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수석의 통상이야기] 주요 경쟁국의 반도체기업 지원 현황과 우리의 과제
[손수석의 통상이야기] 주요 경쟁국의 반도체기업 지원 현황과 우리의 과제
  • 승인 2024.04.1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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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석 경일대학교 국제통상학전공 교수
오늘날 반도체는 자율주행차, 5G, 인공지능(AI), 양자컴퓨팅, 핀테크 등 첨단 기술 산업의 주도권 확보에 있어 핵심 기반임과 동시에 필수적인 품목으로 국가 안보와 경제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향후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공급망 변화, 미·중 반도체 디커플링, 초미세 공정 반도체를 둘러싼 경쟁 등으로 큰 변화가 예상된다. 이러한 변화에 대비하여 미국, 일본, EU, 중국 등 주요 경쟁국들은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며, 반도체기업의 자국 내 투자 유치 경쟁을 치열하게 펼치고 있다.

미국 정부는 2022년 자국 내 반도체 설비 투자에 527억 달러(약 71조원) 규모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반도체 지원법’을 통과시켜, 반도체기업들의 미국 내 반도체 공장 건설을 유도하고 있다. 그래서 미국은 투자액의 10% 이상을 보조금으로 지급하며, 투자액의 최대 25%까지 세액공제 혜택을 주고 있다. 일본 정부는 자국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는 기업에 투자액의 최대 50%까지 보조금을 지급하고, 3년 이내에 10% 이상의 생산성을 올리면 10%의 세액공제 혜택까지 추진하고 있다. 최근 일본은 세계 1위 파운드리업체인 TSMC 공장 2곳을 유치하고 공장 건설에만 1조 2천억 엔(약 10조 7천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EU는 현재 10%인 세계 반도체 생산 시장 점유율을 2030년까지 20%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EU 반도체법(European Chips Act)’을 통해 430억 유로(약 62조 원)를 투자하여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고 있다. 중국 정부도 2030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까지 높이는 것을 목표로 반도체기업을 보호하고 육성하기 위해 보조금과 세액 공제를 중심으로 5년에 걸쳐 역대 최대 규모의 재정적 지원 패키지를 운영하고 있다.

반면, 우리 정부는 반도체 기업에 직접 보조금을 지급하는 대신 대기업이 반도체를 포함한 국가전략산업에 설비투자를 할 때 15%의 세액공제 혜택만 준다. 금년까지는 한시적으로 10%의 추가 공제가 있어 최대 25%까지 세액공제 혜택을 주고 있다. 이마저도 금년 말 일몰을 앞두고 있어 해당 법 조항이 연장되지 않으면 세액공제율은 3%로 줄어든다. 이미 세액공제 기간을 연장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되어 있지만 논의가 지지부진하다.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반도체 기업이 국내에 5년간 5조 원을 투자할 경우 공제액은 7천250억 원이다. 반면 일본은 같은 조건일 때 2조 5천억 원을 지원한다. 이와 같이 직접 보조금을 지급하는 미국, 일본, EU, 중국 등 주요 경쟁국들과 비교하면 우리 정부의 반도체산업 지원규모는 매우 초라한 형편이다.

그나마 세액공제는 공장 설립 후 영업이익이 발생하면 세금을 깎아주는 제도여서, 설비투자 시점에 현금으로 지원받는 보조금과는 달리, 반도체 경기가 나빠져 이익이 감소하면 세금 혜택을 제대로 받기 어렵다. 그래서 대규모 초기 투자비용이 필요한 반도체 기업들은 대규모 보조금을 지원하는 국가를 선호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622조원 규모의 세계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를 국내에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할 당시에도 보조금 지원 방안을 검토한 바 있다. 그러나 특정 산업에 지나친 특혜를 준다는 이유로 아직 어떠한 대책도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최근(3월 27일) 우리 정부는 ‘제5차 국가첨단전략산업위원회’ 회의를 열고, ‘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종합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에는 (1) 반도체 클러스터 기반시설 조성 시 국비 지원 비율을 5%에서 15%로 상향, 국비지원 건수 제한(2건) 폐지, (2) 용인 반도체 산단 공공기관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등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최근 도입 필요성이 제기되는 보조금 지급 방안은 빠져 있다. 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는 현재 용인·평택·구미(반도체), 청주·포항·새만금·울산(이차전지), 천안·아산(디스플레이) 등 7곳이 지정돼 있다. 지난해에는 용인·평택에 1천억 원을 지원한 바 있다.

주요 경쟁국들이 수십조 원 단위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상황에서 보조금을 지원받지 못하는 국내 투자 기업들은 원가 경쟁력 확보가 쉽지 않다. 더구나 초기 투자에 대규모 비용이 들어가고, 막대한 투자를 지속해야 하는 반도체 기업 입장에서는 세액공제뿐만 아니라 직접 보조금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그리고 글로벌 공급망, 국가 경제, 안보 등의 측면에서 반도체산업이 차지하는 중요성 등을 감안할 때, 우리도 경쟁국 수준의 세액공제와 투자 보조금을 지원하여 K-반도체의 국제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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