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를 찾아서] 꽃다지에게
[좋은 시를 찾아서] 꽃다지에게
  • 승인 2024.05.15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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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구 시인

햇빛의 길을 보았니

일 초에 백만 리를 달리는

억만리 허공의 곧고 투명한 길을 달려와

흙을 만나면 흙속으로 들어가 싹 틔우고

나무나 풀을 만나면 그 속으로 들어가 꽃 피우는

눈부신 흰 말들

그중의 한 마리 말이 환생하여

잠시 피어난 꽃다지인 내가 무엇을 말할 수 있겠니

돌밭둑이라도

기쁘게 피었다 갈 뿐이야

바람 속에 끄덕이는

한 뼘 꽃다지

◇윤정구= 경기 평택 출생. ‘94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눈 속의 푸른 풀밭’, ‘쥐똥나무가 좋아졌다’, ‘사과 속의 달빛 여우’, ‘한 뼘이라는 적멸’ 외.

<해설> 잠시 피었다가 사라지는 꽃다지라는 풀의 운명을 관조의 눈길로 들여다보면서 짧은 인생의 허무함을 노래한 시로 읽힌다. 어미의 몸에서 태어나 실눈을 뜨면서 빛을 만나고 억만리 허공의 길을 억척같이 달리다가 보니 어느새 시들어가는 운명 앞에서 꽃다지와 시인은 어떤 공감대를 갖게 되는 것일까? 싹틔우고 꽃피우고 눈부신 흰 말을 남기려 시인이 되고, 남은 시간이 참 잠시일 걸 안다는 것은, 돌밭둑이라도 기쁘게 피었다 간다는 넉넉한 시인의 안목은 한 뼘 꽃다지가 흔들리는 동작을 수긍으로 읽으면서 이 시는 사물과 말 걸기 혹은 소통의 미학을 잘 보여주고 있다. -박윤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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