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안 갤러리 '남춘모 개인전' 수묵화의 線을 현대회화로 재해석
리안 갤러리 '남춘모 개인전' 수묵화의 線을 현대회화로 재해석
  • 황인옥
  • 승인 2024.04.10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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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룩셈부르크 전시 ‘프리뷰’
9m 높이 작품 등 신작 12점
해외 미술현장서 초대 잇따라
남춘모작가
남춘모 작가가 자신의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리안 갤러리 제공

남춘모 작가의 비상은 어디까지일까? 지난 10여년 간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 주목 받으며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작품 판매율이 곧 좋은 작가라는 공식이 모두 참일 순 없지만, 그는 콜렉터들로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콜렉터의 인정이 작가의 성장을 견인하는 중요한 자원임을 상기하면 의미 있는 성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의 작업은 상업성보다 작품성에서 오히려 부각된다. 한국의 정신성이 함축적으로 녹아든 수묵화의 선(線)을 현대 회화로 재해석하는 방식으로 회화에 자신만의 정체성을 확립해 가고 있다.

동시대의 국내외 현대미술현장 초대되는 것으로 그의 가능성은 충분히 입증되고 있다. 특히 해외에서 들려오는 낭보는 그의 위치를 가늠케 한다.

동양성을 기반으로 독자적이면서 보편적인 미술로 연결 짓고 있는 그의 예술적인 탁월성을 해외의 현대미술 현장에서 매력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그는 독일 베를린, 중국 상하이, 미국 뉴욕, 프랑스 파리 등에 초대되며 파워를 입증했다. 독일을 대표하는 미술관 중 하나로 꼽히는 코블렌츠 루드비히 미술관과 중국 상하이 파워롱미술관에서 대규모 전시를 펼쳤다. 무엇보다 큰 성과는 프랑스 생테티엔의 세손 앤 베네티에르 갤러리(이하 세손)와의 인연이다.

세손은 뉴욕, 파리, 리옹, 쌩테덴느, 제네바, 룩셈부르크 등 전 세계 여섯 개의 지부를 두고, 현대미술사에서 중요한 프랑스 작가들의 사조인 ‘쉬포르/쉬르파스(Supports/Surfaces)’의 중심이 된 갤러리다. 세계적인 작가인 프랭크 스텔라, 생 오를랑, 베르나르 브네 등과 협업해왔고, 올해 일본 동경 지점도 문을 연다.

남춘모는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세손 갤러리의 파리, 뉴욕, 생테티엔 지점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오는 5월에는 세손 갤러리 지점 중 가장 규모가 큰 룩셈부르크 지점에서 스위스 바젤 아트페어 기간에 대규모 개인전을 계획하고 있다.

전시장 전경. 리안 갤러리제공
전시장 전경. 리안 갤러리제공

 

현재 그의 전시가 한창 진행 중인 리안 갤러리 전시인 ‘From the Earth’는 세손 룩셈부르크 지점에서 열릴 대규모 개인전에 앞서 열리는 프리뷰 전시의 성격을 띤다.

리안 갤러리에서 룩셈부르크 전시를 사전시뮬레이션 하는 것. 그는 2015년부터 리안 갤러리 전속 작가로 활동을 시작하고, 지금까지 리안 갤러리와 운명을 함께 해왔다.

남춘모 작업의 핵심은 선(線)이다. 선을 기반으로 평면, 부조회화, 설치로까지 변주를 거듭하고 있다. 개념적인 깊이와 형식적인 확장성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선이 작업의 뿌리로 자리를 잡은 것은 잠재된 기억의 영향이 컸다. 그는 전통 수묵화의 선이 가지는 정신성, 어린 시절 고향에서 보았던 밭이랑의 선에 주목했다. 그 선을 자신만의 개별적이고 독자적인 선으로 발전시켜갔다.

선으로 선보인 초기 작업은 광목천과 합성수지를 이용해 제작하는 부조회화인 ‘Beam’ 연작 작업이었다. 작업은 천에 합성수지를 발라 나무틀에 굳힌 뒤 건축 빔과 같은 ‘ㄷ’ 자 모형의 작은 조각으로 손질하고, 캔버스 위에 붙여 선을 입체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전통회화로부터 영감과 고추밭의 이랑에서 선의 조형미와 선을 바라보는 선조들의 정신을 재인식하게 됐습니다.”

그의 부조회화는 요철의 그림자로 인해 감상자의 마음에 파장을 일으키며 주목받았다. 한옥의 창호지를 투과한 빛의 오묘한 느낌과 흡사했다. 부조회화는 ‘ㄷ’자 형태에서 ‘ㅅ’, ‘<’, ‘∨’ 형태로 다변화됐다.

코로나 19 팬데믹 시기에 새롭게 찾아온 것이 ‘Stroke lines’ 연작이다. 블루나 레드, 짙은 검정의 강렬한 색으로 힘 있게 구축한 선 작업인데, 부조에서 평면으로의 회귀였다. 코로나 19로 유배 아닌 유배 생활이 되면서 자신과 인류의 여정을 성찰하게 되면서 ‘미술 시장’으로부터 한 걸음 물러나 작업의 근원을 생각하면서 새롭게 바라본 작업이었다.

미술과 작가 자신에 대한 성찰은 부조 이전 작업으로 거슬러갔다. 그것이 회화로의 회귀였다. 물론 작업의 근간은 여전히 선이었다. 회화나 부조의 선들은 밭전(田)자 형태의 설치작업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Spring-Beam’ 연작이었다. 지난해부터 새롭게 선보인 ‘From Lines’ 연작은 대지의 단면을 캔버스에 떠서 고정시킨 작업으로 본질에 한 걸음 더 다가갔다는 평을 받는 작품이다.

이번 전시에는 ‘Beam’ 연작, ‘Stroke lines’ 연작, ‘From Lines’ 등 12점의 신작을 소개한다. 특히 1층 전시장 벽면에 수직으로 설치된 9m 높이의 전시장 규모에 맞춘 대형 설치작품에서 강한 힘을 전달 받는다.

작가가 유년기를 보낸 고향 영양의 비탈진 밭이랑을 떠올리는 작품이다. 입체적이고 거대한 선들이 빛과 그림자와 조우하며 공간에 새로운 긴장감을 부여한다.

2층에 전시장에 신작도 발견된다. 가득 채웠던 선을 비워낸 작업인데, ‘Stroke lines’ 연작의 확장판이다.

가로의 붓질로 여백을 조성하고, 세로의 선 몇 두 세 가닥을 비정형적인 방식으로 구축하거나 여백과 선의 경계가 불분명하게 조성하며 변화를 감행한 작품이다.

이 작업에선 물결에 일렁이는 수초나 하늘에 떠 있는 신기루 등 다양한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감상자의 감각은 살아 있는 붓 터치의 기운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전시는 27일까지.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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