고 주장했다. 개표 결과를 보면 누구 주장이 더 옳았는지 드러나겠지만, 분명한 것은 사생결단식 저급한 정치 풍토에 실망한 유권자들의 고심이 깊게 깔려있다는 점이다.

미국 속담에 “악한 정치가는 투표하지 않은 선량한 시민에 의해 선출된다”고 했다. 국민의 판단력을 흐리게 하고 비판의 척도를 마비시키는 정치는 선진 한국이 필요로 하는 국민의식에 배치되는 악성 종양이다. 이성을 잃은 막말, 궤도를 떠난 선거, 어디로 가는지 알 길조차 없는 해괴한 정치를 마주한 이번 총선의 종착지 본투표일이다. 투표는 민주주의 정치에서 주권자인 국민의 대표적 권리이자 의무이다. 정치 혐오, 정치 불신에 앞서 투표에 참여해 ‘불한당’과 ‘선량’을 가리는 주권 행사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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