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상실의 시대
[데스크칼럼] 상실의 시대
  • 승인 2024.05.14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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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청 부국장
연일 낮 기온이 25도를 오르내리는 진한 봄이다. 계절의 여왕답다.

5월 가정의 달을 보내면서 ‘참 이번 달은 행사가 많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가족들을 챙겨야 하는 숱한 기념일들이 빼곡한데 웬 경조사는 이렇게 몰리는지.

집안과 개인의 대소사로 돈 들어갈 일이 부쩍 많아지면서 팍팍 줄어드는 지갑의 무게를 실감한다. 이런 일들로 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삶을 살면 좋겠다는 생각이 언뜻 든다. 많은 이들이 비슷비슷한 처지에서 비슷비슷한 생각을 하는 때가 바로 이 계절 쯤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생각이 이어지면서 성공이 무엇일까, 행복은 무엇일까 하는 물음도 자꾸만 밀려온다.

사람들에게 진정으로 행복한 삶을 유지하려면 어떤 조건을 구비해야 하는가를 물어보면 대개는 ‘돈과 명예’라고 답 할 것이다. 돈과 명예는 자본주의 민주사회에서 당연히 중요하다. 재정적인 성공과 사회적인 지위, 뭐 그런 것이 우선 필요하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그것을 추구하고 돈과 명예가 작다고 느끼면 그만한 상실감을 느끼게 되는 것임은 애써 물어볼 필요가 없다.

돈도 소유하고 싶고 명예도 소유하고 싶은데, 그렇다면 어느 정도 수준으로 그것들을 소유해야 행복할까.

기준은 저마다 다르다.

어떤 이는 의식주를 해결할 정도면 충분하다고 할 것이고 또 어떤 이는 남들만큼은 돼야 한다고 할 것이다. 나름대로 월등한 부자의 반열에 들어야 행복하다는 의견을 가진 이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소유 과잉의 시대에 살고 있다. 무언가 소유하고 싶으면 손가락 동작 몇 번 만에 빠르면 몇 시간 안에 소유할 수 있는 세상이기도 하다. 반면 그렇게 소유하지 못할 것을 걱정하며 불안해하기도 한다.

책 보다는 전자 기기를 통해 더욱 방대한 정보를 흡수하면서도 무언가 채울수록 흩날리는 느낌을 갖기도 한다. 넷플릭스 같은 OTT(Over-the-top) 서비스로 수많은 영화를 섭렵하면서도, 한 장의 LP판이 아닌 끝없이 나오는 유투브 음악을 들으면서도 너무 넘쳐나 오히려 내가 원하는 것을 골라내지 못하는 상실감을 맛보기도 한다.

치열한 경쟁과 극심한 스트레스, 끊임없는 긴장과 두려움이 연속으로 이어지는 현대사회. 모든 것에 있어 과부하가 걸리고, 과잉이 되는 상태 속에서 우리는 살아간다. 우리의 불안은 여기서 출발한다.

5월의 한가운데서 계절의 진정한 선물에는 둔감한 채 스스로에게 몰려오는 과잉의 불안감에만 민감하다 보니 생각의 줄기가 여기까지 치달았다.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대한불교조계종의 정신적 지주인 종정 성파 대종사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람 몸을 받아서 태어난 것 자체가 금수저”라며 허송세월 하지 말고 남을 비난하기 전에 자신을 돌아보라고 당부했다. 의대 정원 문제를 둘러싼 갈등과 대립에 관해서는 “자기 욕심을 너무 차린다”고 했다.

인간으로 태어난 것 자체가 행복이니 너무 밥그릇에만 민감한 소유욕에 이끌리지 말라는 뜻 아닐까 싶다.

소박한 것에 만족해야겠다는 생각이 5월의 한복판에서 무슨 득도라도 한 것처럼 갑자기 마구 밀려온다.

영국의 예술가인 윌리엄 모리스(William Morris)도 이런 말을 남겼다. “모든 것을 포기해서라도 인생의 소박함을 얻는다면 그것은 불행이 아니라 오히려 세련된 삶의 시작이다”

너무 챙겨야 할 기념일이 많다고, 너무 경조사나 행사가 많다고 걱정에 빠지지만은 말아야 겠다.

5월이 내게 주는 풍부한 감성을 만끽하고 스스로와 연결된 많은 이들의 안부를 챙기며 현재를 중요하게 여기는 하나의 구성원이 돼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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