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칼럼] 과연 정부는 진정으로 의료개혁을 바라는가?
[의료칼럼] 과연 정부는 진정으로 의료개혁을 바라는가?
  • 승인 2024.05.12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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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 리앤의원 원장
우리나라의 의료수준이 이를 접하는 거의 모든 전세계인들이 감탄할 만큼 뛰어나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의료는 여러 연구들을 통해 보건의료의 수요와 공급, 접근성, 질 등에서 OECD 평균을 상회하며, 그에 비해 의료비는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보건의료 재난 위기 상황이라 일컫는 요즘에도 3차 병원에서 어려운 수술이나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병원이용에 큰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잇따른 잘못된 방향으로의 일방적인 의료정책 발표로 인해 전공의들이 자발적으로 사직한 지금, 아이러니하게도 비로소 응급의료체계가 올바르게 작동하고, 불필요한 의료사용이 줄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이와 같은 사례들은 현재 우리가 생각하는 우리나라 의료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의사 수에 있다기 보다는 의료의 구조, 즉 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있음을 잘 보여준다.

2024년 2월 의대증원안을 필두로 정부는 마치 무언가에 쫓기는 사람처럼 의료개혁에 대한 여러 가지 정책들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대다수의 현장 의료인들이 잘못된 정책이라 지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토의와 검토 없이 다양한 전문가들과의 소통을 단절한 채 (혹은 정부의 정책에 동의하는 일부 전문가들과만 소통한 채) 임시방편 식의 조치들로 단기간에 의사 수를 늘리기 위해 온 힘을 다해 밀어붙이고 있는 형국이다. 그 단적인 예로 5월 8일 보건복지부는 외국 의료인 면허 소지자의 의료행위를 허용하는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 하였다. 간단히 말해, 보건의료 재난 위기가 ‘심각’단계일 때, 보건복지부장관의 ‘허가’만으로 외국 의료인 면허 소지자에게 의료행위를 ‘허용’한다는 취지의 법안인데, 이는 의료행위에 필수적인 면허시험조차 통과할 능력이 되지 못하고, 진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환자와의 의사소통 또한 제대로 되는지 판단조차 되지 않는 이들에게 우리나라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게 하겠다는 매우 무책임하고 말 그대로 어처구니가 없는 법안이 아닐 수 없다.

의대증원 여부는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 협상은 서로간의 이익을 각자의 피해를 최소화하며 나누기 위해 사용하는 수단이며, 정부와 의사는 이를 두고 서로의 이익을 위해 타협할 이유가 없다. 더욱이 국민의 건강권과 보건의료는 결단코 협상의 도구로 사용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다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최일선에 있는 의사들은 현재 정부가 의료개혁이라는 이름하에 추진하고 있는 정책들은 개혁이 아닌 개악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하고 있으며, 특히 의대증원 문제는, 의사들의 밥그릇 크기가 줄어들어서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현 의료구조에 반드시 악영향을 끼치게 될 시발점 역할을 하는 정책이기 때문에 절대 시행되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정부의 정책은 모두 옳을 수는 없으며, 의료전문가로 대표되는 의사들의 의견 또한 모두 옳을 수는 없다. 의료제도와 같이 나라의 근간이 되는 정책을 결정하는 모든 논의 과정은 반드시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하고, 이는 다수결이나 인기투표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각계 각층의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들을 모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것이 정부의 역할일 것이나, 현재 정부는 객관적이고 정확하며 투명한 정보전달 보다는 실속없는 감정적인 이미지 광고에만 치중하는 행보를 보여 이에 매우 깊은 유감을 표한다.

의대증원과 관련해 법원에 제기된 여러가지 소송 가운데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는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 항고심’에서 증원 규모로 내세웠던 2000명의 근거와 회의록 등을 5월 10일까지 제출하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이에 정부는 의대정원배정위원회의 회의록은 작성에 있어 법적 의무가 없으며, 정부는 현행법이 작성하는 회의록의 작성 의무를 모두 지켰다고 답하였다. 이 얼마나 오만하고 말장난스러운 발언인가. 지금까지 정부는 의대증원은 국민 모두가 숙원하고 하루도 늦출 수 없는 중대사한이라며 그렇게 중요성을 강조하고도, 단지 법적 의무가 없다는 이유로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았다고 하였다. 정부는 즉시 법적 의무를 떠나 중요한 정책의 결정을 내리된 이유와 과학적 근거를 소상히 기록하여, 모든 국민에게 그 결과를 공개하여야 할 것이다.

정부가 진정으로 우리나라의 의료개혁을 바란다면, 의대증원 결정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여 정책결정의 합리성을 국민 모두에게 설명하고 설득해야 옳을 것이다. 앞으로 더이상 사회적 갈등을 이유로, 자유로운 발언을 보장한다는 변명으로 정책결정과정을 비공개에 부쳐, 무책임하고도 잘못된 정책들이 난무해서는 안된다. 정부가 진정으로 국민들을 생각하는 진심어린 판단을 내려주기를 다시 한번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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