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칼럼] 만인에게 평등하지 못한 법집행
[목요칼럼] 만인에게 평등하지 못한 법집행
  • 승인 2024.05.15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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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형 객원논설위원 행정학 박사
흔히 법은 만인에게 평등해야 된다고 한다. 그러나 현실세계에서 이를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즉 만인에게 평등하게 법을 집행해야 하는 검찰이나 법원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 본인들은 절대 아니라고 강력하게 주장하겠지만, 일반인의 눈에는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 사이에 차별이 심하다고 느끼고 있는 것이다. 특히 힘 있는 권력자에 대해서는 더욱 그러하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든지 ‘억울하면 출세하라’는 말이 시중에 회자되고 있는 것이다.

실례를 보자. 과거 불법 정치 자금 9억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던 한명숙 전 총리의 경우 2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지만 법정 구속이 되지 않았고, 그 형량을 그대로 확정한 대법원 판결은 2심 선고 후 거의 2년이 지나서 나왔다. 이번 총선에서 원내 제3당으로 등장한 조국혁신당의 조국 대표의 경우에도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기소되어, 1심만 3년 2개월, 2심은 1년이 걸렸고, 2심에서 징역 2년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재판부는 방어권을 빌미로 법정 구속하지 않았고, 대법원에 상고하면서 아직 최종 형은 확정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조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당당히 국회의원에 당선되었다. 같은 당 최강욱 전 의원도 민주당의원이던 시절 조 대표 아들에게 허위 인턴 확인서를 써준 것과 관련하여 기소되어 2심에서 당선무효형인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지만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까지 1년 3개월이 걸렸다.

단순한 사건이었는데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렸고, 결국 그는 4년 임기 중 3년 4개월을 채운 후에야 의원직을 상실하였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한 후원금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윤미향 의원의 경우 작년 9월 2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지만 7개월이 지난 지금도 대법원 판결이 나오지 않고 있다. 당선무효형인데 판결이 늦어지면서 4년 임기를 다 채우게 된 것이다.

피고인이 구속된 사건은 1심 6개월, 2심 8개월, 3심 8개월 등으로 구속 기간 제한이 있어 대부분 재판이 신속하게 진행된다. 그러나 불구속 실형 사건에서는 그런 제한이 없어 선고가 늦어지는 경향이 많다. 거의 대부분 불구속으로 재판받는 현역 의원 사건은 더욱 그러하다. 국회의원은 일반 형사 사건에서 금고 이상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상실하게 된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은 불체포특권이 있어 일반인들과 달리 불구속으로 기소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이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기소 단계에서부터 검찰의 소환에 불응하는 경우도 많다. 일례로 작년 4월 검찰이 조사를 시작한 ‘더불어민주당 돈봉투 수수’ 사건과 관련하여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윤관석·이성만 무소속 의원과 허종식 민주당 의원, 임종성 전 민주당 의원에 대해서도 이제 겨우 공판이 시작된 가운데, 함께 의혹을 받는 현역 국회의원 7명은 아직까지 검찰의 소환조사에 갖가지 이유를 대며 불응하고 있다.

또한 갖가지 의혹으로 인해 기소되어 현재 재판중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대표에 대한 재판은 앞으로 몇 년이 걸릴지도 알 수 없고, 아주 단순한 사건인 부인 김혜경여사의 법인카드 유용사건도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의혹에 대한 조사도 야당에서 특검을 거론하고 나오면서 이제 겨우 검찰에서 수사를 시작하고 있다.

이와 같이 힘 있는 권력자에 대해서는 각가지 의혹이 있어도 검찰에서는 다른 일반인들과 달리 빠른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기소를 하더라도 불구속으로 기소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비록 우리 헌법 제27조의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한다’는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가능한 불구속 수사를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하지만 실상은 그러하지 못하다. 모든 형사피고인이 불구속으로 재판받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불구속으로 재판을 한다고 해서 무작정 시간을 지체해서도 안되며, 구속 사건에 준해 최대한 신속하게 선고해야 한다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그것이 피고인 입장에서도 언제 실형이 집행될지 몰라 불안해하는 상황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그 사건이 무죄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어찌되었던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어떤 신분이냐를 막론하고 의혹 사건이 발생하고, 그것에 대해 국민적 의혹이 발생한다면 똑같이 평등하게 처리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 안타까운 현실인 것이다. 검찰과 법원이 다시 한 번 자신들의 존재이유를 되새겨보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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