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쿵' 의성 국가지질공원 이야기] <8> 걸 섶 낭떠러지에 지구의 역사를 쌓아놓은 점곡퇴적층
['심쿵' 의성 국가지질공원 이야기] <8> 걸 섶 낭떠러지에 지구의 역사를 쌓아놓은 점곡퇴적층
  • 윤덕우
  • 승인 2024.05.06 21:5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루떡을 보는 듯…백악기 호수서 만들어진 절벽 ‘장관’
중생대 백악기 호수 퇴적층
셰일·실트암 등으로 구성
단층에 의해 하식애 발달
물놀이·노지캠핑 인기 장소
 
점곡퇴적층
고희축하연에 올린 시루떡판을 연상시키는 점곡퇴적층.

◇‘신이 만든 시루떡과 무지개떡(Rainbow Cake)’ 퇴적층(암) 절벽

시골에서 경사스러운 돌잔치, 결혼 혹은 회갑연 등에서는 반드시 시루떡을 해 먹었다. 사악한 일이 없도록 붉은 팥고물과 쌀가루를 층층이 쌓은 팥고물 시루떡, 부부간에는 콩고물처럼 고소하라고 콩고물 시루떡을 만든다. 돌잔치에는 5가지 색채의 설탕, 검정깨, 노란 콩가루 등을 층층이 쌓아 무지개떡도 만들어 먹으면서 축하했다. 신이 만든 퇴적층을 보고 아마도 인간은 시루떡을 만들어 먹을 수 있었나 보다.

퇴적층에서 성질이 일정한 층(layer, 層)을 지층(Stratum, 地層)이라고 부른다. 오랜 시간 동안 대자연에 새로운 토양 자양분을 공급했다는 증거다. 대자연이 축복파티를 펼쳤던 마술 카펫으로, 지층 수는 바로 다양한 축복파티를 개최했던 횟수다. 축복 카펫이나 축하케이크를 쌓는 방법은 2가지다. 속을 채워가면서 쌓은 석가탑(釋迦塔) 구조와 속을 비우더라도 겉은 화려하게 하는 다보탑(多寶塔) 구조가 있다. 퇴적층이 쌓이는 건 전자에 더 가깝지 않을까?

지층은 지구의 역사를 기록하는 지질학적 자료로, 오랜 기간에 걸쳐 생성되며 다양한 두께를 나타낸다. 절단면이 보이는 절벽, 절개지 혹은 계곡에선 노두(outcrop, 露頭)가 나타나는데, 지구의 속살을 드러내 보인다. 사람의 나이는 외형상으로 이마에 주름살, 수족의 피부 노화 등으로 쉽게 판단할 수 있다. 나이테를 보고 수령을 알고자 나무를 절단한다. 최근에 코어 드릴로 나무속을 파서 확인한다. 반만년 한민족의 역사를 시대별로 자른다면, 고조선, 삼한, 삼국시대, 고려, 조선 등으로 동시적 단면이 난다. 이에 반해 강물처럼 한민족이란 전체 줄기를 드러내는 통시적 흐름도 가능하다.

의성 국가지질공원에는 점곡퇴적층 외에도 치선리 베틀바위, 석탑리 누룩바위 등이 멋진 퇴적층이다. 타 지역의 퇴적층 지질명소로는 무등산권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의 적벽, 청송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의 방호정 감입곡류천, 부산 국가지질공원의 태종대, 진안·무주 국가지질공원의 운교리 삼각주 퇴적층 등이 있다. 또 전북 서해안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의 채석강, 제주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의 서귀포패류화석층 등이 있다.

◇‘조물주가 손수 만든 작품’ 점곡면 절벽

점곡퇴적층 일대는 백악기 경상분지 하양층군 점곡층, 신생대 제4기 충적층에 해당한다. 점곡면 사촌리 산52번지와 사촌리 885번지에서 퇴적층 지질명소를 볼 수 있다. 점곡퇴적층은 현재는 하천이지만, 중생대 백악기 당시에는 호수였다고 한다. 암석은 주로 셰일과 실트암 등 세립질 퇴적암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런 단애 절벽을 이용한 등산학교 운영 혹은 클라이밍 운영을 할 수 있겠다. 실제로 과거에 인공빙벽을 만들어 운영했다고 한다. 그래서 마을사람들은 절벽을 사촌빙벽, 점곡빙벽, 옥사과골 빙장 등으로 부른다. 최근에 사촌1빙벽(텐트전용), 사촌2빙벽(캠핑카전용) 표지판을 설치해 차박 등 노지캠핑을 즐길 수 있도록 화장실 등의 시설을 마련했다. 여름이면 절벽 아래 하천이 깊지 않아 물놀이를 즐기는 가족 피서객들로 붐빈다.

하천 명칭은 미천(眉川)인데, 탐사자 입장에서도 이곳에서 보면 한눈에 지질구조선(地質構造線)이 확연하게 영향력을 끼쳤음을 볼 수 있다. 보통 지각변동으로 인해 지층이 끊어져 어긋난 것, 즉 단층을 말한다. 여기서 미천(眉川)은 굽이쳐 흘러가는 물길이 눈썹 모양이다. 남쪽 ‘눈썹 개울(眉川)’에 발을 담그는 여유를 만끽하자.
 

공룡발자국 화석산지 ‘비대골’
뒷발자국 길이 1.1m 공룡 등
용각·수각·조각류 발자국 보존
지질유산에 관심 많은 지역민
주민 사업 통해 프로그램 운영

◇송내리 공룡발자국, 지역주민들의 적극적인 보전

점곡퇴적층을 봤으면 송내리 비대골에 있는 공룡발자국 화석산지는 반드시 다녀가길 바란다. 의성 국가지질공원의 중요한 지질유산 중 하나로, 아직 지질명소는 아니다. 이곳은 중생대 백악기에 살았던 공룡들이 남긴 발자국들이 뚜렷하게 보존되어 있다. 모두 259점의 목 긴 초식 공룡(용각류), 육식공룡(수각류), 이족보행 초식공룡(조각류) 등의 세 가지 종류의 발자국이 있다. 목 긴 초식 공룡인 용각류의 발자국은 뒷발자국 길이가 가장 큰 것이 1.1m로 초대형 공룡이다. 이 발자국을 남긴 목 긴 초식공룡의 엉덩이까지 길이는 4.4m(발자국의 4배)로 추산된다. 가장 큰 육식공룡 발자국은 50cm로 몸길이는 최소 5m(발자국의 10배)로 추정한다.

점곡면은 지질유산에 대한 관심도가 높은 곳으로, 주민참여 예산사업으로 주민들이 스스로 자연유산 가치 보전을 위해 ‘공룡가족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공룡탐험대’라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이로 인해 2023년 6월 7일, 점곡면 주민자치회와 지질공원 역할 강화를 위한 적극적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진주교육대학교 김경수 교수를 초청해 점곡초등학생과 성인으로 나누어 교육을 진행했다. 7월 20일은 ‘의성의 공룡과 공룡발자국’이라는 주제로, 공룡의 정의와 특징, 화석 생성과정, 의성에서 발견된 공룡뼈 및 공룡발자국 화석산지 등 실내교육을 진행했다. 10월 14일과 26일은 현장탐방을 진행했다. 주민들은 송내리 공룡발자국 진입로를 가꾸고, 안내표지판을 직접 기획해 설치하는 등 굉장히 적극적이다. 뿐만 아니라 ‘점곡퇴적층’과 ‘사촌리 가로숲’까지 ‘점곡가로숲 둘레길’을 만들어 안내표지판을 세우고 걷기대회를 진행한 바 있다. 이렇게 지역주민들의 지역자원에 대한 관심과 활동참여는 의성 국가지질공원 인증에 기여한 바가 크다고 본다.
 

전시장 같은 사촌리 ‘벽화마을’
한석봉이 현판 쓴 누각 ‘만취당’
수령 500년 수호목 ‘만년향목’
의성의병기념관·사촌리 가로숲
지질 노두 160선 선정 ‘응회암층’

◇벽화와 전통마을에 감성터치

점곡면은 지질명소만이 아니라, 온 동네에 벽화, 만취당(晩翠堂) 건축물 등 신과 인간이 예술작품을 경연대회라도 하는 듯한 야외전시장이다. 점곡면사무소는 점곡면 점곡길 73에 있다. 행정구역 면적은 65.03㎢, 인구 1,590명, 943세대다. 2012년 한때는 1,907명까지 된 적도 있다. 1598년에 의성현 점곡이라고 했다. 1914년 4월 1일에 점곡면으로 개칭되었다. 9개 동리로 구암리, 동변리, 명고리, 사촌리, 서변리, 송내리, 윤암리 및 황룡리가 있다. 벽화로 단정한 마을은 사촌리, 구암 2리가 있다. 인근 옥산면 감계1리에도 마을 벽화가 유명하다. 그리고 금성면 탑리의 벽화도 빼놓을 수 없다. 마치 교황청을 방문했다면 베드로 대성당에서 25세의 젊은 미켈란젤로의 작품 ‘피에타(Pieta)’를 봐야 하는 것과 같다. 인근 사촌리 집성촌은 안동김씨, 안동권씨 및 풍산류씨의 집성양반촌이다.
 

만취당
1584년 완공된 의성 점곡 만취당.

점곡면 사촌리의 벽화 속으로 길을 찾아 들어가다가 보면, 조선시대 선비들의 풍류가 살아있는 풍광에 푹 빠져들게 된다. 바로 2014년 6월 5일 보물로 지정된 점곡면 사촌리 207번지 만취당(晩翠堂)에서 잠시 휴식을 한다.
 

한석봉이 쓴 만취당 현판
한석봉이 쓴 만취당 현판.

만취당(晩翠堂, Manchwidang House)은 조선시대 누각으로 2014년 6월5일 보물로 지정된 정면 4칸 측면 2칸 대청건물이다. 퇴계 이황(李滉, 1502~ 1572)의 제자 만취당(晩翠堂) 김사원(金士元, 1539~ 1602)이 학문을 닦고 후진을 양성하기 위해 세운 건물이다. 현판은 김사원의 동문이었던 석봉 한호(韓濩, 1543 ~1605)의 친필이다.
 

최종-사촌리가로숲
사촌전통마을의 서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막기 위해 조성한 숲인 ‘사촌리 가로숲’은 선조들의 자연관과 문화유산의 가치가 인정되어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사촌전통마을 서쪽의 방풍림, 사촌리 가로숲

이왕 왔으니 인근에 있는 수령이 500년 정도로 짐작하는 ‘만년향목’이라는 동네 수호목 향나무도 봐야 한다. 당시는 향나무를 식물성 방역물질인 파이토케미컬(phytochemical)을 분비한다는데 전염병을 막아준다고 심었다. 속설에서는 송은 김광수(金光粹, 1468 ~1563) 문인이 심었다고 한다. 이와 같은 사례는 1907년 달성공원에 가이즈카 향나무도 방역림(防疫林)으로 수천 그루를 심었다.

사촌전통마을에는 관련 전시시설들이 있는데, 먼저 점곡면 일직점곡로 1139에는 ‘의성의병기념관’이 있다. 창의부터 해산까지 62일 동안 결사적으로 항전한 의성의진의 의병투쟁을 널리 알리고, 의롭게 싸우다 순국한 의병들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기 위하여 건립했다. 현재 의병 후손이 관장으로 추대되어 찾아오는 탐방객들에게 안내 중이다. 또한 점곡면 점곡길 28에는 ‘사촌마을자료전시관’이 있는데, 유교문화권 개발 사업으로 건립되었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사촌전통마을의 유래와 민속, 출신인물 등에 대한 자료가 전시되어 있어 마을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사촌전통마을 서쪽, 점곡퇴적층 기준으로는 동(東)쪽에는 1999년 4월 6일 우리 선조들의 자연관을 알 수 있는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가 인정되어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보호 중인 사촌리 가로숲(Garosup Forest in Sachon-ri, 沙村里 街路숲)이 있다. 고려말(1390년경) 안동김씨 입향조 김자첨(金自瞻, 생몰연도미상)이 안동에서 이곳으로 이사를 와서 마을 서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막기 위해 조성했던 숲이라고 전해진다. 그래서 이 숲을 서림(西林)이라고도 한다. 동네를 수호하는 당산숲 뿐만 아니라 풍수지리설에 의해 빈틈과 결점을 보완하는 비보림(裨補林)이었다. 건천인 하천 양쪽에 수령이 300~600년 정도인 갈참나무, 상수리나무, 회화나무 등 낙엽활엽수림으로 조성되어 있다. 수풀 규모는 약 41,600㎡(=1,040m×40m, 12,600평)로 내륙지역 단일 마을로는 최대크기다. 이 숲은 풍속과 풍력을 75%가량 줄여 결국 사나운 바람에서 동네를 막아주는 방풍림(防風林) 효과가 실제로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의성을 대표하는 새, 왜가리 서식지

의성군의 군조인 ‘왜가리’는 품위가 있고 평화로운 새로, 풍요를 상징하는 길조다. 의성 지역 일부가 ‘왜가리 서식지’가 될 만큼 풍성한 자연환경이 조성되어 날씨 좋은 날에는 흰 나래를 활짝 펴고 활공하는 왜가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조류학자가 아니더라도 스마트폰을 검색해 왜가리, 황새, 백로, 두루미, 학 등을 구분해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왜가리 서식지에는 똥만 난무한 게 아니라 깃털로 많아 앙증스럽게 예쁜 깃털을 주워 책갈피를 마련했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한국의 지질유산 지질노두 160선’에 선정된 동변리 응회암층 지질유산

동변리 응회암층 지질유산은 점곡퇴적층과 마찬가지로 중생대 백악기 경상분지 하양층군 점곡층에 속한다. 점곡면 동변리 산81-7번지에 위치하고 있다. 이곳에 접근로는 점곡면에서 안동시 임하면으로 향하는 도로(동변길)변에 있다. 이 도로를 따라 안동 쪽 즉 북쪽으로 300m 정도 착시현상의 ‘도깨비 도로(goblin road)’가 있다. 그리고 남쪽엔 점곡 저수지가 있다.

동변리 응회암층은 ‘한국의 지질유산 지질 노두 160선’에 선정되어 지질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자주 이용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노두란 지질학에서 기반암 또는 지층 내부 광맥이 지표면에 드러난 것을 말한다(露頭藏尾). 금광의 금맥을 찾고자 하는 노두탐사(露頭探査)를 한다. 금은 일반적으로 황철석 혹은 황동석과 같이 나오기에 유황 냄새가 나오는 노두를 찾았다면 노다지 행운을 만날 수도 있다. 꿩은 ‘머리를 감추고 꼬리를 노출시킨다’고 ‘장두노미(藏頭露尾)’라 한다. 금맥(암맥)은 꿩과는 반대로 머리를 드러내고 꼬리를 감춘다.
 

 
글=이대영 코리아미래연구소장
 

공동기획 : 대구신문, 의성군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