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우 칼럼] 한국 방위산업의 위상과 음수사원(飮水思源)
[윤덕우 칼럼] 한국 방위산업의 위상과 음수사원(飮水思源)
  • 승인 2024.04.29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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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우 주필 겸 편집국장
필자가 군에 입대했을 때는 논산훈련소에서 M1소총으로 훈련을 받았다. 자대 배치를 받아서는 M16이 개인화기로 지급됐다. 모두 미제였다. 1970년대 초 북한은 탱크와 화포를 만들었지만 한국군은 소총 한 자루도 만들 기술이 없었다. 1980년대 초만해도 한국군에 대한민국 자체적으로 만든 무기는 거의 없었다.

불과 40여년이 흐른 지금 한국산 첨단무기들이 전세계에서 각광받고 있다. 격세지감이다. 한국 방위산업(K-방산)이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하자 전세계의 이목도 집중되고 있다.

미국 CNN은 한국이 ‘방위산업 메이저 리거’가 됐다고 보도했다. 미국 포브스도 “한국이 세계 최대 무기 공급 국가 중 하나로 탄생했다”고 했다. 영국 로이터는 “한국 방위 산업이 내수위주에서 수출로 전환하고 있다”고 전했다. K-방산은 올해 200억 달러(27조5천억원)수주와 글로벌 4대 방산강국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생각만해도 가슴 뭉클한 얘기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다연장로켓 천무, 현대로템의 K-2전차, LIG넥스원의 천궁,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T-50(고등훈련기)·FA-50(경공격기),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군함·잠수함 등이 주요 방산수출품이 됐다. 수출 대상국은 2022년 폴란드 등 4개국에서 2023년 아랍에미리트(UAE), 핀란드, 노르웨이 등 12개국으로 늘었다. 이를 통해 2023년 방산 수출액은 140억달러(19조3000억원)을 기록해 2년 연속 글로벌 톱10 반열에 올랐다. 최근에는 K-9자주포의 우수성을 확인한 베트남이 도입을 희망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과거 적국이었던 나라의 무기를 도입하는 일은 세계사적으로도 드문 일이다.

오늘날 K-방산의 결실은 박정희 대통령과 후임 대통령들의 자주국방정책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박정희 정부는 1970년 자주국방의 초석, 국방과학연구소를 창설했다. 오늘날 위력을 떨치고 있는 한국방위 산업의 기반이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자주 국방만이 살 길이다. 미국 방침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처지를 빨리 극복해야한다”며 “고성능 무기는 외화로 들여오되, 기본 병기는 하루 빨리 국산화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박정희 대통령의 자주국방정책은 국내외의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추진됐다. 1968년 1월 북한군 특수요원 31명의 청와대 습격사건과 푸에블로호 피랍 사건이 발생하자 박정희 정부는 자주국방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핵심내용은 자체적으로 군사력을 강화하고, 외세의 도움없이 국방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 확보였다.

특히 닉슨 독트린의 발표 이후 자주국방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졌다. 닉슨 독트린은 1969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에 의해 발표된 미국의 새로운 외교 정책이다. 주요내용은 미국 지원의 한계 설정이다. 닉슨 독트린은 미국이 기존의 조약 의무를 유지하면서도 더 이상 대규모 지상군을 해외 분쟁에 파견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대신, 미국은 동맹국들에게 군사 및 경제 원조를 제공하고, 그들이 자국의 군사 방위 책임을 주도적으로 맡을 것을 기대했다. 이 정책은 베트남 전쟁 동안 미국 자원을 고갈시킨 광범위한 군사적 약속을 줄이려는 목적이다. 이 독트린은 베트남 전쟁과 같은 광범위한 군사 참여에 대한 미국내 반대에 대한 반응이기도 했다. 베트남에서는 미군이 철수를 시작했고, 1971년 경기도 동두천에 있던 주한 미군 제7사단이 철수하기도 했다.

박정희 정부는 이러한 국제적 변화에 대응하여 방위산업을 육성하고, 군사 기술의 국산화를 추진했다. 유도탄 개발 같은 주요 군사 프로젝트들을 통한 한국의 군사적 자립이 목표였다. 이 과정에서 미국과의 기술 협력이 필요했으나 간간이 대립도 발생했다.

특히, 유도탄 개발은 미국의 감시와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일정한 사거리 제한 내에서 미사일 개발을 계속할 수 있었다. 이러한 자주국방정책은 한국의 국방력 강화와 군사적 독립을 위한 중요한 단계였다.

그런 의지가 50여년이 지난 지금 결실을 맺고 있다. 로마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듯이 한국의 방위산업도 마찬가지다. 음수사원(飮水思源)이라는 말이 있다. 중국 남북조시대 문인인 유신(庾信)이 쓴 유자산집(庾子山集)징주곡(徵周曲)의 ‘음수사원(飮水思源), 굴정지인(掘井之人)’에서 유래됐다. ‘물을 마실 때는 그 물의 근원을 생각하고, 우물을 판 사람을 생각하며 마셔야 한다’는 뜻이다.

우파네 좌파네, 보수네 진보네 말들이 많지만 힘이 없으면 하루 아침에 별 볼일 없어지는 것이 국제정세다. 지금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한국 방위산업의 위상이 과연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되새겨볼 일이다. 음수사원을 언급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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