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수석의 통상이야기] 한국 ‘FTA 정책 20년’ 성과와 과제
[손수석의 통상이야기] 한국 ‘FTA 정책 20년’ 성과와 과제
  • 승인 2024.05.08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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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석 경일대학교 국제통상학전공 교수
금년 4월 1일은 한국이 체결한 첫 번째 FTA(자유무역협정)인 한-칠레 FTA 발효 20주년이 되는 날이다. 한국은 1967년 4월 14일 GATT에 가입한 이래 줄곧 다자무역체제를 고수해 왔다. 그러나 1986년에 시작된 우루과이라운드(UR)와 1995년 출범한 WTO(세계무역기구)의 자유무역을 위한 협상 난항으로 1980년대 후반부터 세계 주요국들이 특정 국가나 특정 지역과 FTA를 체결하는 신지역주의 현상이 만연하였다. 이러한 신지역주의에 편승하여 한국도 한-칠레 FTA 이후 적극적인 FTA 정책을 추진해 왔다.

즉 한국은 칠레에 이어 싱가포르(2006), EFTA(유럽자유무역연합, 2006), ASEAN(2007), 인도(2010), EU(2011), 미국(2012), 중국(2015) 등 대부분 주요 통상국과 FTA를 체결하고, 2022년 2월에는 중국, 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 15개국에서 발효된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에 참가하여 FTA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그래서 금년 4월 말 현재 59개 주요 통상국(전세계 GDP의 85% 차지)과 21개의 FTA를 체결하고 발효하여, 세계 2위의 경제영토를 구축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특히 한국은 미국, 중국, EU 및 ASEAN 등 모든 거대경제권과 FTA를 체결한 유일한 국가로서 FTA 허브(hub,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 한국은 2017년에는 드디어 세계 무역 9위(수출 6위, 수입 9위)를 기록함과 동시에 1인당 GDP(국내총생산) 3만 1천600달러를 기록하여 FTA가 선진국 진입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작년에는 필리핀, UAE, GCC(걸프협력회의), 에콰도르, 과테말라 등 9개국과도 5건의 FTA 협상을 완료하고 발효 준비 중에 있다.

산업부에 의하면 실제로 한-미 FTA를 통해 10만 명의 고용 창출, 9.9조 원의 생산유발 효과, 그리고 26.7조 원의 소비자 후생 증대 효과를 거두어, 실질 GDP 성장 기여율이 1.82%나 된다고 한다. 한-EU FTA와 한-중 FTA도 GDP 성장에 각각 0.77%, 0.49% 기여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칠레 FTA 발효 전인 2003년 3천726억 달러였던 한국의 무역 규모는 20년 후인 2023년에는 약 3.4배 증가한 1조 2천752억 달러나 됐다. 이러한 무역 규모는 2023년 일본 무역 규모(1조 5천28억 달러)의 약 85%에 달하는 수준이다.

한편, 그동안 구축해 놓은 한국의 FTA 글로벌 네트워크는 오늘날 WTO 체제가 사실상 붕괴된 상황과 탈세계화 국면에서 교역의 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 미-중 무역 갈등이나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관련한 보호무역주의가 확대되는 가운데에도 FTA는 우리 무역에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가령,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서 전기자동차 보조금 지급조건에 FTA 체결국을 핵심광물 ‘원산지 조달국’으로 인정하고 있어 한국이 FTA 상대국으로서 혜택을 누리고 있다.

물론 그동안 많은 FTA 협상 과정에서 시장 개방으로 인해 피해가 예상된 국내 산업 부문으로부터 커다란 반발에 직면하기도 했다. 한-미 FTA 협상과 관련한 쇠고기 파동(광우병 파동)과 한-칠레 FTA와 관련한 국내 포도 재배 농가의 거센 반발 등이 대표적 사례다. 그러나 한-미 FTA 이후 미국산 소고기 수입이 약 2.5배로 증가하기는 했으나, 당초 우려와는 달리 미국산의 두 배 가격인 한우 생산량도 한-미 FTA 발효 전보다 34%나 증가하고 소비도 늘었다. 한국 포도 재배 농가도 품종(샤인머스캣) 개량으로 인한 수출 등으로 오히려 농가 소득이 증가했으며, 우리와 FTA를 체결한 동남아 시장에서는 딸기 등과 함께 명품 과일 대접을 받으며 수출 증가와 농가 소득 증대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또한 FTA로 관세(14%)가 철폐된 김밥, 가공밥, 김치, 라면 등은 미국으로 수출이 크게 증대됐다. 결과적으로 우리 농·축산 식품 분야는 FTA라는 외부 위기를 경쟁력 강화의 기회로 바꾼 셈이다. 결국 우리 소비자 입장에서는 상품 선택의 폭이 넓어졌고, 우리 농가는 경쟁력이 향상되어 소득이 증대됐다.

그러나 아직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의 FTA 활용률이 낮으며, 농·축산 식품의 경우 수입에 비해 수출 시 협정관세 활용률이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것을 문제점으로 지적할 수 있다. 이는 FTA 담당 전문 인력이 부족하고, 해외시장 진출의 장애물이 많아 원산지 증명과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유관기관들은 FTA 협정관세 활용률이 저조한 원인을 품목별로 심층적으로 분석하여 관련 기업들이 FTA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정보제공을 확대하고 원산지 관리, 전문 인력, 해외시장 진출 지원을 강화하는 등의 종합적인 시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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