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매듭이 지어지다
[문화칼럼] 매듭이 지어지다
  • 승인 2024.05.22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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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국 칼럼니스트
최근 나에게 생긴 일을 ‘매듭이 지어지다.’ 라고 말하는 것이 과한 표현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의 몸과 마음 모든 것은 “그렇다! 그러니 그리 알고 이제 지나간 날들은 휘 보내고 다가오는 시간을 잘 대비하라”고 말하는 것 같다. 최근에 나는 책 출간과 더불어 조촐한 북 토크를 가졌다. 나는 글을 써서 밥을 먹고사는 작가도 아니고 그리 대단한 재주를 가진 사람도 아니다. 이런 형편이니 책을 낸다는 것이 나에게는 보통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것보다는 책을 내는 과정을 통하여 지난날을 돌아보고, 앞으로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하여 정말 매듭을 맺듯이 정리가 되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나는 살아오며 글 쓸 일이 별로 없던 사람이었다. 쓰는 것도 그렇지만 읽는 것도 대한민국 평균을 조금 웃도는 정도의 수준이나 될까? 아무튼 훌쩍 넘어서지 않는 것은 확실하다고 말씀드리는 게 맞을 것 같다. 그러다 무대에서 노래를 하던 사람이 어느 날 책상에 앉아 예술경영을 하게 되면서 글을 쓸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이게 되었다. 모 일간지에 칼럼을 쓰는 것을 시작으로 점차로 여러 매체에 글을 쓰게 되는 횟수가 잦아들게 된 것이다. 이렇게 쌓인 글의 양이 상당하다. 그러다 도서출판 학이사 대표님의 레이더망에 띄게 되었다.

책을 한번 내어 볼까라는 막연히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사실 혼자서는 엄두가 나지 않는 일이다. 더군다나 내가 그동안 써온 글은 모두다 신문 등에 활자로 세상에 공개 된 것들인데 이것을 다시 묶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런 마음도 들었고 아무튼 책을 출간한다는 것은 용기와 품이 많이 드는 일이다. 이런 차제에 출판사 대표님의 솔깃한(?) 제안에 결국 마음을 내게 되었고, 출판사에서 글을 고르고, 편집, 교정 그리고 디자인까지 모두 해준 덕분에 나로서는 너무 편하게 책을 손에 쥐게 되었다. 특히 “저자가 책에 실을 글을 고르게 되면 오히려 눈이 좁아질 수 있다. 그것은 자신들이 하겠다.”는 대표님의 말씀에 영화 ‘지니어스’의 한 장면을 떠올리며 아주 마음 편히 말씀에 따랐다. 제목 역시 내 의견보다는 출판사에서 제시하는 것 중 하나를 고르는 정도로 나의 뜻을 반영하게 되었다.

이런 일을 거쳐 그동안 여러 매체와 긴 시간동안 신문의 지면을 장식하던 나의 글은 어떻게 보면 이전의 무게와 느낌과는 사뭇 다른, 책으로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참으로 영광스럽고 감격적인 작품을 손에 들게 되었지만 하나의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나의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출판사의 기획이다 보니 조촐한 북 토크(출마 하나?라는 농담성 연락을 비롯하여, 무슨 의도? 라는 오해가 있기도 했지만 이것은 순전히 출판사 정례행사이다)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내가 글 쓰는 작가도 아닌데 책을 가지고 한 시간 동안이나 과연 이야기 할 내용이 있을까? 더구나 출판사 주최 행사지만 대부분 나의 지인이 올 터 인데, 다들 익히 아는 내용을 다시 말해야 하나 이런 걱정에 마음이 몹시 무거웠다. 그러나 다행히 북 토크사회자 및 여러 스텝들의 도움으로, 자리에 모신 분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나누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책이 나올 때 까지는 서문을 쓰는 것 외에는 책에 실릴 글을 거의 쳐다보지도 않았다. 책이 마무리 되고난 후에야 짧은 시간이지만 집중력 있게 나의 글을 읽어나갔다. 꽤 긴 시간동안 하나씩 써 온 글은 나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글의 내용과 더불어 그 글을 쓸 당시의 나의 상황도 주마등처럼 떠올랐다. 왜? 무슨 생각으로 이런 말을 했는지? 그렇게 책에 실린 글을 읽는 시간을 통하여 내가 살아온 발자취를 매우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 나의 지난날에 대한 평가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 선명히 보이기 시작했다. 따라서 이 시점에 이렇게 책이 만들어 진 것은 나의 커리어에 한권의 책을 기록하는 것을 넘어서 무언가 내 인생의 매듭이 지어진다는 느낌을 가지게 되었다고 말하는 것이다.

책제목 ‘춤추는 조르바’는 카잔차키스의 자전적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에 대한 일종의 독후감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글은 세대를 막론하고 감동과 교훈을 주지만 특히나 우리 나이 때에 읽어 보면 정말 마음에 와 닿는다. 카잔차키스의 묘비에 적힌 글귀!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이 말에서 누구나 자유로운 영혼을 상상하고 또 그렇게 되고 싶은 소망을 가지게 되지 않는가! 책에서 밝혔듯이 나는 무엇이 되려고 치밀하게 준비하고 목표를 향해 나아갔다기보다는 그냥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니 여기(?)에 이르렀다는 것이 솔직한 고백이다. 그래서 이제 남은 나의 시간에는 무엇보다 나를 버리고 가족과 세상을 위해 살아가야 하겠다는 다짐을 해보게 된다. 그리하여 바라는 게 더 이상 없고 따라서 두려울 게 없다면 나는 진정한 자유를 누리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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