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 일대에서 전국 각지에서 모인 밴드의 강렬한 사운드가 봄밤을 뜨겁게 달궜다. 이날 열린 제6회 대구TOP밴드 경연대회에는 참가팀을 비롯해 5천여명의 관객이 몰리며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대구신문이 주최·주관하고 대구광역시·대구문화예술진흥원·대구시교육청 등이 후원한 대회는 2024 판타지아대구페스타 봄축제의 일환으로 열렸다.
◇ “이날만을 위해”…구슬땀 흘리며 끼 뽐낸 참가자들
올해로 6회째를 맞은 경연은 1차 예선에만 성인부 75개팀, 청소년부 121개팀의 동영상이 접수될 만큼 큰 관심을 모았다. 이날 무대에는 본선에 진출한 20개 팀이 올라 열띤 경쟁을 펼쳤다. 개최 햇수가 늘어나면서 서울, 대전, 부산, 포항 등 각지에서 참가자들이 대구로 모여 ‘록의 성지’ 대구의 저력을 실감케 했다.
무대의 첫 시작을 알린 GAHS(가스)는 발랄한 아이돌 노래인 ‘하입보이’를 R&B 락 스타일로 직접 편곡해 눈길을 끌었다. 영덕여중에서 참가한 ‘라온밴드’는 귀여운 안무와 함께 탄탄한 보컬 실력을 선보여 미소를 자아냈다. 하얀 셔츠를 맞춰 입은 ‘온새미로’는 기타리스트의 다양한 퍼포먼스로 무대를 달궜다.
‘stand up’이라는 노래를 부른 ‘hypnotize’ 팀은 “곡 제목에 따라 관객분들 모두 일어서서 무대를 즐겨주세요”라고 외치며 관객들의 호응을 끌어냈다. 객석에 앉은 관객들은 물론 무대를 마치고 내려온 참가 팀들도 휴대전화 플래시를 켜거나 드럼 채를 쥐고 흔들며 큰 소리로 화답했다.
이어진 성인부 무대에서는 연륜에 걸맞은 노련한 무대매너가 돋보였다. 5분 남짓한 곡을 연주하면서도 관객들의 호응과 동선이 자연스럽게 버무려질 수 있도록 편곡해 ‘경연’이 아닌 ‘공연’을 보는 것 같다는 호평을 받았다. 특히 성인부에 참가한 10개 팀 중 5개 팀은 자작곡을 통해 특별한 무대를 선보였다. 봄밤의 열기를 받아 땀이 송골송골 맺힌 참가자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가득했다.
◇ 강렬해진 밴드 사운드에 관중 열기 ‘후끈’
올해 대회에는 참가자들의 목소리와 연주를 더 생생하게 전달하고 더 진한 감동을 느낄 수 있도록 예년보다 우수한 최신 음향시설을 공연장에 설치했다. 선명한 일렉기타부터 공연장 전체를 무게있게 울리는 베이스와 드럼, 보컬의 목소리를 화려하게 담아내는 마이크로 더 강렬해진 사운드가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객석에 앉은 관객들뿐만 아니라 뒤편 잔디밭에서 피크닉을 즐기던 시민들과 산책하던 시민들까지도 무대에 홀린 듯 참가자들의 호응에 응답하며 무대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직장인 허성수(27)씨는 “작년에 우연히 대회를 알게 돼 올해도 일부러 일정을 맞춰 구경하러 왔는데 날씨도 선선하게 바람이 부는 데다 시원시원한 록 음악을 들으니 더위가 싹 가시는 것 같다”며 “청소년 참가자들은 어린 나이에도 떨지 않고 무대를 채워나가는 게 대견하다. 나도 기타를 배워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며 웃었다.
강아지와 산책하다 발길을 멈춘 김춘옥(59)씨도 “산책하던 중 젊은 기운에 매료돼 구경하고 있었다. 록은 잘 모르지만 활기차서 기분이 좋다”며 “강렬하고 쿵쿵거리는 소리에 속이 다 시원하다”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학생들의 단체 응원전도 눈에 띄었다. 선생님 밴드 ‘The band Adore’를 응원하기 위해 찾아왔다는 이승진(19·협성고) 군은 “학교 밴드부를 지도해주시는 이지은 선생님께서 대회에 참가하셔서 응원하러 30명이 함께 왔다”며 “밴드부를 위해 사비로 악기와 앰프를 제공하실 정도로 열정이 있으신 분이다. 정말 멋있었고 연예인 같았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 기부부터 음악 등용문까지…다양한 의미 담은 축제
이번 대회는 기부부터 음악 등용문 등 다양한 의미를 담은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경연이 진행된 야외음악당 인근에는 결식 아동에게 급식을 지원하기 위한 기부 부스가 마련됐다. 부스에 설치된 키오스크를 통해 제품을 구입하면 기부금이 채워지는 방식으로 이날 행사가 진행된 지 2시간 만에 100만원의 기부금을 달성했다. 기부 품목으로 마련된 제품은 ‘헛개나무 열매즙’으로 16만원 상당의 제품을 기업으로부터 후원받아 관객들에게 9천900원의 금액으로 판매됐다.
지난해 성인부 우승팀인 ‘디튠’이 축하 무대에 오르면서 ‘음악 등용문’이라는 특별한 의미를 더했다. 보컬 강지완(38)씨는 “각자 개인 생활이 있어 1년 동안 밴드를 유지하며 음악 활동을 이어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며 “대상을 받고 난 뒤 멤버 변동 등으로 인해 잠시 암흑기가 있었지만 밴드 이름을 ‘루월’로 바꾸고 이 무대 준비를 원동력 삼아 다시 일어서게 됐다. 가을쯤 자작곡들을 모아 미니 앨범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류예지·유채현·김유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