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수석의 통상이야기] 전기차시장의 글로벌 경쟁 현황과 대응 방안
[손수석의 통상이야기] 전기차시장의 글로벌 경쟁 현황과 대응 방안
  • 승인 2024.05.22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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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석 경일대학교 국제통상학전공 교수
그동안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던 전기차 시장의 수요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둔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즉 2021년과 2022년에 각각 세 자릿수와 60%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던 전기차시장이 2023년에는 30%대의 성장에 머물렀으며, 금년에도 20% 전후의 성장에 머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처럼 최근 들어 전기차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 배경으로는 글로벌 경기 둔화와 소비자 구매력 감소, 비싼 전기차 가격, 충전 인프라 부족 등을 들 수 있다. 이에 미국 등 주요국에서 전기차 보급을 늦추는 ‘속도조절론’이 등장하는가 하면, 한편에서는 전기차 시장이 일시적 수요 둔화를 극복하고 배터리 가격 하락과 각국 정부의 보조금 정책 등을 통해 지속적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며 글로벌 기업들이 투자 경쟁을 벌이고 있다.

2023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판매량이 전년보다 350만 대 증가하여, 약 1천 4백만 대의 새로운 전기차가 등록되어 총 4천만 대의 전기차가 운행되고 있다. 2023년의 경우 전기차 판매가 모든 차량 판매의 약 18%를 차지했으며, 이는 2022년의 14%와 2018년의 2%보다 큰 비중이다. 배터리 전기차(BEV)가 2023년 전기차 재고의 70%를 차지했다. 그리고 전기차 판매의 약 95%는 중국, 유럽, 미국 등 주요시장에 집중되어 있다. 더욱이 2030년까지 전기차 시장은 약 1.6조 달러(약 2,100조 원)로 확대될 것으로 예측되며, 연평균 성장률이 17.8%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서 최근 세계 기업들은 전기차 시장에 대한 투자를 증가시키고 있다. 특히 배터리 공장에 대한 투자가 두드러진다. 전 세계 자동차 업계는 2026년까지 전기차 부문에 총 5천 260억 달러(약 664조 2천억 원)를 투자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러한 투자는 전기차 시장의 성장을 촉진하고 있으며, 기술 발전과 정부의 지원을 통해 더욱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글로벌 자동차 산업에는 전기차 산업의 성장세에 힘입어 기업들이 전기차 공장에 수조 원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여 ‘쩐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금년 4월 일본 혼다가 온타리오주에 캐나다 역대 최대 규모인 110억 달러(15조 원)를 들여 전기차 허브를 구축하고 2028년부터 매년 전기차 25만대와 36GWh(전기차 45만대 분량)의 배터리를 생산하겠다고 발표했다. 닛산은 약 5조 원을 들여 2023년 영국 선덜랜드 공장을 전기차 생산기지로 전환했다. BMW는 4.7조 원을 들여 중국 랴오닝성 리디아 공장에 전기차 및 배터리 설비를 증설하고 있다. 테슬라도 2022년에 독일 베를린에 5.9조 원을 들여 기가팩토리 생산을 시작했으며, 멕시코 누에보 레온주에는 6.8조 원을 들여 기가팩토리를 준비 중이다.

그리고 GM이 미시간주에 7.1조 원, 폴크스바겐이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2.7조원을 들여 전기차 및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현대차그룹도 10.4조 원을 들여 미국 조지아주에 LG엔솔과 전기차 및 배터리 메카 ‘메타플렌트’를 건설 중이다. 한국에도 울산에 2조원을 들여 전기차 전용 공장을 착공하는 등 전기차 생산 확대를 위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으며, 아산, 울산, 전주 등 국내공장을 중심으로 전기차 생산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기존에 1조 원이면 연간 내연기관차 3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지을 수 있었지만, 전기차 시대엔 수조 원은 기본이고 10조 원 이상의 거액을 쏟아붓고 있다. 이는 최근 전기차 생산 공장에 개별 소비자 입맛에 맞는 다양한 차를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AI(인공지능) 기반 지능형 제어 시스템과 고가의 각종 로봇 등 첨단장비가 도입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기차의 경우 친환경·첨단화한 자동차 배터리와 각종 센서, 반도체 등으로 전기차가 달리는 IT기기(커넥티드카)로 바뀌면서 가져온 변화다. 이에 더해 최근 전개되고 있는 미·중 무역 갈등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으로 생산기지의 지정학적 위치가 경쟁력의 핵심요소로 등장하며 더 많은 투자자금을 필요로 하고 있다.

즉 자동차 기업들은 미국, 중국, 유럽 등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나 관세 장벽 등과 같은 수입규제를 회피하기 위해서는 여러 나라에 수조 원을 투자해 생산 기지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그 만한 자금력이 없는 기업들은 자금력이 큰 우량기업들을 추격할 엄두를 내기도 어려워 기업 간 격차가 더 커질 수 있다.

또한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의 전기차 공장 설립에 거액의 투자자금을 앞세운 치열한 경쟁은 과잉 설비를 부추기고 과잉공급을 초래할 수 있다. 만일 전기차 시장의 최근 수요 둔화가 장기화될 경우에는 과잉설비와 과잉공급 문제를 더욱 악화시켜 기업의 엄청난 재무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전기차 기업들은 전기차 시장의 미래 수요와 경쟁 상황을 면밀히 예측하여 투자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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