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디자인 기행] 종교계에 부는 디자인 바람, 오브제 역할에 동양적 감성까지…불교 굿즈 세련됐네
[일상 속 디자인 기행] 종교계에 부는 디자인 바람, 오브제 역할에 동양적 감성까지…불교 굿즈 세련됐네
  • 류지희
  • 승인 2024.04.11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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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의식에 사용되던 인센스
청년층 인테리어 아이템 진화
연꽃같은 직관적 디자인 탈피
모티브만 차용 생활용품으로
템플스테이 찾는 2030 많아져
풍경소리만 들어도 심신 안정
불교 관련 디자인전시회 활발
종교 떠나 힐링 수단으로 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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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화된 인센스 제품디자인이다. ‘힐링’을 컨셉으로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살린 돌맹이로 인센스 홀더를 만들고, 인테리어 오브제로도 사용할 수 있는 세련된 감성과 소재도 디자인되었다.

지난해 가을, 산과 바다가 드넓게 펼쳐진 여수의 한 사찰에서 2박 3일 동안 템플스테이를 하며 묵었던 적이 있다. 20대 초반에 친구와 함께 여행길에 찾았던 향일암이라는 사찰인데, 종종 혼자 찾게 될 만큼 깊은 사랑에 빠진 필자의 케렌시아 중 한 곳이다. 조금은 가파른 산길을 따라 올라가야 만날 수 있는 아름다운 절경은 마음 속의 찌든 때까지도 기분좋게 날려버리게 해준다. 템플스테이를 하며 만난 또래의 보살님들로부터 사찰은 중년의 어르신들만이 주로 찾는 곳이 아닌 정신적인 휴식이 필요한 2030젊은이들의 공간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10대부터 30대의 청춘들이 저마다의 고뇌와 바람으로 종교를 빌어 수양하고자 한다. 그만큼 힐링과 쉼을 필요로하는 젊은 세대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사실, 저마다의 고충과 삶에 대한 연민을 가지고 찾게 되는 곳이 사찰이 아니던가. 특히 절에 오면 만나게 되는 화려한 탱화는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어도 영엄한 기운이 전해져 지친 영을 어루만져주는 것 같은 마음의 안온함을 얻게 된다. 은은하게 품고 있는 사찰의 향은 또 어떤가. 바람이 불면 처마 끝에서 살랑이며 울리는 풍경소리도 우리네 심혼을 재정비해주는 고마운 요소가 된다. 이처럼 자연 속에서 자신의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는 요소들은 우리가 먼발치에서라도 찾게 되는 이유가 아닐까. 그리고 이러한 수요를 알기에 어느새 하나 둘 우리 일상에서 친숙하게 녹아들어 상품화가 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 중 인센스는 한 동안은 붐을 일으킬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끌며 이제는 대중화가 된 상품이다. 특히, 자연을 닮은 우디향은 남녀노소 호불호 없이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다. 2030세대에겐 인테리어 요소로도 많이 찾는 인센스는 후각적 안정감은 물론 시각적인 즐거움까지도 주기에 점점 다양화되고 있는 추세다.

명상을 하거나 공간의 환기를 위해 사용하는 인센스는 불교에서부터 사용의 목적과 중요성이 유래가 되어왔다. 약 2500년 전에 인도의 부처님인 고타마 싯다르타가 환생과 고통의 원인을 탐구하고 마음의 평화를 찾는 데 중점을 두었는데, 이 과정에서 수행에 필요한 물질로 향기로운 인센스가 사용이 되어왔다. 이러한 심오한 역사와 함께 해온 제품이니 더욱이 그 형태에서도 전통성을 띌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예전처럼 종교적인 이미지를 강조한 디자인은 요즘 시대와는 맞지 않다. 젊은층의 수요와 기호를 고려한 모던하고 독특한 스타일의 다양한 인센스가 제작되고 있다. 어른들이 좋아할 만한 불상, 손바닥, 연꽃 모양 등을 탈피하여 모던한 기하도형이나 흥미로운 신소재에 초점을 둔 형색이다.

전통적인 이미지에 한정되어 있던 불교계의 굿즈들이 이제는 스카프, 손수건, 가방, 텀블러 등 패션 및 일상제품과 콜라보하여 좀 더 젊은 층을 겨냥한 현대적인 디자인을 시도하고 있다.

기존의 단청에서 볼 수 있는 동양미 가득한 고채도 고명도의 오방색도 비비드한 컬러계열 뿐만 아니라 파스텔계열로 재해석하여 현대적이고 친근한 감성으로 부담없이 선호할 수 있는 상품으로 개발 중이다. 문살, 단청, 연꽃, 불상 등 사찰을 직관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묘사화된 기존의 디자인에서 이제는 은유화된 기하학적 디자인으로 모티브를 변모하고 있어 보다 부담없이 손이 갈 수 있는 상품들이 만들어질 것이라 기대해 본다.

몇 해 전부터, 사찰관련 아이디어공모전, 디자인전시회, 아트페어도 좀 더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디자인전시에서 불교관련 굿즈들이 눈에 띄게 보이곤 했는데 그만큼 수요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이겠다. 절에 가면 판매되는 팔찌, 목걸이, 공예품들도 그 속에 담고 있는 의미는 계승하되 새로운 형색의 디자인을 많이 만나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예컨대, 탱화 역시 젊은 작가들이 우리네 민화를 현대적으로 위트있게 재해석하고 콜라보하여 전통의 의미를 더욱 알리고 사랑받고 있듯이 조심스럽지만 새로운 시도를 생각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브랜딩이라는 분야에 몸담고 있다보니 오래전부터 변하지 않는 모티브와 제한된 다양성이 조금은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다. 어쩌면 직업병일지도 모를 발상이다. 좀 더 깊이있게 들어간다면, 그렇게 제한될 수 밖에 없는 종교적인 이유가 있는 것일지는 모르겠지만, 늘 긍정적인 방향으로의 발전은 환영받을 가치가 있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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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불교계 상품들의 모습이다. 손수건, 파우치 등의 디자인은 전통적인 손그림과 손글씨가 들어가거나 비비드한 컬러의 오방색을 사용하여 높은 연령계층 수요자를 겨냥하고 있다.

현 시대를 살아가는 시점에서 종교의 의미는 과거와는 많이 달라진 듯하다. 분명한 건 자기 자신을 수양하는 수단으로써의 의미가 큼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나이와 성별 불문, 스스로의 지혜와 수양이 필수불가결해진 각박한 요즘 세상에 비단 불교만이 아닌 다른 종교계, 혹은 그 이상의 삶의 의미가 있다. 종교를 떠나 삶을 살아가는데 얻고자 하는 깨달음과 그 진리는 결국엔 하나로 귀결되지 않는가. 디자인상품화의 새로운 시도들이 이러한 경계를 허물고, 또 무언가와는 자연스럽게 연결지어주는 힘을 싣어줄 수 있기를 바란다.

지난 4월 4~7일까지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에서 2024 서울국제불교박람회가 개최됐다. 필자부터 이번을 계기로 방문해 사유해보는 시간을 가져봤다. 마음에 실패하면 인생에 실패한 것과 같다. 힐링, 쉼, 멍, 행복, 심신안정 등의 키워드가 이토록 우리 삶에 지배적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그토록 원한다는 의미일 테니. 우리네 심신을 원하는 방향으로 디자인하는 일은 어떠한 방식으로든 계속 되어야 한다. 그 길에 디자인의 바람이 자양분이 되어 다 함께 향유할 수 있기를.
 

 
류지희<디자이너·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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